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반지하 단칸방에서 4식구가 살았었다.
그러다 가게에 딸린 방한칸으로
가게에 딸린 방 두칸집으로.
허나 방이 두개일 뿐 집은 참 초라했었다. 곰팡이가 여기저기피었었고
욕실은 욕실같지 않았으며
주방은 주방 같지 않았다.
참 뭔가 어설픈 집이었다.
그런 집에 친구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생각도 안해봤다. 너무 창피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자기 방이 있는 아이들이 정말 부러웠다.
아무튼 그런 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는 기숙사를 들어갔다.
그러다 자취를 했고 비용적 측면 때문에 친구 선배와 같이 방을 썼다.
결국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난 나만의 공간을 거의 가져본 적이 없다.
잠을 자는 공간에 대한 집착은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난 숙소에 돈을 좀 더 쓰는 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혼자 살던 집도
혼자 쓰기에는 좀 넓고 고급 스러운 집으로 했다.
월세가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정말 운좋게 들어간 직장에서 그래도 친구들보다 더 벌었기에 가능 했었던것 같다.
허나 그렇게 얻은 나만의 공간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이라는 형식의 공간이었고
내 보금자리는 층간 소음이라는 공격을 받곤 했었다.
나만의 공간인데 타인의 소음이 내 공간을 침해 한 것이었다.
새벽 2시에 청소기를 돌리는 윗집 여자.
옆집에서 들려오는 티비 소리.
화장실 물 소리.
여러번 이사를 해봤지만 늘 그랬다.
그래서 탑 층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그것도 힘이 들었다.
층간 소음이 없는 아파트면 구입하겠노라 생각 했지만 그런 집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도달한 결론은 단독주택..
열심히 조사했다. 열심히 알아봤다.
선뜻 실행에는 못 옮기는 그냥 열심히 알아보기만 했다.
그러다 결혼을 했다. 아이도 생겼다.
결국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건축 박람회를 가서 아직 땅도 없는데 가계약을 하고
땅을 찾아 다녔다.
소음과 안전 주변 편의성을 꼼꼼히 따졌다.
단독 주택 지구 위주로 찾아 다녔고 한번의 계약 불발 뒤에 다행이 적정 예산에 맞는 땅을 찾았다.
말이 적정 예산이지 땅 사니 내가 그동안 모은 돈은 다 사라졌다.
땅 60평에 지을 수 있는 면적은 30평 1,2층 다 합쳐 60평.
돈이 있으면 크게 짓는 것도 좋겠지만 난 땅 사느라 돈을 다 썼다.
이래저래 공간들을 넣다보니 나에게 아니 내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은 45평.
(아이를 둘 이상 셋까지 생각했기에 방을 4개나 만들었다. 개개인의 방을 꼭 주고 싶었기에)
거진 3개월의 설계와 5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집은 완공 되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빚을 져본적이 없었는데
집을 지으면서 빚을 지게 되었다.
허나 나만의.. 아니 우리 가족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작은 마당이 있고 주차장이 있고
아주 조용한 동네의 이쁜 집이 완공 되었다.
앞으로 이 집에서 커갈 내 아이를 생각하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