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네팔 포카라,
한국에서 온 코리안숏헤어 고양이 '나루'와, 집사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일단 나루는 변함없습니다.
물론 게으름의 소치겠지만 게으름의 밑바닥엔 무기력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군요. 솔직히 키보드를 두드릴 의지조차도 버거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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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5일과 5월 12일 두차례에 걸친 대지진.
그 이후 네팔에 지진은 물러갔지만 그에 맞춰 지독한 불황이 몰려왔습니다. 인적인 끊긴 관광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은
'10월 이후 관광시즌이 시작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반년 가까이 버텨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네팔,
인도에서 유류와 가스등을 비롯한 물자들이 넘어오지 못함으로 인해 또 다른 극심한 고통을 거의 한달 째 겪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1. 네팔이 전국을 7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눈 신헌법을 통과시키려 함
2. 네팔/인도 접경지역의 네팔쪽 지역의 네팔 부족들 - 이들 부족은 상당수가 인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고 친인도적 -이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행정구역 분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종족별 분할및 자치권인정'을 요구하며 시위시작
3. 인도정부가 외교부 차관을 네팔에 보내 신헌법 통과전에 2에서 언급한 반대부족과의 협의를 먼저 할 것을 요구.
4. 네팔정부가 기존안대로 신헌법 공표
5. 인도정부가 주네팔 인도대사 소환등 조치.
6. 2에서 언급한 부족들, 인도에서 네팔로 통하는 무역 교역로 차단. 유류/가스등 공급 막대한 차질.
7. 국경 교역로 인도측 도로엔 수천대의 물류 차량들 발이 묶인지 한 달여째. 네팔 전국 주유소 문닫음. LPG등 가스 공급중단, 생필품등 물가폭등.
8. 인도는 '네팔 내의 치안불안으로 인해 유류/가스등의 물류 공급을 부득히 중단한다'고 발표, 네팔측에서는 신헌법에 불만인 인도가 국경 시위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생각, 전국적으로 반인도 여론 확산. 그 근거로 국경시위는 헌법 통과 전에도 여전했으나 물류공급에 차질이 없었다가 헌법 통과후 제한 한 것을 듦. 시위대들은 '부족별로 주편성을 다시 하고 헌법 개정할 것'을 요구하며 계속 시위중.
9. 네팔정부는 얼마전 새 총리가 선출된 후 인도측과 시위대측과 접촉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지지부진.
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루와 저에게도 조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태 지내던 근처 한국식당 사장님 댁에서 떠나 한달간 다른 게스트하우스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겼었는데요. 그곳에서 나루는 동네 터줏대감인 네팔고양이에게 학대를 당하는 고초를 겪다가 결국 뒷산으로 도망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져서 부득이 다시 예전의 거처로 돌아왔습죠.
집안에서만 자란 순둥이 나루에게 '생존의 본능'으로 똘똘 뭉쳐진 거친 발정기의 네팔 숫고양이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더구나 나루는 중성화 수술을..
<창 너머로 페와호수가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전망과 아늑한 공간이었는데...>
<나루에겐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네팔냥을 경계하는 연속이었나 봅니다. 항상 문쪽을 쳐다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더라는...>
<밖에 외출도 잘 하지 않고 저렇게 있는 날이 많았죠..>
<장농위에 올라가서 저렇게 문을 경계하고 있었죠>
여튼 예전의 넓은 정원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잘 지냅니다. 나루는 햇볕 좋을 때 데굴데굴 구르면서 일광욕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암튼 나루가 다시 평온을 되찾아서 다행입니다.
근데 안타까운 소식은 예전 숙소로 다시 돌아와 보니 나루만 보면 항상 따라다니던 캔디가 집을 나갔다는... 그리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캔디를 항상 성가셔하던 나루도 아마 캔디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을 듯...캔디야 빨리 돌아와. 넌 이성을 따라 나갔지만 넌 아직 집이 필요한 나이잖아..
그리고 저는 요즘,
오직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살고 있습니다.
팔자에도 없던(?) 대지진을 두 번이나 겪고 참아 냈는데...이제 유류난/가스난이라니.. 암튼 지진을 이겨냈듯이 이번 어려움도 잘 이겨내고
호숫가 거리에 관광객이 술렁거리는 예전의 모습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순조롭게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어느 섬 빈집에 둥지를 틀고 제 3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더이상 지치기 전에...
- 네팔에서 아카스네팔 올림.
* 덧붙임 : 어제가 제 생일이었다는 것은 씁쓸짭쪼롬한초콜릿에소주타먹는 느낌적인 기분이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