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할머니."
"아이구, 또 고냥이들 사진찍고 있었어?"
"아, 네."
"아이구, 집까지 만들어놨네. 이건 또 뭐여, 이 크다란 건?"
"아, 사료에요."
"아이구야, 요것들 맥인다고 이 크다란 거까지 산거여?"
"네. 저번 사료가 다 떨어져서요. 이번에 큰걸로 하나 샀어요."
"돈도 많다. 이런거 살려면 비쌀거 아녀?"
"아니에요. 얼마 안해요."
"그려? 에구 그래도 참 지극정성이여. 요놈들은 지 집이라고 떡 들어앉아 있네?"
"하하....."
이제 슬슬 물어봐야겠다.
"할머니 혹시 제가 얘네들 밥주고 집만들어 주는거 마음에 안드시나요?"
"아니 뭐 난 상관없는데, 학상이 수고시럽겠어서 그렇지. 그런데 집은 왜 만들어 준겨?"
"추워하길래 남는 박스에 방석 깔아주니까 쏙 들어가네요."
"허허, 아무튼 요것들도 복이여. 집도 줘, 밥도 줘, 사진까지 찍어 줘."
할머니는 의외로 별 거부반응 없이 넘어가셨다. 재밌는 건 사진찍어 준다는데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계신거 같다는 것. 처음 할머니와 고양이들을 봤을 때 사진기를 들고 있었는데 요런것들도 사진까지 찍어
주냐고 말씀하셨었는데 이번에도 그 말씀을 하신다. 아무튼 무난하게 할머니께서는 청소하러 들어가시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이후로는 정말 하루하루가 쉽게 넘어간 것 같다. 나로서도 가장 큰 고비였던 할머니의 반대를 쉽게
넘겼고 요녀석들도 훨씬 따뜻하고 좋은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맘때 쯤 요녀석들과도 조금
더 친해져서 이제는 담배를 피러 밖에 나갈때도 녀석들의 집 바로 앞의 난간에 앉아도 녀석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발걸음 소리만 나도 얼굴만 비쳐도 얼른 내빼는 녀석들이 나는 코앞까지 가
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녀석들과의 장난도 더욱 쉬워졌다. 나와 창문 사이에는 허리높이의 냉장고가 있어서 예전에는 짧은 운동화
끈으로 녀석들의 손에 닿게 하기 위해 허리를 많이 구부리고 한손으로 체중을 지탱해야 했었다. 그런데 집
이 생기니 요녀석들이 그 위까지 올라와서 장난을 친다. 허리도 많이 굽히지 않고 더 자세히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가끔식은 새끼녀석들이 운동화 끈을 쫓다가 창문 위로 올라오기까지 했었다. 덕분에 녀석들
과의 터치도 더 많아졌다. 물론 너무 닿으면 얼른 도망가버리긴 했지만 그 전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우선 녀석들과 끈으로 논다. 녀석들은 낚여서 상자위에서 폴짝거리며 뛰어논다. 녀석들이 끈을 문다고 고
개를 숙이고 있을 때 끈을 든 손으로 녀석들의 머리나 몸을 살짝 만진다. 녀석들은 이때 영문도 모르고
멍하게 4초정도 있는데 나는 그 녀석들의 얼굴이 너무 귀엽다. 그러다가 내 손을 인지하면 얼른 상자 밑으
로 내려간다. 녀석들의 털도 보드랍지만 난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요녀석들이 이제는 여기서 눌러 산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는 식만 해
결했다면 집을 만들어 준 이후로는 요것들이 여기서 숙식을 해결한다. 상자집을 만들어 준지 이틀 후 7시
까지 안가는 녀석들을 보다가 12시에 다시 나와 보고는 정말 놀랐다. 녀석들이 상자 속에서 자고 있었다.
정말 맘에 들었나보구나 하고 흐뭇했는데 이제는 정말 화장실 갈때 말고는 상자집에 있는 것 같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보이거나 하면 조금 오래 있다가 돌아오긴 하지만.)
그렇게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녀석들은 집에서 자고를 반복하던 어느날...
아침에 밥을 주러 나갔다. 그런데 ........... 있다.
그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