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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게시물ID : readers_143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서관의밤
추천 : 1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5 01:21:11



  30분 째 버스가 오지 않고 있다. 벤치가 없는 버스 정류장은 생각보다 큰 고문이었고. 한쪽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메신저백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외투 가슴팍에 달린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행이 촌구석 정류장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아직도 버스는 오겠다는 신호조차 없었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밤은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이런 외진 곳에 왔다는 자체부터 상당히 맘에 들지 않는다. 굳이 와야 하는지 참 머리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오늘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니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날씨가 꽤 춥다. 목을 조이던 목도리를 틈 하나 없이 단단히 맸다. 중간에 떨어지는 담뱃재가 옷에 붙었지만 대충 털어내었다.
  다행이 담배의 길이가 불에 타 거의다 사라질 때 즈음 버스는 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늦겨울은 언제나 밤의 시작이 빠르고 그 밤이 너무 길다. 
  종착역인 터미널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처음 있던 곳과 다르게 더 이상 바다내음이 나지 않았다. 얼마나 떨어진 거리라고 이렇게 쉽게 그 냄새가 지워지는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외버스에 올라타기 전에 한동안 못 필 것에 대비해서 담배 한 대를 더 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금연'이라는 문구가 제법 신경 쓰였지만 그냥 깜깜한 밤이라 아무도 안보겠지 하고 넘어갔다.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미리 창문을 가려 놓은 커튼을 젖혔다. 사람이 거의 없다. 난 그냥 조용히 눈을 감고 도착 하기만 기다렸다.

**

  정신을 차리니 이미 도착했다. 정신 없는 하루가 끝나간다. 핸드폰을 여니 연락 한통이 와 있었다.

「다음에 봐.」

  그 다음이 솔직히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뭐 언젠가 보게 될 거지만 그렇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에겐 아직 많은 일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간단하고 묵직한 것에게 내 야윈 발목을 아직 까지 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 
  당장 내일은 월요일이다. 당장 화요일까지 끝내야 할 조별과제가 있고, 지금 당장 가서 최종적으로 검토 해야 할 레포트 역시 있다. 물론 내일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난 지금 해야 될 것 같다. 지금 해 놓지 않으면 분명 다음에 정신 없을 것이 분명하다.
  집에 도착하여 시계를 봤을 때는 9시였다. 아직 까지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이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난 뭐라고 먹을까 싶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아, 물통에 적당히 물만 떠 놓고 책상 앞에 가져다 놨다. 그리고 하고 있던 레포트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막상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다. 정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제법 길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래도 12시를 넘길 것 같다. 
  이제 반 즈음 하고 있을 때일까? 갑자기 울릴리가 없는 초인종 소리가 좁은 내 자취방에 가득 울렸다. 우선 시계를 다시 보았다. 11시 30분이 조금 안되는 시간.

"누구세요?"

  대답이 없다. 난 그냥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었다. 입구 앞에는 지금 여기에 있으면 안 될, 불과 몇 시간 전에 그 외진 곳에서 보고 온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날씨가 꽤 추운지 얼굴은 빨갛게 물든 채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

  난 그녀를 일단 내 방안에 들였다. 그녀는 입고 있던 카키색 외투를 벗고는 바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밖은 더 추워져 있었나 보다. 난 간단하게 따뜻한 녹차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곧 있으면 마무리 될 레포트에 집중했다.
  굳이 왜 왔냐고 물어볼 생각도 없었다. 난 그녀의 인사를 받고 난 뒤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불 속에 들어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장거리 연애라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다. 거의 매 주 마다 누가 오던지 가던지 둘 중 하나를 제법 긴 시간을 소모하여 움직여야 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한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그 만큼의 돈을 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을 조금 실감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만나지 않을 때의 감정일 뿐, 막상 만나게 되면 그런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왜…… 왔냐고 안 물어 봐도 돼?"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고, 난 그녀의 눈을 보지 않은 채 그냥 대충 긍정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만나고 난 뒤에 둘 다 웃으면서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우리들은 그 후에 간간히 서로 연락만 하고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바라거나 하진 않는다. 아니 하진 않았었다.
  등 뒤에서 이불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앉아있는 날 뒤에서 안았다.

"같이 있고 싶었어. 그냥 계속 같이 있고 싶었어."
"내일 일은 어쩌고?"
"알게 뭐야─."

  상당히 대책 없는 계획이지만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난 바쁘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 의자를 돌려 그녀를 마주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그녀의 입술은 아직 냉기가 스며들듯 남아 있었다. 바삐 움직이던 내 손가락은 어느새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살짝 흥분되기 시작했다. 멈춰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남자로써 그게 쉽게 가능 할 리가 없다. 그녀의 혀는 좀 더 능글맞게, 교태를 부리듯 움직였다.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도 나와 같은 위치에서 같은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마저 차가웠다. 

**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떴을 때 시간은 정각 6시. 난 품 안에 자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새하얀 어깨. 봉긋한 가슴. 옅은 숨소리를 내며 그녀는 아직은 어두운 새벽에 해가 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주변에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녀는 이제 막 일어났는지 눈을 부비적 거리고 있었다.

"깨운 거야?"
"아니. 좋은 아침."

  난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싱긋 웃어 보였다.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다시 한번 정리했다. 그녀는 딱히 아직 이불 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나는 그녀의 머리맡에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얘기했다. 

"일찍 올게.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무언의 긍정이라 생각하고 난 뒤돌아 섰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살까?"

  듣자마자 버퍼링이 걸릴 새도 없이 아주 빠르게 당황했다.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 이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불편하고 많이 다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난 현재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일은 어쩌고?"
"여기서 새로 구하지 뭐─ 나 정도 되면 그 정도야."

  도대체 그 '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나름 똑 부러진 그녀가 하는 일이니 크게 상관 하지 않아도 분명 잘 하리라 생각된다. 

"사실 어제 사직서 냈어. 어제 너 만났을 때 집에 짐도 미리 다 싸 놨고."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거도 그거 대로고…."

  그리고 그녀가 다음으로 하는 말에 난 어쩌면 그녀와 함께 동거를 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촌구석. 솔직히 이제 좀 지긋하거든."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뜨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고 내 서랍에서 셔츠를 꺼내 입고 날 마중 하러 나왔다. 그녀에겐 확실히 커 보이는 셔츠다. 난 웃으면서 인사하고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왔다. 해는 제법 떴지만 아직 완전히 뜨지 않았다. 이 밤도 아직 끝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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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으로 한번 즉흥적으로 써봤어요. 저장도 할 겸, 누가 글을 볼까 싶기도 한 마음으로도 한 번.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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