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컴퓨터 전원을 단체로 꺼버리는 실험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폭력게임은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부추기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뉴스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기획은 훌륭하다고 본다. 폭력게임은 사회에서 폭력을 부를 확률이 높고 실제로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때문에 경종을 울린 것 언론으로써 잘 한 일이다. 그런데 그 실험과정이 나쁘다는 비판이 있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실험이 매우 ‘폭력적’이었다., 피시방에 몰래카메라는 설치하고는 갑자기 두꺼비집의 퓨즈를 내려버려서 컴퓨터 전원이 꺼지고 게임을 방해받은 학생들이 욕설을 내뱉는 것을 방송한 것이다. 과연 MBC 기자실의 전기가 순간적으로 끊겨도 기자들이 침착하게 상황변화에 순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게임의 해악성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확실히 밝힌다. 게임을 하는 것은 득 보다는 해가 많다. 이왕이면 게임을 안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폭력게임은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학생으로서 이번 MBC 의 피시방 실험이 기분나쁜 것은 피시방에서 게임이나 하는 학생들은 존중받을 필요가 없다는 듯한 태도, 결론이 옳으니까 실험에서 다소 무리한 것은 괜찮다는 MBC 기자의 대응 때문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무려 공중파 기자로 입사했다는 엘리트 의식이 은연중에 깔려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게임이나 하는 학생은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으며 계도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가 머리에 박혀있지 않나 의심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 인터뷰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폭력게임이나 하는 네티즌들의 성토를 그저 우습다고 여기면서 고소를 입에 담는 것을 보면 확실해진다.
사회적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방송사에서 피시방 이용객들을 잠재적 폭력자로 굴레 씌워버리면 서럽다. 피시방은 괜찮은 공간이다. 8천원 정도면 따뜻하게 밤새 보낼 수 있고 컵라면에 과자 정도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술 또는 과제 때문에 밤늦게 대중교통이 끊겨 피시방에서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다. 물론 학생으로서 치열하게 하루하루 도서관에서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옳은 삶의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시방에 있는 학생들이 이미 글러먹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예능데스크라고 불리면서 주말마다 신선한 즐거움을 줬던 MBC <뉴스데스크>, 참 좋은 프로다. 그런데 이번 특별기획은 실망스럽다. 항상 공정을 말하고 부패정권에 저항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고 외치는 MBC에서 정작 젊은 학생들을 이런식으로 대접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먼저 실험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 ‘피시방에서 폭력게임이나 하던 청소년들’에게 사과했으면 한다. 그리고 피시방 폭력학생 실험이 심리학과 교수님의 자문대로 이뤄졌다면 교수님도 사과하시는 게 옳다고 본다. 사회 계몽적 메시지도 좋지만, 비록 게임에 빠진 학생들일지라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