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얘기인데 사이다 게시판이 있으니 한번 써볼까 합니다...
요샌 대형식당에 키즈카페처럼 애들 놀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 식당이 많죠?
예전에 우리 아들이 돌 지나고 아장아장걸을때 얘기인데...
조그만 계모임을 하는데... 그냥 아는사람들끼리 돈모아서 밥먹고 근황토크나 하고 그런 계입니다...
각자 나이대도 비슷하고 아이도 있고 해서 키즈카페 딸린 식당에서 주로 모였는데요
감자탕집이었는데 꽤 큰 키즈카페가 있는곳에서 밥먹기로 하고 모였어요...
다른 친구들 애기는 좀 크고 말도 잘했는데 우리 아기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시기라 혼자 아이들놀이터에 들여 보내질 않았어요.
근데 우리아기 유독스럽게 활발해서 누나 형들이 식당내 놀이터에서 노니까 들어가고 싶었나봐요.
정신없이 밥먹는둥 마는둥하고 아내가 보고 있던 우리아이 내가 맡아서 아내 밥 먹게 하고 난 우리아이데리고 그 놀이터에 갔어요.
볼풀도 있고 놀이터처럼 미끄럼틀도 있고 애기들 장난감도 있는 꽤 규모가 컷던것 같아요...
활발하고 어린아이라 옆에서 노는거 지켜보고있을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아이보다 큰 아이가 우리 아이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게 보였어요...
걸어가면 밀어 넘어뜨리고... 뭐 장난감 같은거 들면 뺏고....
4~5살쯤 보였는데... 저도 뭐 애 키우는 입장이라 혼내진 않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동생도 갖고놀게 하자~"
"동생 밀면 아야 하니까 밀면 안돼~" 하고 달래며 지켜봤어요...
그러다가 그 아이가 또 쪼르르 우리 아이에게 오더니 밀어서 넘어뜨리는거에요...
그전까진 그냥 그러면 안돼~ 하고 돌려보냈는데 우리 아이가 넘어지면서 부딪혔는지 울더라구요~
잘 안우는 아이고 달래면 울음도 그치는 아이인데....
일단 안아서 달래주니까 울음도 그치길레 다친덴 없는것 같아서 안심했어요...
그런데 좀 괘씸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하는것처럼 양팔 잡고..
"동생 밀면 안된다고 했잖아~ 동생이 아야한다고 울잖아~ 그러면 안돼!" 하고 목소리좀 높혔는데;;;
그 아이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순간 당황해서 "아니야 아저씨가 미안해 울지마~" 하고 달래주려는데...
그 아이 엄마 소환....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무슨일이세요~" 합니다.
그래도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다행이다 싶어서...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이가 자꾸 우리 아이를 괴롭혀서 뭐라고 했더니 울어버리네요... 허헛~ 죄송합니다~"
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말하면...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갈줄 알았는데....
보통 엄마가 아니더라구요...
"그렇다고 애를 울려요...?"
하더라구요;;;;
갑자기 뭔가 확 올라오는 느낌이 나는데... 우리 아이는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일단 우리 아이부터 아무대나 막 돌아다니지 않게 잡아야겠다
싶어서 그냥...
"아 예 죄송합니다.." 그러고 넘어가고...
우리 아이를 잡아서 안았어요....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자꾸 말을 겁니다.... 그 애엄마....
"나도 한번도 안혼내고 키웠는데... 혼내도 내가 혼내지... 얼마나 귀하게 키우는 아이인데..."
얼마나 귀하게 키우는 아이인데... 라는 대목에서 뭔가 두근 하면서... 심장이 떨려옵니다.
화가 나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머리속에는
니 새끼만 중요하냐 우리애기는 더 중요 하다 막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데... 머리속에서 할말을 정리 하고 나니까...
흥분된 마음이 가라 안았습니다.
그때 일을 기억나는대로 대화체로 쓸게요...
차분히 최대한 낮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 : 어머니 아이 이름이 지훈이라구요?
엄 : 네.. 그런데요....
나 : 지훈이 참 귀한 아이죠....
엄 : ......
나 : 지훈이 귀한 아이니까 어디가서도 귀한 대접 받게 하고 싶으시죠?
엄 : ??
나 : 지훈이 어머니가 지훈이 귀한 대접하시면 어머니한테만 귀한대접 받고 남들한테 지금처럼 대접 받아요...
지훈이 잘못한거 혼내고 옳바르게 가르치면 지훈이 어머니말고 모든 사람들한테 귀한 대접 받아요.
엄 : 아..
나 : 어머니는 어떤게 좋으세요...?
엄 :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 아이 데리고 자기 자리로 가시더라구요....
속으로 생각해도 오늘 말빨 좀 된다 생각했던날이었습니다.
남들처럼 빅엿을 못 먹였지만... 일단 죄송합니다 란 소리는 들었었네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속으로 뿌듯해 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