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레드불을 마신 여파로 4시간 가량밖에 잠들지 못했다.
필자는 원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이렇게 필요할 때를 위해서...
근데, 너무 효과가 좋아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간밤에 묵은 숙소는 이렇게 꽤 예쁜 방갈로였다.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약 10km정도 떨어진 촌구석인데, 정말 풍경이 좋다. 간밤에는 이 들판에 별이 쏟아질 듯 비추었다.
오로라가 없었던게 아쉬웠지만, 하늘의 뜻을 사람이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에 공용 주방이 있다. 간밤에 호스트가 빵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서 아침으로 먹고 가라고 했다.
잡곡으로 된 두툼한 빵을 잘라서 토스트에 굽고, 비치된 치즈와 잼, 그리고 가져간 계란을 프라이해서 이것저것 먹고 마시는데...
옆방 커플이 왔다.
호스트가 깜빡하고 말을 안 해준 부분이 있는데... 빵은 옆 방 사람이랑 나눠먹는 거였다.
이미 다 먹고 두 쪽 남았다.
미안해서 계란 프라이라도 만들어서 주고 도망나왔다.
사실 프라이팬 닦기가 귀찮아서 계란프라이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너네가 먹고 알아서 닦으라고...
고양이가 돌아다녔다. 방 안으로도 살짝 들어왔었는데, 녀석이 들어온 틈을 타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귀신같이 알아채고 도망갔다.
방안에 가둬서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하려 했는데, 아쉬웠다.
길을 나섰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고원으로 쭉 뻗은 길을 끝도 없이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곳은...
유럽 최대의 폭포라는 데티포스였다. 862/864번 도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데, 비포장인 864번 도로는 폐쇄된 상태였다.
862번 도로도 관광객을 위해서 딱 데티포스까지만 개통되어 있었다. 데티포스 이후 구간은 비포장으로 눈이 올때는 잘 개통되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는 데티포스를 본 후에 바로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서 후사비크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한참 돌아서 가야 하므로 가지 않기로 했다.
폭포는 거대하고 무지개가 계속 피어 있었다. 다만 첫날 보았던 물이 불어난 폭포들의 위엄을 보았던 터라 감동이 조금 반감되었다.
후방 1km에 있는 셀포스이다. 이상하게 훨씬 거대한 데티포스보다 이 셀포스 쪽이 소리가 크게 들렸다.
데티포스 앞에서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아침마다 채워서 다녔다.
나는 1인분으로는 조금 부족했으므로 전투식량에 누룽지를 추가로 넣고 고추장도 더 넣어서 비벼먹었다.
길을 가다보니 땅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많았다.
차도 몇 대 주차되어 있기에 잠시 내려서 구경했다.
땅에서 고온의 가스가 나오는 분출공이 몇 개 있고 유황 섞인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진출처: myvatnnaturebaths.is , 목욕탕이라 사진을 따로 안찍었음.)
미바튼 네이쳐바스에서 잠시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했다. 물이 생각보다 너무 차갑기도 했고, 물 깊이가 너무 애매해서 뭔가 이상했다.
욕탕이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서 한쪽은 미온수, 한쪽은 냉수...
냉수 구역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왜 없는지는 직접 들어가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필자만 당할 수 없으므로 일행을 모두 불러서 같이 냉수마찰을 했다.
모두 필자와 같은 마음이었으므로 당한 자는 다시 새로운 귀신이 되어 다른 희생자를 유혹했다.
미바튼 네이쳐바스를 떠나 계속 달린다.
저곳도 유명한 트래킹 코스지만 일행 자체가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겨울이라 트래킹할 상황도 못 된다.
석양이 진다...
데티포스에 도착했다. 얼음폭포가 아주 예뻤다.
수량이 줄어서 폭포의 오른쪽은 이렇게 얼음이 뜬채로 말라 있었다. 이곳을 밟고 폭포에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할 수 있었다.
아큐레이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앞 같지만 피요르드 맞은편이라 좀 더 가야 한다.
보너스가 아이슬란드 최대의 체인이지만 링로드를 도는 동안 크로난만 두번 가고 여기에서 처음 갔다.
저 돼지저금통의 표정이 너무나 음흉해서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저녁으로는 보너스에서 냉동 랑구스틴을 발견해서 소금, 후추, 버터로 양념해서 오븐에 구워보았다.
아무래도 냉동이라 회픈에서 먹은 생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꽤 맛있었다.
기상도나 하늘 상황이나 보니 낮에는 그렇게 맑았는데, 구름이 마구 밀려와서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오로라 헌팅을 포기하고 술을 먹었다.
저 파란 봉지의 과자를 잘 보면 돼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아이슬란드어를 모르는 우리는 돼지고기 맛이겠거니 하고 신기해서 구입했다.
좀 많이 신기했다. 돼지껍질 과자였다. 돼지껍질을 튀겨서 과자로 만들어서 아주 느끼했다.
차에서는 못 먹고, 숙소에 와서 쌈장을 찍어서 먹으니 익숙해져서 좋았다.
요쿨살론에서 가져왔던 빙하 조각을 깨어서 버본 위스키에 넣어 마셨다.
가이드가 빙하 조각을 술에 띄워서 먹는 것을 가르쳐 줬었다.
겉보기에는 맑고 깨끗한 얼음이었으나 술을 다 마시자 바닥에 작은 화산먼지들이 깔렸다.
맹장이 지금 터지진 않을 거다. 아마.
*4일차 이동거리
에이일스타디르 숙소 ~ 아큐레이리 숙소 : 322km
총 이동거리 : 10758km
총 운전거리 : 125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