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리길래 살짝 물러섰다 타려는데, "안녕하세요?" 하며 낯선 아주머님이 인사하는게 아닌가.
나는 동방예의지국의 유교걸답게 안녕하세요 하고 눈인사를 더했다.
1호로 들어가시길래 "1호 사시나봐요." 하고 사람좋은 웃음으로 웃었더니, 몇 호사냐고 되물으신다.
"저는 2호예요." 하니까, 내 얼굴은 처음 봤다며 반가워하셨다.
"그러게요. 저도 처음이네요. 아마 바깥양반만 보셨을거에요." 라고 너스레를 떨고, 아주머니와 가볍게 목례로 지나갔다.
문 닫힌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생각한다.
'왜그랬을까, 왜 묻지도 않은 바깥양반 얘길했지. 바깥양반이라는 단어는 생전 써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나온거지.'
갑자기 까꿍하며 툭 튀어나오다니.
내 마음 어딘가에, 머릿속에 바깥양반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었나?
1층 출입구를 나와 햇빛 아래서도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내 남자가 바깥양반이라면 나는 안깥양반이라고 해야되나.
아니, 안쪽아낙인가?
궁금도하여 바깥양반을 검색해봤다.
바깥양반. 집안의 남자 주인을 높이거나 스스럼없이 이르는 말 내지는 아내가 남편을 이르는 말을 뜻한다. 바깥주인, 밖주인, 사랑양반으로 부른다고도 한다더라.
안양반, 안주인이 집안의 여자 주인을 높이거나 스스럼없이 이르는말이란다.
그렇담 밖에서 일하는 여자는 바깥양반이라고 할수있나, 안양반이라고 해야하나.
성차별이라고 해야할지 고정관념 혹은 관습이라고 해야할런지. 어느 쪽에 발 붙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깨어있는 시민인줄 알았는데 고릿적같은 내 단어장에 꽤나 놀랐다. 글이 말을 얽어매고 언어가 생각을 구속한다더니, 어쩔수없는 걸 유교걸인가보다.
꿉꿉한 변명 대신, 이효리의 U-Go-Girl을 재해석한 어느 풍류객의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유교걸> 한자락을 들려주고 싶다.
<유교걸>
걸걸 헤이 유교걸 삼강오륜 남녀칠세부동석 댓 걸 걸걸 헤이 유교걸
오늘은 또 어떤 도포를 입어야 할 지
상투는 또 어떻게 트는 게 좋을 지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고민고민 하지마
오늘은 또 어떤 경전 읽어야 할지
공자님 말씀 전해야 좋을지 이건 어떠니
또 저건 어떠니 고민고민 하지마 걸
어떤 말씀 전해야 할지 주머니 속 작은 엽전 하나 꺼내서 공자가 나올지 맹자가 나올지
고민고민 하지마 걸
이제부터 강상오륜 이제부터 인의예지
이제 군자를 보여줘 지금 이순간 바로 이순간 투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