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12명 등 114명만 참여해 의결정족수 부족…정의장, 투표불성립 선언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못 채워 처리되지 않은 건 헌정 첫 사례 민주, 야당불참 비판·야당, 여당 단독진행 비난…국회 의사일정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이한승 한지훈 차지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하 정부개헌안 혼용)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선언됐다.
헌법은 개헌안 표결을 '공고 후 6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헌안을 다시 투표에 부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처리되지 않은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5분께 의결정족수(192명) 부족을 이유로 정부개헌안의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기명투표를 마치고서 개표를 시작하며 명패 숫자를 계산한 직후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7개월여 만에 진행된 개헌안 투표에는 재적 288명 중 114명만 참여했다.
정 의장은 "국회는 헌법 130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째 되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의결을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명패 수를 확인한 결과 참여의원 숫자가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법적으로 투표 불성립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표결은 사실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총 118명 중 112명 참여)만 참여한 채 진행됐다.
본회의 불참을 예고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평화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투표가 시작되자 퇴장했다.
다만 민중당 김종훈,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투표에 참여했다.
기한 내 의결이 무산되면서 이번 정부개헌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헌 헌법이 제정된 이후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6번째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된 것은 최초이다.
앞서 5건의 개헌안 중 3건은 가결 내지 수정 가결됐고 1건은 부결됐으며 1건은 개헌안이 철회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투표가 불발되자 민주당은 야당이 헌법상 의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민주당의 단독진행을 비난했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은 헌법에 정한 오늘 본회의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 자체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기모순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야 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고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면서 "개헌안 표결 강행은 개헌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지방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술수이자 야 4당과의 협치 포기"라고 말했다.
개헌안 처리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이런 대립은 국회 의사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추경과 드루킹 특검 동시처리 합의로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28일에 민생법안 등을 처리키로 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24일 본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28일 법안 처리도 불투명해지느냐'는 질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정치적 도의 문제"라면서 "어떤 핑계도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