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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게시물ID : readers_318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발저
추천 : 1
조회수 : 1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8 0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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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축축한 쓰레기가 서점 구석에 널 부러진 곳, 행인들의 토사물 냄새와 지갑에서 갓 꺼낸 돈 냄새가 진동하는 이 도시에 온 지도 어느 덧 6개월이 지났다

몸 누일 정착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내 삶의 행로는 암담했기 때문에 이 도시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나약한 종이 그러하듯 난 내 굴속으로 하루하루 파고들었고 무서운 침묵과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바들바들 떨었다

내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은 무소의 뿔처럼 자라났지만 지탱하고 있는 피부의 양분을 빨아먹는 기생충으로써 공생했다

탄력을 잃은 피부는 늘어졌고 눈 알은 찰흙에 박힌 쇠구슬 마냥 피부에서 미끌 거렸다

매일 매일 초점 없는 눈은 구직 사이트를 의미 없이 부유하였고 형체 없는 말과 형체 있는 돈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 하였다

다섯 평 남짓한 내 둥지 안에서 내 날개는 대붕이었지만 다섯 평은 내 날개를 펼치기엔 터무니없이 좁았다

날아가려면 날개 짓을 하기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주변의 휘황찬란한 모텔에 기운을 빨려서 앙상한 줄기를 내렸지만 성인용 찌라시와 담배 꽁초가 거름이 되어 나름 최신식의 보안 설비를 갖추고 있는 이 빌라에서 내 둥지는 말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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