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가족을 가깝게 느끼진 않았어요. 제가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하고 피부도 안좋고... 뭘 하든 격려보다는 채찍질만 받았어요. 가장 마지막으로 칭찬을 받았을 때는 초등학교 시절에 100점 받았을 때로 기억돼요.
그 뒤로 중학교 시절, 공부는 3, 4등급에서 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초등학생때는 잘하더니 얘가 이제 공부를 못한다, 안한다' 등의 소리를 가족에게 들었어요. 초등학생때 누나들이 키가작다며 왜 안자라냐고 뭐라해도, 엄마는 중고생때 큰다고 두둔해줬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한참 안자라자 결국 엄마마저 저에게 뭐라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큰 사춘기를 겪었어요. 전 제가 공부도 못하고 얼굴, 몸같은 외모면에서도 참 쓰레기라고 자책했어요. 사춘기를 겪기 직전 한 여학생이랑 잘 지내며, 지금으로 말하자면 썸같은 걸 참 열심히 탔어요. 고백까지도 받았었는데, 고백 받았을 시기가 위의 일로 사춘기 들어가는 시기였고, 그 애는 저랑 다르게 정말 엄친아였기에 전 저같은 놈이 그런 애랑 사귈 자격이 없다 생각해 거절했어요.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사춘기가 끝났어요. 사춘기때 자살 생각도 수없이 했지만 죽을 엄두가 안났고 이럴 바엔 좀 살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사춘기를 마쳤어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서도 가족은 저에게 비판과 비난을 수없이 했고 저는 다시 무너졌어요. 그런 무너진 상태로 저는 게임으로 도피를 했어요. 피시방을 정말 자주 다녔고, 그러면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누나와 엄마에게 그런 취급을 받자, 약간 독을 품어서 입시를 벼락치기 하듯이 했어요. '내가 저 누나들 보다는 좋은 대학을 가고만다' 하고요. 그렇게 막판에 누나들보다 조금 좋은 대학을 갔어요. 인서울은 못했지만 집에서 정말 가까운 경기권이었고,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단 생각에 좋았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좋았던 건 '그렇게 무시받던 내가 누나들보다 좋은 대학을 가는데 성공했다!' 였어요.
그러나 그 대학합격 소식을 축하받진 못했어요. 인정도 못받았어요. 오히려 더 좋은 대학을 못갔다고 비난받았어요. 아버지만이 유일하게 컴퓨터를 사주며 축하한다고 해줬네요. 그동안 제가 무슨 일을 하건, 당했건 늘 가만히 있었던 아버지였는데...
결국, 그때 뼈저리게 느낀건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엄마와 누나는 저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참견할 구석을 찾을 거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다시 동기부여가 안됐고 학교 성적은 딱 평균이었어요. 그리고 군대를 갔네요.
그런데 입대하고 나선 좀 다르게 느꼈어요. 제가 입대하자마자 다리가 부러져 5개월을 고생하고, 다 나았나 싶더니 손가락이 부러지고, 다 나았더니 손목충돌증후군, 천식등이 걸렸네요. 군생활도 처음엔 좋지 않았어요. 오자마자 다친 애는 인식이 안좋거든요. 그러니 저는 뭘하든 열외당하면서 소외되었고, 진단을 받진 않았었지만, 우울증에 걸렸었다고 생각해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때 가족에게 처음 걱정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느꼈었죠. '아, 가족들이 날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던 거구나.'라고.
그리고 그 힘든 시기에 저는 여러 이유로 '살고싶다. 행복하고싶다'라는 마음을 간절히 느꼈고. 정말 크게, 사춘기를 겪었을 때보다 훨씬 많이 변했어요. 스스로를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운동하고, 꾸몄어요. 그래서 많이 밝아졌고, 몸도 좋아지고(키는 변하지 않았지만), 피부도 좋아졌어요. 못생긴 건..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옛날 보다는 사람됐죠. 행복해요. 아니, 행복하다 느꼈어요. 앞으로 행복할 거라고 느꼈죠. 방금 전 까지는.
건강해지고, 제가 변해가는 걸 가족들도 느꼈어요.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태도가 조금씩 변해갔어요. '너 나와서 이제 뭐 할거냐, 대학도 아주 좋은 데도 아니고 애매한데 갔는데 국문과고 취업은 되겠냐, 어쩔 거냐' 라는 말을 매일 전화로 했어요. 네. 맞는 말이고, 조언이에요. 저도 늘 걱정하고 고민했던 일이었어요. 그에 대한 대안도 생각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제 생각을 말해도 가족은 그걸 계속 뭐라뭐라 했어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 거 같냐 물어봐도, 그건 니 일이니 니가 알아서 해야한다 했죠.
전역이 2주 남고, 말출을 나온 지금까지 계속 그런 말을 하네요. 제그 외출 전 꼼꼼히 세안하고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넌 그런 거만 신경쓰냐.'하고 지나가고. 그래서 안놀고 공부나, 알바를 구하려해도,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지도 못한다고 한심하게 봅니다.
결국 저는 못참겠어서 방금 엄마와 대화를 시도했어요. 결과는... 잘 됐으면 지금 이 쓸데없이 길고 영양가없는 푸념글을 쓰지 않았겠죠. 저는 '엄마가 나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말하는 방식이 조금 섭섭하다'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이런 말을 왜 갑자기 하냐고, 넌 왜 그런 것만 신경쓰냐고, 난 네 대학등록금만 내주면 끝이다. 나머진 네 일이다. 네가 알아서해라. 지금까지 잘 지내다가 이제와서 이런 걸 문제삼냐. 뭘 원하냐. 누나들이 망했으니 너라도 잘 되라고 이러는 거 아니냐.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더 적자면 끝도 없네요. 저는 멍했어요. 저는 가족을 정말 가깝고 친근하게 화목하게 느끼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싶어요. 그런데 결국 다시 이러네요. 어디선가 봤었어요. 부모에게 사랑을 주면 결국 부모도 너에게 사랑을 주게 될거라는 말. 저는 그동안 절 키워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군대에 가서 변한 뒤로 종종 사랑한다는 말도 전했는데, 그건 어디로 간 걸까요. 엄마의 표현 방식을, 가족의 표현 방식을 제가 힘들어 하는 건가봐요. 아직 어리고, 철도 덜 들어서 그런 건가 봐요. 정말 당당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저는 제 탓 밖에 할 수가 없네요. 그게 편할 거 같아요.
머리가 복잡해 여기에 글을 쓰게 됐어요. 생각도 정리할 겸. 그런데 생각 정리가 아니라, 그저 가족과 있었던 일들, 그 마찰들을 세세하게 정리한 꼴 밖에 안됐네요. 적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난 정말 인정받고싶은 욕구가 강하구나'라고. 이런 욕구가 강하면 자존감이 낮다는 거라던데. 저는 최근 약 10개월간 많이 행복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나봐요. 아니면 제 착각이었거나. 정말 집을 나가고싶다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그런데도 가족에게 남은 미련, 가만히 계시다 당황하싱 아버지에게 가지는 죄송함, 금전적 이유때문에 또 생각만으로 그치네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 큰 성인 남자인데, 아이처럼 눈물만 계속 나네요. 행복하고싶은데, 긍정적으로 살아야하는데, 지금만큼은 너무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