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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게시물ID : readers_31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발저
추천 : 1
조회수 : 1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8 07: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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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떤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머리도 띵하고 한번 써보자 라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지금 흐르는 것처럼 글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인스턴트식품 같은 글인가 싶으나, 인스턴트식품에도 어느 정도의 영양소는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는 감히 인스턴트식품같다 라는 수식어도 못 붙이겠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꾸준히 쓰면 뭐라도 나오겠지. 뭐라도 되겠지. (소설가 김중혁씨의 위대한 말씀을 한 번 인용해 보았다.) 인스턴트식품도 많이 먹으면 배라도 나와서 나중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용도라도 되지 않은가. 또한 배가 나오면 곰돌이 푸같은 포근한 인상은 덤이다. 물론 역효과도 주의해야겠지만.

지금이 딱 새벽 4시다. 5평 남짓한 자취방에 정적만이 감돌고 가끔 깜빡거리는 형광등으로 책상 위 해커스 토익 제목이 반짝거린다. 이 주제도 없고 목적도 없는 글에 상황묘사를 해서 어디다 쓰겠냐 만은, 인스턴스식품 포장지에도 함유성분 표기는 법적인 의무라 혹시나 왜 소설에 상황묘사가 없어?’ 라고 독자 관리위원회에서 의의를 청구하면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실제로 할 말이 없기 때문) 영락없이 소설 쓰기를 중지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몇 자 나마 남겨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주제에 관해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멋대로 움직인 손에서 자꾸 인스턴스식품을 언급하기에 오늘은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인스턴트식품. 영어로 instant food. instant 1. 즉각적인 2. 인스턴트의 (식품) 라고 네이버 어학사전에 표기 되어 있다. 예문으로 She took an instant dislike to me. 그녀는 즉각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가 쓰여 있다. 너무나도 잘 와 닿는 예문에 instant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그 여자아이는 나를 왜 그렇게도 싫어했을까. 샤워를 3일에 한 번씩 하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허세부리는 그 성격이 무엇보다도 싫었을 것 같다. 철없던 10대를 돌이켜 보면 성인이 된 지금도 오글거림에 이불을 뻥뻥 차곤 하지만 그 때만큼 풋풋했던 시기도 다시는 안올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역시 오글거리는건 못 참겠다.

인스턴스식품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하게 한 끼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꿀 같은 간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회사에서 주로 구매하는 믹스커피는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상투적인 글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막상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글을 쓰자니, 기본 지식도 없고 어깨 넘어로 주워들은 흔하디흔한 말밖에 쓸 말이 없어서 일단 서두로 한 번 던져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 쓴 글처럼 인스턴트식품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방부제와 같은 화학첨가물이 몸에 안 좋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 때문이다. 실제로 햄버거만 30년 넘게 먹은 미국의 한 젊은이가 요절했는데 그 시체가 몇 달이 되어도 썩지 않았다는 괴담도 있다. 나도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지만, 맛있어서 자꾸 찾게 되므로 애증의 친구 같은 존재다. 좀 생뚱맞지만 내 글도 인스턴트적인 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 읽어도 득은 없을텐데... 하면서도 찾게 되는. 오히려 해로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찾게 되는. 그런 글. 내 원대한 목표이자 지향해야 할 작가로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보편적인 작가의 의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나는 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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