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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머리도 띵하고 한번 써보자 라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지금 흐르는 것처럼 글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인스턴트식품 같은 글인가 싶으나, 인스턴트식품에도 어느 정도의 영양소는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는 감히 인스턴트식품같다 라는 수식어도 못 붙이겠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꾸준히 쓰면 뭐라도 나오겠지. 뭐라도 되겠지. (소설가 김중혁씨의 위대한 말씀을 한 번 인용해 보았다.) 인스턴트식품도 많이 먹으면 배라도 나와서 나중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용도라도 되지 않은가. 또한 배가 나오면 곰돌이 푸같은 포근한 인상은 덤이다. 물론 역효과도 주의해야겠지만.
지금이 딱 새벽 4시다. 5평 남짓한 자취방에 정적만이 감돌고 가끔 깜빡거리는 형광등으로 책상 위 해커스 토익 제목이 반짝거린다. 이 주제도 없고 목적도 없는 글에 상황묘사를 해서 어디다 쓰겠냐 만은, 인스턴스식품 포장지에도 함유성분 표기는 법적인 의무라 혹시나 ‘왜 소설에 상황묘사가 없어?’ 라고 독자 관리위원회에서 의의를 청구하면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실제로 할 말이 없기 때문) 영락없이 소설 쓰기를 중지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몇 자 나마 남겨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주제에 관해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멋대로 움직인 손에서 자꾸 인스턴스식품을 언급하기에 오늘은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인스턴트식품. 영어로 instant food. instant 는 1. 즉각적인 2. 인스턴트의 (식품) 라고 네이버 어학사전에 표기 되어 있다. 예문으로 She took an instant dislike to me. 그녀는 즉각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가 쓰여 있다. 너무나도 잘 와 닿는 예문에 instant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그 여자아이는 나를 왜 그렇게도 싫어했을까. 샤워를 3일에 한 번씩 하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허세부리는 그 성격이 무엇보다도 싫었을 것 같다. 철없던 10대를 돌이켜 보면 성인이 된 지금도 오글거림에 이불을 뻥뻥 차곤 하지만 그 때만큼 풋풋했던 시기도 다시는 안올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역시 오글거리는건 못 참겠다.
인스턴스식품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하게 한 끼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꿀 같은 간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회사에서 주로 구매하는 믹스커피는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상투적인 글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막상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글을 쓰자니, 기본 지식도 없고 어깨 넘어로 주워들은 흔하디흔한 말밖에 쓸 말이 없어서 일단 서두로 한 번 던져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 쓴 글처럼 인스턴트식품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방부제와 같은 화학첨가물이 몸에 안 좋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 때문이다. 실제로 햄버거만 30년 넘게 먹은 미국의 한 젊은이가 요절했는데 그 시체가 몇 달이 되어도 썩지 않았다는 괴담도 있다. 나도 인스턴트식품에 관해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지만, 맛있어서 자꾸 찾게 되므로 애증의 친구 같은 존재다. 좀 생뚱맞지만 내 글도 인스턴트적인 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 읽어도 득은 없을텐데... 하면서도 찾게 되는. 오히려 해로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찾게 되는. 그런 글. 내 원대한 목표이자 지향해야 할 작가로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보편적인 작가의 의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나는 라면으로 배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