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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앞 길고양이10
게시물ID : animal_3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17
조회수 : 121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2/14 20:51:20
드디어 10편입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이야기 전개가 이제 슬슬 현재와 비슷해져 갑니다.

에피소드가 조금 줄 것 같습니다. 이젠 슬슬 동영상과 사진으로 가야 할듯 합니다.

이야기는 한 3-4편 쯤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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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싫어한다면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다. 주인 할머니께서 좋아할지 싫어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사

는 하숙생까지 반대한다면 녀석들에게 밥을 주기는 커녕 나까지 또 쫓겨날 수 있었다.

"아니오. 그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요. 전 강아지를 더 좋아해요."

휴.... 다행이다.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이다. 첫째 쓰레기 봉투를 찢어 음식물 쓰레기나 닭뼈, 음식 찌꺼기들을 흩어놔서 집 주변을 더럽히고 다

니는 점, 둘째 밤이면 시끄럽게 울어제끼는 통에 (그 특유의 애기 울음소리)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렵게 한

다는 점이다. (물론 특이한 몇몇 사람은 밤에 번쩍이는 눈이 무섭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가 되진 

않지만)

내가 사는 하숙집은 2층이라 쓰레기 봉투가 돌아다닐 일은 별로 없고 문제라면 울음소리인데 나비와 그 새

끼 녀석들은 정말 우는 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얌전하다. 나비녀석의 울음소리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새끼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때 듣는 으르렁 또는 하악 소리가 다이고, 꼬맹이들도 밥주러 갈 때 냥

냥 거리거나 지들끼리 장난치다가 세게 물었을 때 냥 거리는 소리가 다다. 적어도 사람들이 싫어할 짓은 

안하는데 고양이 자체를 싫어하지만 않으면 계속 돌아다녀도 될거 같아 일단 안심이었다.

"아 그러세요? 그러면 요놈들 밥주고 놀게 놔둬도 그렇게 싫어하시진 않겠네요?"

"네 뭐...."

또 말이 끊겼다. 아 이 어색함 정말 싫어하는데....

"그래도 요놈들 뛰어노는거 보면 귀엽지 않으세요?"

"네 귀엽네요."

"사실 저도 이렇게 밥 주고 보살필 생각은 없었는데, 저 큰놈이 새끼까지 달고 다니는거 보다가 너무 귀

엽고 기특해서 밥까지 챙겨주게 됐거든요...."

"하하 그래요...."

그러고 보니 알고싶은게 하나 있었다.

"아 그런데 저보다 여기 오래 계셨죠?"

"언제 오셨죠?"

"아 저 한 4개월 쯤 됐을 거에요."

"그렇죠 그럼. 전 한 3년 정도 됐나.."

"그럼 저 큰놈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요?"

"아 쟤요? 전 쟤 어릴 때 부터 봤어요. 쟤 어미도 있었는데...."

"오 그래요?"

"네 쟤 어미도 있었고 형제도 있었어요. 계속 이 근처에서 살았었는데 언제부터 어미는 안보이고 쟤만 있

더라고요."

"아 그러면 어미가 구역을 물려주고 딴데로 간건가..."

"그럴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쟤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아요."

묘한 기분이다. 이런 묘사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이런 느낌을 느낀적이 있다. 나는 군대를 전경으로

나왔는데 보급을 받으러 창고에 갔었다. 다른 전경들은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쪽은 제대를 하면서 그간 

입던 옷과 모자를 반납하고 간다. 그래서 신병들은 옷을 챙기기 위해 창고에서 자기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는다. (물론 보급 받는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기도 하고 위에서도 보급 받을 바에 거기서 찾

아 입으라고 시킨다.) 그러다보면 예전 고참들의 명찰이 오바로크된 옷 안에서 흔적들을 찾을 때가 있다.

명찰에 보이는 낯선 이름들과 군번들, 그리고 사진이나 쪽지들을 가끔씩 보다보면 정말 묘하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여기 있었구나, 여기서 먹고 자고 얼차려 받고 맞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곳에 또 내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머리속이 아득해진다. 이번 나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녀석의 부모와 새끼때의 나비가 상상되고 요녀석의 재롱부리던 모습과 어미가 주던 먹이를

맛있게 먹고 잠자던 모습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작은 녀석이 새끼를 낳고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나비의 부모녀석들의 안위 역시 짐작이 갔다. 아마 좋게 떠나진 못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문제가 생겼을 것이고 나비녀석 역시 운명을 달리하는 부모녀석들을 봤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

게 구역을 물려받아서 여기서 햇볕도 쬐고 새끼도 낳고 나에게 밥을 먹고 있는 거겠지....

애틋한 느낌이 들어 우산아래 누워있는 녀석들을 다시한번 바라본다.

아무튼 우연한 만남으로 나는 녀석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엔 녀석들이 창문을 두들기든 세게 열든 카메라를 코앞에 갖다대든 거의 경계를 하지 않아서 좀 더 다

이나믹하게 놀 수가 있다. 전에는 운동화 끈을 살랑거리고 놀았는데 요즘은 잡아 당기고 몸을 휘둘러 감고

한다. 녀석들도 더 재밌어 하는거 같다. 덕분에 사진도 더 잘 나온다.

드디어 전에 시켰던 대용량 사료포대가 왔다. 거진 10킬로가 되는지라 사료포대를 현관에 내놓았다. 무겁

다 보니 사료를 붓다가 옆으로 새기도 일수였다. 그 덕분에 녀석들은 더 포식을 하게 되었다. 아참 이때 

쯤 되어 새끼 녀석들에게도 이름을 붙였다. 까불기 좋아하는 눈물녀석을 별이, 얌전하고 어미를 닮은 녀석

을 달이라고 불렀다. 실은 나도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녀석들 이름이 별이, 달이 이다. 요 녀

석들도 성격이 극과 극인데 강아지인 별이는 정말 까불고 고양이인 달이는 정말 도도하다. 그 성격대로

새끼녀석들도 똑같이 붙였다. (실은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사료와 같이온 포장 박스도 요긴하게 쓰였다. 사실 방에 있던 라면 박스와 같이 버리려다가 녀석들의 집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얼마전 깔아주었던 방석에서 녀석들이 잘 머물고 놀았던

것이 이번에도 통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그 박스에다 방석을 깔고 녀석들이 원래 있던 자리인 

우산 아래에 놓았다. 에상외로 이번에는 머뭇거림도 없이 한번에 들어갔다. 드디어 집을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녀석들의 집을 만들어주고 좋아서 사진을 찍던 순간 또 또 할머니께서 올라오셨다.

이렇게 된 이상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었다. 대용량 사료도 있고 그럴듯한 집도 있다. 변명으로 넘어갈

껀덕지 없이 현행범이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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