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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긴 멘붕의 호소] 사는 게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게시물ID : emigration_33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eeeee
추천 : 1
조회수 : 210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5/29 0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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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오고 난 후,
우연치 않게 석 달 만에 한국계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헤어지고 난 후
몇 달 만에 이사한 그 집에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국계 사람들이 
룸메이트들로 살고 있었죠. 지금도 저만 한국어를 쓰니까 짜증나면 한국어 수다통화를(...)

전남자친구(ㅜㅜ)를 사귀자마자 시작한 2nd job의 보스들은 모두 3,40년 전
이민을 와서 미국인 동네에서 살다가 미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어 1도 모르는 아이들을 낳고 살고,
같이 일하던 친구는 한국어는 생활한국어 조금이 전부인 거의 미국인인 상태였죠.

최근에는 봉사활동도 시작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영어로 가르치다보니
제 영어 실력이 많이 좋아진 걸 느끼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은행이나 보험회사, 경찰(...), 911(...;) 같은 데 전화하고 진술(....ㅜㅜ)하는 것도
혼자서 알아서 잘 하게 되었고 
보스들과 쉬는 시간에 자막 없이 동영상을 보면서도 재미지게 웃고 떠들수 있게 되어서요.
물론 그래도 당황하면 어.. 그..저... 아이고... 부터 나오는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인이지만 뿌듯해요. 저는 이만큼 온 게 뿌듯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회사에 한국 사람들이 단기 근로자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멘붕도 막 같이 오기 시작했어요.

어느날 같이 밥을 먹다가 

'A 파는 데 없어요? 난 그거 쓰고 싶은데'
'어, 그거 쓸 수는 있는데 걸리면 불법이라 그거 써도 이렇게 해야 돼요.'

라고 대답했더니,
썩소를 진하게 지으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저에게 그러더라구요.
말을 되게 기분 나쁘게 한다며 .. 한국 사람인테 트윙키 같다고, 미국인 흉내내는 것처럼 말한다고.

....ㅇ_ㅇ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한국에서 온 지 한 달 된 남직원도 그러더라구요.
그렇다고. 사실 말은 못했는데 말이 너무 쎄다고. 
다른 때에도 그냥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건데 자꾸 동의는 안하고 이상한 얘기만 해서 답답했다고.

....ㅇ_ㅜ?


사실 여자이지만 여자어 1도 못하는 입장에서 (주로 공감보다 논리와 근거가 필요한 화자인 입장에서)
그걸 집어주면 그렇구나, 할텐데
갑자기 뜬금없이 twinkie 같다고 하니 멘붕이.....

회사에서 일할 땐 한국 사람들하고 한국어만 사용하기는 해요.
너무 입에 굳어져 버린 Bank account 라든지 social service 라든지 뭐 이런 아예 박혀버린 말 말고는
저도 오랜만에 한국어로 떠는 수다인데 얼마나 좋아요 ....

충격받아서 전 남친이자 현 인생조언자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더니
제가 말하는 방식이 여자아이 같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라고 하고 말더라구요.
.. 이 양반에게는 제가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나봐요.

처음에는 '애처럼 굴지 말고 애처럼 말하지 마, 너는 성인이야' 라고 하던 잔소리가 어느순간 사라졌길래
아 이제 나는 어른처럼 말하는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


저 단어가 머리에 콱 박혀서 떠나질 않더라구요.

몇 달 전에 일을 하러 온 사람이 자기도 많이 알게 된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처럼 말한다고 하니까
뭐야, 몇 달 만에 사람이랑 문화랑 나라를 어떻게 알아??
라고 반박하고싶다가도 문득 제가 생활 속에서 잊어버린 단어들을
자꾸 쉽게 생각나는 영어 단어들로 바꿔서 말하고 있던 것도 생각이 나니까
진짜 내가 잘못된건가, 잘못하고 있는건가,
이러다가 내가 싫어하는 그 한인타운 속에 갇혀 사는 그런 이도저도 아닌 아줌마들이 되는 건 아닌가 ... 
싶어서 무서워지기도 하고 .....


겉만 핥아가고 있었던건데 흉내만 내는 중이었는데
나름 영어가 많이 늘었구나! 하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북치고 장구쳤던건가 싶기도 하고 ...

그래서 요즘엔 입을 많이 다물어버리긴 했는데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있는 기분이에요 .
나는 왜 이민을 왔으며 이런 환경이 이민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 맞나 싶기도 하고 ....
씁쓸하고 답답하고 우울하고 당황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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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삭제]레몬시럽
2018-05-29 05:59:19추천 0
댓글 0개 ▲
2018-05-29 10:45:44추천 2
외국에서 이민자 생활을 하면서 한 나라를 알아가는게 쉬운일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다 안다, 나는 다 파악했다.
혹은 다는 모르지만 내가 너보다는 더 안다.

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저 오만한 코끼리 만지는 장님일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외국생활이 길다보니 저도 가끔씩은 생각합니다.
내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게 맞는가.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나.

근데 사실 누가 답을 줄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보니, 아마 평생 가지고 갈 난제가 아닌가 싶네요.

외국에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그 나라에 속해보려고 필사적으로 아둥바둥하는건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고있습니다. 주류에 뛰어들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겠죠. 저도 그랬구요.

그렇지만 다들 누구나 자기사연은 있는법입니다. 한인타운에 계신 아주머니들 너무 안좋게만 보지는 말아주세요.
댓글 0개 ▲
2018-05-29 17:28:15추천 2
근데 저 직원 둘 다 되게 기분나쁘게 말하네요. 불법적인걸 불법적인거라 말했는데 뭔 미국인같이 말한대...
댓글 0개 ▲
2018-05-30 11:21:18추천 0
너는 왜 레이시스트처럼 말하냐고 하세요 ㅡㅡ 지가 뭔데 재수없네
댓글 0개 ▲
2018-05-30 15:58:45추천 0
직장에서 만난 친구가 한국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고 질문을 하는데
한국사람들은 캐나다 사람들을 많이 씹니?? 라고 물어 보길래...
제가 만나는 한인들이 몇 안되서 그분들과 대화도중 나온 이야기 몇개 하니까
너네들 우리 한테 관심이 없구나?? 이러더라구요.
참... 5년 이상 살고있고 여기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갑짜기 이방인이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럴꺼 같았으면 그냥 한인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교류하고 했으면 좋았을껄... 이란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리 여기에 마춰살아도 이방인은 그냥 이방인입니다.
그런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ㅎ
댓글 0개 ▲
2018-05-31 00:57:40추천 0
흐어어어 댓글들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한인타운의 한국인들을 비하하려던 의도는 없었어요.
제가 쎄게 데인게 좀 몇 건 있어서ㅠ
그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표현과 대상을 짓게 된 점은 정말 죄송해요.
물론 따뜻하고 다정하고 열심히 살기위해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아왔고 알고 있습니당ㅠ

사실 이 분들하고 계속 사소하게 부딪히는데 많은데,
예를 들면 교통법이라든지
(한국에선 다 그랬어요, 유학생 친구들이/시민권자인 교회사람들이 괜찮댔어요..라고 하는데 내 상식은 그러다 걸리면 매우 곤란함인것을ㅠㅠ)
주거법이라든지...

제가 다른사람의 일이나 상황은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신경쓰지 않는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서서 잔소리를 하거나 팁을 주지 않는다, 내 물건은 룸메들과 공유하지 않고 냉장고도 칸을 나눠 쓴다..

이런 소소한 얘기들을 하다가도 저는 매정하고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니까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래서 하소연하게 된 것 같아요ㅠㅠ..

맞아요,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도 한국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도 지속적으로 '넌 왜 니네 나라를 모르냐'는 말을 듣는다는 얘길 듣고 확신하게 됐어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데 계속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떠있는가 싶어서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건가싶어서
두려워지기 시작하더라구요 핳핳핳

그분들이 잘못되었다기보단 아직 교차점을 못찾고 저도 갈피를 못잡아 그런것 같아요.

긴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_ㅠ
댓글 0개 ▲
2018-06-02 05:33:52추천 0
제가 보기엔 정말 잘 하고 계신거 같은데요? 전 여기 온지 1년 정도 되어가는데 영어 실력도 늘은거 같지 않고 뭐 그래요... ㅠㅠ 그런 사람들한테 일일히 신경쓰지 마세요.
댓글 0개 ▲
2018-06-07 12:16:35추천 0
원래 다른 나라로 가서 살다보면 내 원래 나라도 그렇다고 거기 원주민도 아닌 희안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어버리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단기로 일하시는 한국 분들이 꼬였네요.
글에 쓰셨다시피 그냥 공감보다는 논리를 우선한 건데 서양인 같고 아니고가 어딨나요 그냥 성향 차이지ㅋㅋㅋㅋㅋㅋ
원래 자기랑 비슷하지 않으면 자기가 속한 무리 전체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 가진 사람 많아요ㅋㅋㅋㅋ 그냥 그런 사람 둘이 모여 있으니 글쓴님이 내가 그런가 하시는 거구요.
X까라고 하세요.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 내가 싫으면 그냥 멀어지면 되죠. 나도 원래 살던대로 잘 살면 되구요!
댓글 0개 ▲
[본인삭제]똘이형
2018-07-17 00:29:03추천 0
댓글 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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