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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게시물ID : gomin_14342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Vra
추천 : 11
조회수 : 656회
댓글수 : 56개
등록시간 : 2015/05/19 02:12:37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으로 멍든 자리를 문지른다. 분명 녀석의 발길질에 내 껍질이 깨졌다. 그러니까, 나는 프라이가 된 셈이다. 팬에 놓인 것처럼 심장이 뜨거웠고 소금 뿌린 자리가 쓰라렸다.

그와 헤어진 후 또 한 개의 흉터를 얻었다. 자라목에 두꺼운 안경을 낀 말대가리 녀석, 맞선에서 몇 번이나 차였는지 상처투성이였다. 그래 어디를 걷어 차줄까, 잠깐 방심하는 사이, 눈치 빠른 녀석이 먼저 박차고 일어섰다. 얼떨결에 나는 쩍 금이 갔다.

헛발질에도 쉽게 깨지던, 계란으로 바위 치던 시절, 사랑은 내게 넘치거나 못 미쳤다. 번번이 달궈진 팬에 왈칵 쏟아졌다. 나는 한 번도 껍질을 깨지 못했다.

마경덕 시인의 계란 프라이라는 시예요 생각이 많아지네요
고게 여러분들은 프라이였나요, 병아리였나요?
출처 계란 프라이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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