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넘은 아재입니다. 국딩때 애플II msx 이런 컴퓨터들 접하고 흥미를 느껴 학원을 다녔고 인생 첫 언어로 basic을 배웠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내주는 문제를 한 수업에 두세 문제씩 해결을 하며 희열을 느꼈고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싶을 정도로 파고 들었더랬습니다.
순수했죠.
오학년 땐 일요일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몇 시간씩 두드려서 숱한 시행착오 끝에 몇백 라인에 이르는 간단한 게임(칸막이와 랜덤 점멸 타겟. 하단엔 옆으로만 움직이는 비행기에, 스페이스를 누르면 스탑되고 미사일만 움직이는 말도 안되는 유치한...)도 자작해 보고 그랬으니까요.
커서 대학은 당연히 컴퓨터 관련으로 갈거라 마음먹었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을 알아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대학은 온 가족의 반대하에 소위 잘 나간다는 다른 과를 택했고 그 결과 지금껏 대략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오전에 시간이 나서 중고서점엘 들렀다가 c언어 책을 보고 즐거웠던 국딩 시절이 떠올라 프로그래밍 독학, 공부 순서 이런 키워드를 반나절 검색했네요.
너무 달라져 있더군요. 어린 시절엔 컴켜면 당연히 나오는 베이직이 전부였고 다른 언어래봤자 어셈블리나 기계어는 어차피 다른 세상 얘기, 코볼 포트란은 목적이 정해진 언어였는데...
현실적으로 다양한 언어를 단기간에 배울수 없으니 흔히들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언어 공부를 하라고들 하십니다. 산에 이미 오른 분들 입장에서야 정상에 오르는 여러 루트가 보이므로 이 산에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며 풍경을 즐기려면 a루트, 암벽을 원한다면 b루트, 산악바이크는 c루트...이런 식으로 설명 하시지만 산을 타본적 없는 입장에서야 전부 막막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좀 달리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언어는 이런 일을 할수 있으니 배워야겠다가 아니라 이 언어를 배워보니 이런 일을 할 수 있더라..를 알아보기로요. 그로더보면 자연스레 아쉬웠던 다음 단계로의 진입도 가능하겠죠.
생업도 해야하고, 가정도 돌봐야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뭘 얼마나 엄청난 공부를 하겠습니까만 어린 시절 느꼈던 희열을 생각하니 좀 설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