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과거라는건 없는양 현재만 바라보는 사람인데 어느날 갑자기 온갖 과거일들이 쓰나미처럼 생각나고 괴로워지는 날이 있어요. 주로 생리 며칠전에 그러는데 그럴때는 정말 자존감이 바닥을 치죠.
오늘은 그날도 아닌데 갑자기 떠오르네요. 제 20대 전체가 말입니다. 왜 나는 그때 그리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끌려만 다녔을까요. 기준이라는게 없어서 저에게 좋다는 표현만 해도 바로 넘어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었었어요. 나쁜건지도 모르고 여친있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그러다 어느 한 사람에게서 저는 너무 을을 자처했었어요. 제가 혼자 너무 좋아했었거든요. 그 사람은 그래도 나쁜사람은 아니라 이런 저를 이용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그냥 도망가버렸죠. 충격은 더 컸어요. 갑자기 사라졌기때문에. 만난건 반년이었지만 3년을 방황했어요. 아무도 몰랐지만 공황장애도 왔었어요. 그래도 세월이 약인지 진정이 되어가고있는데 그 사람에게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한테 연락오듯 연락이 왔고 저는 또 아무 생각도 없이 반갑게 통화를 하고 끊었어요. 그 이후 무슨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따끔하게 전화하지 말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왜 전화를 받아주고있었을까요. 정말 병신년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런 일도 이젠 거의 10년이 되어가는데도 가끔 생각이 나요.
사랑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서 내 생각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던 그때. 남들 눈엔 착하고 올바르게 자란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빈껍데기일뿐이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는것을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내자신은 언제든 버린채 누구에게나 맞춰주고 변할려고 했었던것 같아요.
그사람 때문에 저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니 전화위복일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조금 더 당당하게 살지 못한 예전의 제가 한심하고 부끄럽고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가끔 생각나 이렇게 마음을 후비는걸 보면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