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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 2007년 5.18 기념 백일장 대회 대상작
게시물ID : humorbest_14381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코레타
추천 : 99
조회수 : 3488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5/18 18:30:32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5/18 13:24:13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했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깨 갔제.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제.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이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 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 건지 나 옷자락 붙은 고놈이 떤 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갖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 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얘 갖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 가고, 난 뒤도 안 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제.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 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 보고야, 라디오도 안 틀었시야. 근디 맻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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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당시 경기여고 3학년이던 정민경양은 어린시절 광주에서 자라 주변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시로 옮겼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다음으로 518하면 떠오르는 글귀인데 당시 심사위원 평처럼 생생한 표현이 놀랍고 슬프게 합니다. 
출처 정민경 <그 날> (2007년 5·18민주항쟁 기념 제 3회 서울 청소년 백일장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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