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아침, 아빠는 8살 난 아들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섰습니다. 출근 전 아들의 등굣길을 봐주기 위해섭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자신의 출근 준비까지 해야 하는 아빠. 어떤 이들은 이 시간을 ‘전쟁터’에 비교하기도 합니다.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아침 시간, 이때만큼 긴박한 순간이 또 있을까요?
19일 아들과 함께 부랴부랴 집을 나선 아빠는 아파트 화단에서 ‘득템’을 했다고 했습니다.현금이 가득 담긴 돈 봉투였습니다. 누군가 실수로 흘린 듯 보였죠.
※득템: 얻을 득(得)자와 영어 Item를 합성한 말로 어떤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뜻
아들과 함께 돈 봉투를 주워 든 아빠는 곧장 경비실로 달려갔습니다. 전혀 망설이지 않고 말이죠. 다만 시간이 없어 경찰서로 가져다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잃어버린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 참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아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아이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 그 갈림길에서 아빠는 ‘살아 있는 교육’을 생생하게 전해준 겁니다.
아빠는 그저 아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아빠는 “이런 당연한 일로 칭찬을 받으니 조금 쑥스럽다”면서도 “우리 꼬맹이에게 좋은 교육과 경험이 되었겠지요?”라고 되물으며 뿌듯해했습니다.
‘백문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
주운 돈은 내 것이 아니라고, 주인이 있으니 찾아주어야 한다고, 잃어버린 주인은 애가 타고 있을 거라고, 아빠는 평소에 아마도 백 번은 더 말해주었겠지요. 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이날 보여준 행동 하나로 더 큰 깨달음을 얻었을 겁니다.
부모의 거울은 자식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당신은 정말 최고의 아빠이자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