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가 대학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일이 일어난 곳은 지방 국립대학교였습니다. 그 학교는 오래된 역사를 자랑했지만 그만큼 토지에 대한 배려는 없었죠. 온통 건물들은 산 길 사이사이에 지어져 있었고 아무리 도로를 갈고 닦아도 외진 곳에 있는 단대건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범대는 정말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 대학 학생들은 MT때나 걸어서 대학교 정문으로 간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사범대의 국어교육과에는 젊은 여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 교수는 의욕이 넘쳐나 항상 아침일찍 와서는 밤 늦게까지 연구를 하고 귀가를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경찰차가 대학 앞으로 올라오고 소란이 일어났죠. 그리고 과방에 예비역 선배가 급히 뛰어들어왔습니다. 후배들과 동기는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내..내가 방금 교수님 부탁으로 어디를 갔다 왔는데..]
그 선배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여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말에 있을 학술연구회 논문을 살피고 있었답니다.
창 밖에는 산으로 통하는 도로가 보이고 그 너머로는 숲이 우거져 있었죠. 우연이었을까요. 여교수는 문뜩 도로 건너에 한 남자가 나무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걸 발견했습니다. 아니, 자신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죠.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그 남자는 떠나지 않고 계속 대학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너무 신경이 쓰인 여교수는 수위를 불렀습니다. [실례합니다.. 저기 저쪽 숲에 계속 저를 쳐다보는 남자가 있는데 수위아저씨가 좀 쫓아내 주시겠어요?] 나이가 많은 수위지만 왠지 교수의 태도가 너무 진지했고 또한 혼자 울타리 건너 숲까지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답니다.
그래서 수위는 눈에 띄던 예비역 남자를 붙잡고 같이 가자고 했답니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던 예비역 남자는 아무 생각없이 수위의 부탁을 들었죠. 확실히 도로 건너에는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아무리 고목이 많은 숲이라도 사람의 형태는 잘 보였으니까요. 앞서가던 겁없는 예비역이 그 남자에게 외쳤습니다. [저기요- 거기서 뭐하십니까-] 남자가 대답이 없자 수위와 예비역은 불안해졌습니다. 가까이, 아주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남자가 식별될 거리에 다다르자 수위와 예비역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나무에 기대어 있던 것이 아니라 묶여서 죽어있었단 것을요.
수위는 오래 살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젊을 때 옆집 여자가 목을 매고 죽은 걸 본 뒤론 말이죠. 예비역은 군대에서 자살 소문은 들었지만 죽은 시신을 접한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의 조사 이후에 그 남자는 묶여 있은 지 하루 이틀 정도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남자가 누구였고 왜 죽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 친구도 그건 모른다고 하더군요. - 살인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나무 기둥에 자신을 스스로 묶고 자살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문제의 그 여교수는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대학에 남아 있는 경우가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