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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잔상
게시물ID : readers_143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브리
추천 : 14
조회수 : 52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8/04 23: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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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볼 일 없을 줄 알았다. 모든 것이 끝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사람을 죽였고 모두가 모르는 상태로 일은 종결되었다. 그 이후로 8년이 지났던가.
는 그걸로 괜찮은 줄 알았다. 비록 그녀가 범인이라는 걸 혼자 알고 있었고 그런 내가 입을 다물어서 피해자는 단순 병사로 수사가 종결되었어도  
들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넘어가서 나도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사람은 모두가 그렇게 산다. 모른 척 아무 일도 아닌 척 그런 일은 전혀 앞 뒤 몰
도 괜찮은 척.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러나 죽은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건 계산에 없었다. 중간만 하고 남들처럼 살자는 나의 인생관에 이런
가 낄 줄은 몰랐다. 당신은 나타났고 나는 모른 척 했다. 당신은 아프기도 아팠지만 아주 오랜 기간에 거쳐 독살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보같이 이런 저런 일에 나서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말했다. 8년이라는 시간을 노력해서 내 앞에 나타났노라고. 나는 말했다.
실을 알고도 지나친 거라고. 비겁한 놈이라 욕해도 좋으니 지금이라도 돌아가라 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당신은 죽었고 난 살 
있는 사람이라고.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르니 돌아가라고. 당신은 그녀를 죽여달라는 종류의 부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말을 좀 전해달라고,
신의 목소리는 나 이외의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애초에 8년이라는 시간을 그녀에게 말을 전하는데 사용했으면 좋지 않았느냐는 말을
마 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어쩐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8년의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고 그에 걸맞는 매정함을 지니게 됐다고 자위했었지만 새
맣게 변한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신이 떠나던 날 열두살의 나는 세상을 등졌다. 누군가를 죽이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협할 수 없는 현실이 싫었다.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훔치던 그녀는 달빛이 내리던 뒷문 옆에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떠올렸다.
랗게 질린 당신의 얼굴을. 마지막 모습. 나는 죽은 당신이 내 앞에 있는 지금도 그 얼굴이 순간순간 겹친다고 말하자 당신은 웃었다. 그래, 그런거다.
염없이 당신의 죽음을 돌이키고 있던 것이다. 억척스럽게 살던 날들은 그 날을 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는 물었다. 혹시 아느냐고. 어째서, 왜 나는
늘날까지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있었을까. 당신은 중얼거렸다. "네 말을 믿을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잊어버려. 노인들은 가만히 둬도 언젠가는 죽어.
독 이 노인이 나를 이뻐했다는 거 너도 알지? 그럼 돈이 많았다는 것도, 내가 상속받기로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겠네? 너도 조금 떼 줄게. 얘, 울지마
신같이 착하게 살아서 살아나갈 수 있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란다. 눈치파악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정신 차려." 그 여자가 내게 했던
물날 만큼 회상했었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봉사가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도 물론 가지 않았다. 그 여자는 간병인을 그만두고 
번도 더 되고 싶다고 얘기했던 벼락부자가 되었다. 몇 번인가 내게 연락해 협박에 가까운 안부를 물었지만 몇 번 받지 않자 이내 끊겼다. 그 이후로
상에 온 몸을 내던졌다. 내가 할 일을 해내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서 하다보면 모든 것들을 잊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노인이 찾아올 줄이야.
난이 아니다. 당신의 눈빛과 그날 여자의 마지막 말은 나를 멈추게 했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뭘까. 그 날로 천천히 되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담하게도 당신은 당신이 내게 습관처럼 한 말을 다시 하러 찾아왔다. "사람은 자신의 일을 끝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은 말했다. 진심으로 
슴 속에서 나오는 사과를 듣고 싶다고. 듣자마자 웃어버렸다. 그 여자를 상대로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냐는 내 말에 당신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못
니다, 그건 불가능 한 일이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가슴께가 보랏빛으로 변한 당신을 보니 차마 뱉어낼 수 없었다. 난 마지못해 알겠습
다. 하고 말했다. 어딘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는 말은 이런 순간에 쓰는 걸까 생각했다. 귀신도 뉴스는 볼까. 일단은 적이 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는 아니라도 조금은 아시라고. 내가 이제 이런 인간을 찾아가야 한다 말하고 싶어 텔레비전을 틀었다. 마침 국회의원이 된 그녀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어휴 그냥 시작했는데 굉장히 힘들었네요. 별 것 아닌 이야기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던 내가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그 날과 관련된 사람들, 노인을 비롯해 여자. 연관된 인물의 얼굴을 보며
그 날의 표정과 말들 그 외의 기억들을 잔상처럼 지켜보고 떠올리는 모습을... 쓰고 싶었지만 에너지가 부족해
제목을 잔상이라고 지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잔상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난 날의 잔상에 가끔 괴로운 날들을 지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신력이 모자라 죄송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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