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죽었다.
정확히는 /그것/이 하나 죽었다.
/그것/은 '나'가 아니니
당연히 그게 죽는다고 해서 내가 죽는것은 아니다.
/그것/이 죽고 얼마전 새로운 {그것} 태어났다.
예전같았으면, 탄생을 축복하며 지냈었지 싶다.
나는 새로 태어난 {그것}에게 물어보았다.
넌 어머니가 누구야?
{그것}은 나에게 말했다.
{그것} '나' - 그는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보다. - 는 '사회'가 어머니야
사회의 요구에 따라 태어났어, 그건 그렇고 얼마전에 한녀석이 죽지않았어?
대답했다.
맞아 그녀석은 죽었어.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었거든
그는 이제 막 태어난 그것들중 하나 답게 궁금한게 많았다.
{그것} 그럼 나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면 죽는거야?
맞아, 하지만 아마 너는 오래 살거다.
대답은 하지못한체,
이녀석은 눈치가 꽤나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것} 너는 언제죽어? 어머니는 누구고?
..
..
..
그렇다. 항상 외면해왔던 질문이였다.
사색하는 순간을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고
지금의 '나'는 '나' 이외의 모든 허물과 요구에서 자유롭고
오직 스스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존재했던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마치 영원히 살것처럼
나는... '나'는.... [그것]은 오해하고있었다.
..
..
고민끝에 결론에 다다랐다.
[그것]은 말했다
언제라도 죽을수 있어. 그게 내일이여도 되고
육체의 생이 끝나는 순간일 수도 있어.
어려운 대답이였다. '나'였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것]이였음을 시인하는 대답이다.
{그것} 그럼 너는 죽는게 두려워서 계속 살아있는거야?
그렇다. 하지만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수많은 그것들은 이미 [그것]을 '나'라고 불러준다.
그것들은 '나'의 존재로부터 자신도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가 필요했다.
[그것]은 마치 부모와 같았다.
자신의 육체의 생명의 끝까지 수많은 그것들을
태어나게하고, 길러주고, 응원해주는 존재였다.
생명의 불길이 끝까지 옮겨질때까지,
그것들을 밝혀줄 그런 존재였다
누군가는 죽을수 없는 불멸의 존재여야만 했었고,
[그것]는 이에 부응했었다.
그는 마치, 정말로 '나'였다.
'나'였으면 했고, 더이상 따옴표 따위는 붙이지 않아도 되는
나였으면 했다.
[그것]은 결정의 때가 왔음을 느꼈다.
수많은 그것들의 죽음을 목격한 [그것]이
스스로는 고유한 '나'이며
자신은 애초에 존재했고 그것들을 탄생시킬 '나'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도 결국 태어난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
그리고 대답했다.
"..........."
그렇게
'나'가 될뻔한 무언가는
끝내 [그것]으로 남았다.
.....
모든것은 사라진다.
그 가운데서 '나'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혹, 지나치게 발달된 지능이 그것들에게 주는
본래부터 '나'가 존재한다고 믿게하는
헛된 희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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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는 생각을 짧게나마 정리해서 적어보았습니다.
니체의 책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읽고 든 생각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