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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돌아보기 - 10
게시물ID : freeboard_17419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번째커튼콜
추천 : 1
조회수 : 2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1 15: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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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퇴원 후 많은 것이 변했다. 퇴원 후의 나는 아버지에게 대놓고 반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말에 대꾸를 거의 하지 않는다거나 아예 아버지와 마주칠 수 있는 시간 자체를 피하곤했다. 평상시의 나는 조용하고 무기력했지만 아버지라는 대상에 대해선 마음속에서 분노의 감정이 끓어 올라 어찌 표현할지 몰랐지 때문에 아예 아버지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학교 생활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나는 학교생활에 정을 붙이지 못했고 무기력하고 무관심해졌다. 부모님은 퇴원 이후로 나에게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고 나는 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면책권을 얻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졌고 학교에 지각하거나 조퇴하는것은 일상이였다. 아버지는 나의 생활패턴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셨으니) 내가 학교생활을 불성실하게 하는것을 꽤나 싫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에대한 책임이 본인에게도 조금(아버지는 모든것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인정하시지 않았다.)이나마 있다는 사실때문에 나에게 뭐라고 하지는 못하셨다.

어머니 역시 내가 많이 답답하셨겠지만 크게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셨고, 한 주에 3회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그때 나는 학교에 1교시가 아예 끝나고 가거나 수업시작 시간이 한참넘어 등교를 한다던지 하루 수업을 다 마치지 않고 집에 돌아오거나 하는 행동을 많이 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던것 같은데 무의식중에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그렇게 표현했던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과 섞이기 불편했던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성적 만능주의에 학교 내에서도 고위 군인으로서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으므로 나의 불성실함으로 아버지가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길 원했다. 아버지의 평판에 흠을 내길 원했다. 그리고 나의 행동 자체가 아버지가 싫어하는 일이였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했다.

친구들을 대하기도 조금 어려워 졌는데 그건 친구들이 나의 입원생활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였다. 친구들이 물어오는 질문은 보통 내가 대답하기 난감한 것들이 대부분이였고 나는 점점 친구들을 대하는것이 불편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행동이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안타까움인지 걱정 혹은 연민의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선생님, 부모님, 의사선생님을 비롯해 주변 어른들은 나를 특별하게 대했다. 퇴원 이후로 내가 변했다고 해서 많이 삐뚤어지거나 사고를 치고 다니는것은 아니였지만 내가 학교를 지각할때도 수업시간에 멍하게 딴짓을 할때도 이유없이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올때도, 혹은 아예 침대에 누워서 결석을 할때도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루는 학교에 천천히 걸어들어가고 있는데 교문옆에 지각을 해서 붙잡힌 친구들이 벌을 서고 있었다. 나는 그 옆을 그 애들보다 더 늦게 유유히 걸어들어가고 있었는데 지각생들을 벌주고 있던 선생님은 나를 한번 흘낏 보고나선 날 못본척 하셨다. 쓴웃음이 나왔다. 나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아버지의 직위에 굴복하는 경찰 아저씨를 보고 난 뒤로 어른들에 대한 반감이 생긴듯 했다. 선생님의 뜻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의 나는 선생님들이 나를 배려하는 행동조차 아버지의 권력에 부역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예 교문에 선생님이 없는 수업시간 중간쯤 등교하곤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겐 ‘대학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학교 생활을 대학생처럼 편하게 한다는 뜻으로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에겐 전혀 달갑지 않은 별명이였다.

병원을 퇴원한 이후의 나는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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