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길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김어준에게 마음의 빚은 이렇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 출마하고 정동영이 진보진영의 총대를 매고 나왔을때.. 이때만해도 개인의 성향, 정책의 방향, 정치노선 이런거 잘 몰랐습니다. 오로지 노무현과 같은편, 그 진영에서 나오면 찍는다는 생각 뿐이었져. 그래서 앞뒤 안가리고 정동영을 찍었져. 물론 정동영의 그릇이 작아보이긴 했지만 그가 잘할지 못할지 몰라도 이명박 보다는 나을꺼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동영은 떨어졌고 이명박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때 사실 돈만 있다면 이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랬듯이 이민갈 능력은 없고 사회불만만 쏟아내고 살았져. 그러다가 노통 서거하시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처럼 살았는데 제게 빛처럼 다가온 뉴스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는 꼼수다 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정치인은 정치인이고 그들의 삶이나 그들의 정책,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몰랐는데 그걸 유머와 욕설로 알려주는 뉴스였져. 생각해 보면 뉴스의 정의와 딱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신선했고 또 엄청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져. 그리고는 김어준이 나온다는 팟케, 인터뷰, 하다못해 청춘콘서트에서의 발언들까지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도 어느순간 김어준을 따라가고, 어떤 부분에서는 닮아가는 건 아닐까 싶더군요. 지금도 김어준이 나오는 팟케와 방송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보고, 듣고 있고 그 말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서 김어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는데 그 당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빚은 무지했던 저를 깨워줬다는 것이고, 이제와서 생각하는 가장 큰 빚은 김어준이 나는 꼼수다에서 노통 장례식장에서의 문재인을 언급하고 그의 그릇과 영향력을 차기 대통령급으로 표현해 준게 아닌가 합니다. 그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저 노통 근처에 측근이었을 문통을 그가 먼저 알아보고 세상에 알려줬고, 적어도 저는 그때부터 문통을 알게되어 어떤때는 고구마처럼 반응하는 그가 미웠다가 어떤때는 참고 인내해준 그가 고마웠다가 하면서 시간과 풍파가 문통을 만들어 낸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판단은 다르겠지만 저는 문통을 대통령으로 만든 공의 50%(시작이 반이고 이후에 문통을 지지하는 김어준의 발언과 영향력은 대단했져)는 김어준에게 있다고 판단합니다.(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물론 김어준이 팟케와 방송을 통해서 늘 옳은말만 하고 매번 정확한 예언을 해 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의 예언(?) 중 대표적으로 마음에 안들었던 건 안철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그는 초기 안철수에 대해서 상당히 희망적인 분석을 했고 후한 평가를 내렸었져. 안철수가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순간에도 안철수는 당시 같은 야권, 같은 편으로써 크게 쓰여질 일이 있으니 너무 까는건 좋지 않다는 논지로 몇차례 이야기 한 적이 있었습니다.(파파이스 시절)
이때 시류는 문통과 안철수가 한참 같은 편 내에서 공방을 벌릴때였고 정치권에서는 문통이 밀리고 있었지만 여론은 문통이 조금더 높은 때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때부터 안철수가 민주당을 나가서 민주평화당을 만들때까지(혹은 조금 더 지나서까지) 김어준의 스탠스는 그래도 안철수를 버려서는 안된다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김어준의 스탠스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져? 요약하면 김어준도 틀릴때가 있다 정도 되겠습니다.
그때 사람들마다 생각과 판단이 달랐겠지만 저는 안철수를 싫어하는 마음이 김어준이 돌아섰을때 보다는 빨리 돌아섯던것 같습니다.
언젠가 파파이스에서 김어준이 한 이야기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진보는 졸라 멍청해요. 자기편이 조그만 잘못을 해도 자기팀끼리 졸라까요. 보수는 안그래요. 자기쪽에서 뭔가 큰 잘못을 해도 덮을 수 있을때 까지 덮어요. 우리가 우리편을 졸라 깔 필요는 없어요."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런식의 이야기였져. 저는 이때부터 순결하고 깨끗한 우리편만이 우리편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이전부터 까였던 박영선도 어느순간엔 필요할때 나서는 모습을 봤고, 추미애는 도데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다가고 야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할땐 박수를 치게 됐져. 우상호는 병신인가 싶다가도 뉴스공장에서 국썅이랑 붙을땐 병신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져. 한창때 당내에서 싸움 많이할때는 민주당을 탈당할까 싶다가도 당내경선에 투표하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당선되면 탈당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은 사람들마다 그때그때 다르게 판단하겠져.
암튼 저는 이런 경험으로 현재 이재명껀을 봤을때 굳이 말하지 않는게 좋다는 쪽을 선택했었습니다.
사실 저의 정치적인 견해에 영향을 주는건 김어준과 일당들(김어준의 방송과 팟케에서 의견을 내는 패널 다수) 60%쯤 됐고 나머지 40%쯤은 오유시게였습니다. 대부분 김어준의 이야기가 오유시게에서도 어느정도 먹히는 분위기(?) 혹은 같은 성향의 분위기 였져. 하지만 최근에 이재명껀에 대해서 만큼은 갈리는 분위기를 보게되네요.
역시나 저는 오유시게보다는 김어준을 조금 더 의지해서 현 상황을 바라보게 됐져.
현 상황은 제가 보기에 김어준은 유보적인 입장인듯 합니다. 굳이 까기도 싫고 확실하게 안고가기도 싫고 그냥 내버려 두는게 아닌가 싶져. 김어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첫째 현 시국에 이재명의 이야기는 작은 이야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둘째 이재명 쉴드를 쳐주면 같이 욕먹어 쓸대없는 논쟁에 휩쓸릴수 있고, 이재명을 까고 버리자니 굳이 같은편을 버리는게 아까울 겁니다.(안철수 때 처럼 생각해 보면 될 듯 합니다.) 그래서 크게 언급 안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경기도 유권자가 아닌 이재명을 찍을 일 없고 제 주위에 이재명이 좋은 넘인지 나쁜넘인지 굳이 말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져. 저도 이재명 쉴드 쳐주기에는 여기 오유에서 이재명 욕글쓰는 모든 사람들을 설득할 힘도 없고, 그렇다고 이재명 욕을 같이 하면서 남경필 찍어줘라 라고 하긴 또 싫은.. 그런 기분인거져. 그래서 오유 시게에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원래 저는 그저 눈팅족 수준이었으니 안써도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오유에서 김어준에 관한 글들이 올라오는데 그에게 어떤 입장을 정하라거나, 이재명에 대해 언급하라는 식의 글을 보면서 적어도 제 생각의 글을 한 번 쓰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저에게 김어준은 위에 언급한대로 큰 빚을 안겨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 오유에서 이재명을 까는걸 굳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또 이재명을 지지할 생각도 없습니다. 누군가 남경필을 찍는다고 하면 그건 살짝 말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재명때문에 김어준을 깐다면 그건 귀찮을 글을 길게 써가면서 말리고 싶은 입장입니다. 적어도 김어준은 더 큰그림으로 우리가 놓치고 살고 있는 어떤 것에 대해서 살피고 있어야 할 그릇이고 그 내용들을 멀리 전파해주는게 더큰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이재명 사건 같은 일에 일일찾아보고 조사하고 어떤 방향으로 결론내려 사람들에게 알려주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유에 오시는 많은 분들도 이재명 껀으로 해서 김어준을 까는건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제 이야기의 결론은 사실 간단합니다.
이재명은 까도 김어준은 까지 맙시다 입니다.
이제 추가적으로 이재명에 대한 제 생각을 희망사항 섞어서 이야기 하자면..
현 시국에서 이재명은 민주당이 전국광역단체장에서 몇석을 가져가는가에서의 한석의 의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민주당이 PK 뿐만 아니라 TK까지도 먹느냐 마느냐의 정국인데 현여론조사에서 우위로 나오는 이재명을 굳이 내부에서 까고 다른 사람을 대체하기에는 많이 늦었습니다. 대체하려면 전해철과 당내경선 나왔을때 떨어뜨렸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당내경선 치르기 직전에 한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눈적 있었는데 그분 이야기로는 민주당내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이재명을 정동영계라고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전 전해철이 될줄 알았는데 그건 제 희망사항이었던 모양이더군요.
암튼 제가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민주당 전국광역단체장 15석 달성) ->
사건사고로 인한 지사직 상실 ->
전해철(또는 다른 민주당 인사) 보궐선거 당선
하지만 이재명이 경기지사 당선되면 문통에게 칼을 꽂을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재명이 문통에게 칼을 꽂을 정도가 되기도 힘들고 차기 노릴정도의 그릇으로 크기도 힘들꺼라고 봅니다. 일단 당내에서 입지가 적고,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보확찢 같은 발언이 그의 발목을 크게 잡을꺼라고 봅니다. 문통 이후에 대통령 후보는 모든 기준이 문통이 될텐데 이미 많은 사실들에게 그의 비위사실이 까져있고 그의 성정으로 보아 앞으로도 비슷한 비위들이 더 나올텐데 차기 노릴 정도까지 성장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정도 까지만 쓰겠습니다.
ps. 이재명을 크게 욕하지 않았으니 저도 일베 혹은 손가혁이라고 반대먹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