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중 어디에 올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날 바다 감상이 올라온 걸 보고 여기에다가 올립니다;; 몇분이나 읽으실진 모르겠지만...(시사게시판이라면 많이 보겠지만, 거기에다가 올리긴 좀 그렇고?;;)4월에 봐놓고 감상글 작성이 너무 늦었네요.ㅠㅠ
암튼 서두는 이쯤에서 생략하고, 시작합니다! 다른 공연들 감상글도 순차적으로 올릴게요!
(사진 출처: 한겨레21)
4월 3일 관람. 사실 이미 작년 여름에 <혜화동1번지> 2017년 프로젝트에서 첫 주 공연으로 상연했지만 그땐 잘 몰라서 가지 못해 놓쳤던 작품이죠.ㅠㅠ
연극제의 첫 작품, 그것도 첫날 공연! 미리 기사를 통해 보고서 손꼽아 날짜를 기다렸다가 두근두근하며 안산으로 지하철 타고 출발했습니다. 너무 늦을까봐 일찍 나갔더니 한 시간이나 빨리 도착했더라고요;; 기다리느라고 편의점에서 산 음식으로 극장 앞 공원에서 대충 저녁 때우고, 참. 극장을 찾느라 헤맬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지척에 있더군요. 안산과는 연고가 전혀 없어서 몰랐는데 우리집에서 고작 지하철로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니..
해당 역인 고잔역에 내려보니 출구 바로 앞에 고대안산병원이 보이더군요. 사고 당일날 피해 생존학생들이 실려갔는데,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병원 관계자들이 눈을 피해 뒷문으로 학생들을 들였죠. 그랬더니만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이기심은 돌아보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 외면한 고대안산병원, 학생들 몰래 입원시켜'어쩌구 였나? 아무튼 이런 쓰레기 같은 타이틀의 기사를 내보냈다가 욕 엄청나게 먹고 기사를 삭제한 곳도 있다죠? 몰려드는 기자들에 화가 잔뜩 난 병원 관계자 중 누군가가 “기자들 뽑아버려!!”하고 소리를 지르자 지지 않고 “우리가 잡초냐, 뽑아버리게!”하고 소리지른 기자도 있었죠. 자기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있는지는 모르지?? 생존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할 때 이런 성명서를 냈을 때는 부끄러워하긴 했으려나??
[(전략)빨리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와는 달리 많은 기자들이 우리를 둘러싸 사진을 찍고,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사진을 찍을 수도, 질문에 대답할 상황이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바빴습니다. 아직도 기자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가 저희에겐 다신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팽목항으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기전까지도 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강제로 찍었습니다. 싫다고, 하지말라고 했지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촬영을 감행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카메라 뒤로 보이던 한 기자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저희에게는 불안과 공포의 연속이었습니다. 많은 기자들을 차단하지도 않고 저희들을 방치했습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권유했고 그 역시 친구들에게는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의 생사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중략)
사고로 인한 많은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와전되어 오보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특정 정치인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들이 마치 생존자 학생과 가족들이 사고를 어떤 기회로 삼으려는 듯이 기사 내용에 표현되었고 그런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우리 모두를 비난했습니다. 그 비난은 또 다른 상처로 저희들에게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후략)]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21&aid=0000890336)
하여간 기레기들-_-
그리고 지하보도를 통해 건너편으로 가서 중간 공원을 지나치면 바로 극장입니다! 나름 중형급 극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길 바랐는지 티켓값이 고작 5천원이더라구요. 오오!(심지어 그것도 예약을 하고가면 4160원으로 할인!)....그리고 조금만 걸으면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와 단원고가 있고요ㅠㅠ
저는 이날은 가지 않았지만 며칠 후에 기어이 화랑유원지를 방문하게 됩니다. 아무튼...이날은 막 필락말락한 벚꽃 꽃망울들이 참 예쁘더라구요...
연극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공연하는 극단은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입니다. 네...아시겠지만 피해자 가족분(딱 1명만 생존자 가족이고 나머지는 전부 유가족)들이 직접 배우가 되어 연기하는 극단이죠. 이 작품도 원래는 치료프로그램을 위한 연극을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한 것이라고 하네요.
첫날이라 그런지 OBS에서 촬영팀이 와서 찍고 있더군요. 보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도 했고요. 저도 했습니다, 하하. 나왔는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제목이 내용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더라구요.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의 이웃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뭐 요약하자면, 서먹하고 서로를 오해하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모두 화해하고 오해도 풀고 사이가 좋아지는 이야기! 이웃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다시 이웃에게 위로받고 치유되는 이야기지요. 장르도 코미디라 개그씬도 많았고 해피엔딩이라 기뻤네요. 중간에 이상한 유언비어 카톡들이나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던 말을(돈을 받아서 팔자 폈네, 명문대 보냈네, 어쩌구) 그분들이 대사로 직접 읊는데 상관없는 사람들도 화가 나는 걸, 직접 반복하시는데 괜찮으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ㅠㅠ
배우분들은 전부 여자인데 어째 배역들은 청년, 아저씨, 할아버지 등 남자도 있습니다. 의상과 분장이 그럴듯해서인지 목소리만 빼면 진짜 남자 같더라구요, 하하;; 연출분도 시작 전에 보다보면 남자의 향기가 날 거라는 말을 하더니만;;(그와 함께 연극은 처음이라 지금도 무대 뒤에서 떨고 계시다는 얘기, 할 때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하시더군요, 하하;;) 아, 물론 연기도 꽤 괜찮았구요. 특히 작중에서도 유가족 역할을 맡으신 분! 회상신으로 나오는 사고 이전 밝은 모습과의 갭이 참... 연극 속 대사로만 들리지 않는 대사들도 많이 와닿았구요.
"저는요, 할아버지가 부러워요. 아이를 만질 수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그래요, 다 저희가 나쁘대요."
"최순실 나쁜년. 박근혜 못된년. 뉴스는 제이티비씨!!"
"따뜻한 쌀밥 한끼 먹이고 싶은디. 김치찌개에..."
관객들이 웃다가도 훌쩍거리고ㅠㅠ
얼마나 차갑고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아프고
피지도 못했던 아름다웠던 꽃들, 아무 잘못없이 사라져 버린 꽃들
씻겨지기 힘든 그들의 상처
설레었던 마음이 한 순간에 고통으로 바뀌고
페이스북 카톡으로 구조요청을 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고
두 눈과 두 귀를 막고 자기들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지
가만 있는 어른들 높은 분들은 모른척 하는 걸까
부끄럽지도~ 않느냐!(*랩 부분. 이 부분을 맡으신 유가족분의 아들이 실제로 랩을 좋아했었다고...)
피어보지 못한 작은 꽃들아, 너무 빨리 져버렸구나
불러 봐도 불러 봐도 대답없네, 이제는 좀 쉬어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울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아프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울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아프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울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아프지 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
관객석에서 일제히 훌쩍거리는 소리, 휴지 꺼내는 소리, 나중에는 반복되는 후렴구를 조용히 따라부르는 소리 등이 나더군요.ㅠㅠ 아, 이렇게 가사를 타자 치는 지금도 울컥.ㅜㅜ
그건 그렇고..단원고는 이 연극의 상연을 결정했다가 갑자기 번복하고 거절하여 또 유가족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합니다. 이 학교는 대체 왜 이래?ㅠㅠ 교사포함 262명을 한꺼번에 잃은 당사자들이잖아요!기억교실 문제도 당사자들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희생학생들을 명예졸업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애들을 무슨 불량짓해서 퇴학당한 것마냥 제적 처리하고는 몇 달간 알리지도 않고(하긴 알렸으면 항의를 받았을 테니 더 숨겼겠지...하지만 나중에 알려지면 더한 항의를 받을거란 생각은 못한 걸까요?) 뒤늦게야 알게 된 유가족들이 항의하자 ‘원래 사망하면 제적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고 변명했다가, 그런 것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알리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된다고 항의하자 원칙이라더니 다시 번복해서 제적을 취소하지를 않나, 학교 곳곳에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었는데 다시 덧칠해서 지워버리지를 않나...이쯤 되면 4주기 때 추모행사를 열어주기라도 한 게 기적이네요. 아직도 학생인 유가족이 단원고에 다니고 있어서 안 하기엔 눈치가 보여서 그랬나?? 아무튼 학교란 것들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의 상징이라니깐!!!!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서
[어린 생명의 죽음을 사람들은 ‘꽃다운 죽음’이라고 부른다. ‘더 귀한 생명’의 상실 앞에 안타까움을 보내는 사람들이 정작 살아 있는 어린 존재들이 어른에 비해 낮은 대접을 받는 현실은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육체적 생명에는 더 높은 가치가, 사회적 생명에는 더 낮은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역설.(중략)
과연 더 귀한 생명, 더 귀한 존재가 따로 있는 걸까. “아이들아 미안하다”라면서도 어린 존재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현실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지켜줄 권한을 가진 어른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의 감정일 수 있다.
세월호참사를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에 찾아든 미안함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만으로 설명할 때,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또다시 어린 존재들은 배제된다. 우리에게 좀더 중요한 건 ‘어른으로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아 아니라 ‘시민으로서 이런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세월호참사가 요구하는 정치적 책임에는 이 사회가 어린 존재들을 대해온 방식을 성찰하고 그들과 어떻게 동료 시민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려는 도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어린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고 상실의 의미를 공유하는 데는 무능한 학교가, 그들에게 공부라는 본분을 강요하는 데는 놀라운 유능함을 보인다. “애들이 휩쓸릴 우려가 있어요.” 모방성이 강하다고 짐작되는 이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학교는 ‘슬픔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도 열심이다.]
이런 말들을 한 것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ㅠㅠ 형제자매 유가족들이 동병상련이라고 함께 다니니까 '학교 분위기 흐리니 몰려다니지 말라'고 한 학교도 있었다고 하고... 2015년경에는 유가족 11명이 다니는 어느 중학교에서 한 학생한테 "다른 애들은 조용한데 너만 왜 유난이니?"라고 한 교감도 있었다고 하고, 어휴 진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