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11시부터 진통 시작.
어둡고 편안한 박스에 넣어줬다.
근데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날 찾아서 힘주기를 포기하고 쫓아나온다.
다시 넣어주고 배를 쓰담쓰담해주니 그때서야 다시 힘을 주기 시작.
힘주는걸 느끼고 화장실 갔더니 또 냉큼 따라나와서 화장실 앞에서 운다.
안되겠다싶어 계속 쓰다듬어주고 힘내라고 하고 조근조근 말하다보니 21일 새벽 1시 21분 첫째가 나왔다.
몇주전에 갔던 병원에서 확인했을 땐 뱃속의 아이는 총 세마리.
아직 둘이 남았고, 고양이의 출산은 아이들 사이 1시간이 넘지 않는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첫째가 나온지 두시간이 지나도 엄마의 진통은 소식이 없다. 뭔가 잘못된거 같음을 느끼고 부리나케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이때가 새벽 3시 20분경.
다른거 다 차치하고 뱃속의 아이들이 살아있는걸 확인하는게 우선시 됐다. 초음파 검사를 하니 둘 모두 무사했다.
문헌상으로 흔하진 않지만 6시간까지 딜레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기다려보자는 의사샘의 조심스러운 의견.
알겠노라 하고 집에와선 버들이의 배를 만져주면서 같이 서로 힘내자고 눈빛을 교환했다고 생각했다.(고 쓰고 그렇게 믿어본다.)
집에 돌아오면서 사온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태어난 첫째와 버들(엄마냥이)을 흐뭇하게 ㅂㅅ처럼 쳐다보며 실실 웃는다.
버들이는 애기를 물고 가서 날 부른다.
빤히 쳐다보면서. 가만보면 애기가 젖을 못찾아서바둥거리길래 젖을 찾아물렸더니 정말 잘했다는듯이 날쳐다본다.
5시.. 6시.. 약속된 시간.
6시간이 지난 9시를 넘긴 10시.. 11시.. 12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다시 엄마와 애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회사에 급히 전화해서 휴가를 썼다.
멘탈이 날아가고 있는거 같았다.
이때가 진통 13시간이 흐르고, 첫애가 나온지 11시간이 지난 시점.
뱃속의 애기는 두번째고 버들이 걱정이 앞섰다.
도착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해야될거 같다고 했다.
어미냥이나 뱃속의 애기냥이 위험한 상태일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든 생각은 차라리 새끼를 포기해도 어미냥에게 안좋은건 다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의사샘이 분만유도제를 맞아보자고 하신다.
맞고 2시간안에 분만이 시작되지 않으면 그땐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셔서 유도제를 맞고 집에 왔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버들이를 계속 만져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1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진통의 조짐도 안보였고.. 보통 유도제를 맞을 경우 환경이 맞다면 30-60분 사이에 일이 일어나도 일어난다고 했다.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엔 옷을 다시 입고 병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
이때까지 난 계속 버들이가 자리잡은 둥지 앞에 있으면서 만져주고 말을 걸어줬다.
유도제를 맞은 후 2시간에 흐른 시점에 진통의 신호가 왔는지 버들이가 날보며 울기 시작한다.
호흡도 빨라지고..
그리고 힘을 주기 시작하는데 도통 나올 생각을 안한다. 버들이는 이미 지쳐있는게 보이고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는게.. 이러다가 얘가 잘못될거 같았다. 한시간이 지나도 진전은 없었다.
와.. 내 멘탈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하는거 같았는데 그래도 입과 눈으론 버들이에게 계속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계속 쓰다듬어주면서 말을 걸어줬다.
그렇게 한시간 반이 지나서...
둘째 멘붕이가 나오고 30분 뒤 연이어 셋째가 나왔다.
첫째가 나온지 16시간 30분만이고 내가 잠을 멋잔지 43시간 되는 시점이다.
사실 중간중간 버들이의 엽기적인 행동들이 많았다.
첫째를 낳고 핥는걸 보고 화장실을 갔더니 문앞에서 울고 있길래 뭐지 하고 냅다 애기한테 달려갔더니 핥다말고 날 쫓아와서 탯줄을 내가 잘라주고.. 닦아주고.. 둘째, 셋째까지..
첫째 둘째 셋째 탯줄을 다 자르고 막도 다 닦고 애들 말리고 했더니 이냔이 그동안 지 몸단장하다가 냅다 물고감.
그리고선 날 부르더니 젖물리라고 배까고 눕더라. 참..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고 멘탈이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시간이었는데.. 하......
그시간이 내 인생에 단한번도 느끼지 못햇던 그 누군가 말했던
노력한만큼 돌아온다는걸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