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개월차 신입이에요
오늘 권고사직 당했네요
처음 입사했을때부터 팀장이랑 사이가 안좋았어요
제가 사회초년생이라 너무 모르는것도 많았고
제 사수(1년반 선배)는 조용하고 혼자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저는 이런저런 질문도 많고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 못되어
알아서 하는걸 좋아하는 팀장하곤 맞질 않았죠
입사한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시작된
외모.. 몸매... 그리고 지독한 지적.
스키니부터 치마까지 일일히 지적하고
팔뚝에 목짧은거까지
그렇게 해서 남친이 생기겠냐며(훨씬 더 심한말도 많았습니다) 끝없는 조롱과 소문들.
전 너무 지쳤어요.
저도 무던히 넘기는 성격이 못되어
화장실에서 펑펑 울고 매일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아침에 일어나는게 천근만근 힘들고 회사가는게 고문과 같았죠
워낙 예민한 성격에 스트레스받으니 간수치는 올라가고..위염도 오고요.
사무실에서도 워낙 유명했어요
뻥뚫린공간에서 50명 정도가 근무했는데
저랑 팀장 사이 안좋은게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거든요
사소한 실수하나에도 서류를 내던지며
다시해오라고 생각이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팀장과
주섬주섬 서류를 주으며 남몰래 눈물훔치던 저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는 둘의 관계였죠
1년만 버티자
퇴직금은 받고 나가자(퇴직금 포함 연봉계약함), 라는 맘으로 매일 실랑이하며 버티길 10개월..
오늘, 사장과 마주앉아 얘기를 끝마쳤네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게
미안하다며, 6월부터 출근 안해도 2달치 월급 날짜맞춰 나갈것이고 권고사직 처리에 퇴직금까지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도 일이 바쁘니 6월말까지 출근하겠다며(일이 바빠서 동료들에게 떠맡기기 싫었어요.. 저 나가면 두배의 일을 해야하니까)
사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힘들면 언제든 휴가내고 안나와도 된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장.
중간에서 나름 힘들었겠죠
둘 중 하나의 편을 든다면 어쩔수없이 중간관리자인 팀장 얘길 들어야 했던 걸까요.
저에겐 약 5달의 자유시간이 생겼네요
갑자기 돈도 많아진 기분 들고요..
하하하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퇴직금 받고 개인사정으로 퇴사할 생각했던 내 계획보단 훨씬..
잘 풀린건데.
사장도 내가 미워서 쫓아내는게 아니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요.
권고사직이라는 말이 맘에 박혀 빠지지 않는것 같아요
내나이 올해 겨우 스물 셋, 첫 직장이었는데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아닐지............
다음 직장에선 더 잘할 수 있겠죠?
저 토닥토닥 한번만 위로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