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게시판 생긴 기념으로 살짝 가벼운 썰 하나 풀어봅니다
몇 주 전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네요. 기숙사 생활하면서 2주에 한 번 정도 집에 가니까 한 달 정도 전이 될까 말까한 때였네요.
요세 꾸는 꿈이라고 해봐야 여러가지 추억들과 배경이 뒤섞여 있는 잡다한 꿈들이고 어디 적어두지 않으면 잘 기억도 안 나는 편입니다.
소름 돋는 분위기의 꿈을 꾼 적도 옛날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뜸한 편.
그런 와중에 최근에 그런 소름돋는 꿈을 꿨습니다.
(물론 관용적인 표현으로 소름돋는 다는 거지, 예지몽을 꿔도 뭐 그러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하고 넘어가는 성격이라 저는 실제로 소름이 돋지는 않아요.)
예지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가까운 미래와 연관되어 있기에 예지몽이라 하기는 좀 민망하고, '어떤 기운의 변화' 같은 걸 감지했던 꿈 정도려나요.
썰 자체는 매우 짧아요.
오랫만에 집에 와서 친구 만나려면 약속 시간도 많이 남았고 잠시 마음 편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엄마가 있었던 상황인데, 꿈 속에서도 저는 집에 있었고 엄마가 나왔어요.
루시드 드림은 아니지만 바깥의 실제 세계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꿈이라고 하면 어떤 꿈인지 아시려나....? 어떤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꿈이예요. 집 안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꿈. 그리고 그 선선한 바람이 바깥 세계의 기의 변화 같은 걸 전달해주는 듯한 꿈.
꿈 속에서 엄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로 딱 이렇게 말한 거 말고는 앞 뒤로 어떤 스토리도 없는 꿈이라써, 썰이라고 하기에도 진짜로 내용도 없고 민망하네요. 즉, 제가 평소에 꾸는 꿈, 제 뇌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죠. 어떤 예민한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가 없는 "실제 공간"만을 묘사하는 꿈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무슨 안 좋은 일?"
그리고 깼습니다.
꿈 속에서 느꼈던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실제 세계에서도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불길한 기운 만큼은 남아있었어요.
그리고 뭘 했더라...... 아마 책을 봤거나 휴대폰을 봤거나 엄마 집안일을 도와줬거나 뭐 그런 일들을 했을 겁니다. 사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뭘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10분도 채 되기 전에 뭔가 일어났거든요.
저는 제 방에 있었고, 엄마는 베란다에 있었습니다.
둔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가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는데 물리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걸 왠지 모르게 느꼈어요. 그리고 잠시 뒤에야 '아야~'하고 고통을 호소하기에 어떻게 된 건가 보고 왔습니다.
베란다 창문이 갑자기 떨어져서 머리에 맞은 것 같더라구요. 유리가 깨진 건 머리에 맞을 때가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질 때였기 때문에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요. 유리가 깨졌으니 가까이 오지 말하고 말하는 걸 봐서 저는 안심을 했고, 유리 치우는 걸 같이 도와줘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 때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 방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었어요.
엄마는
"아~~씨 멀쩡한 차문이 왜 갑자기 떨어지지....." 라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말을 했고, 저는 방금 꾼 꿈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목엔 예지몽이라고는 썻지만 유리가 떨어질 걸 예언하는 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갖기에는 충분했죠.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
예민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모종의 방식으로 그러한 기운의 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 세계의 작동 원리를 대신 설명해주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