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외동아들로 이쁨도 받고 그만큼 엄마아빠랑도 가깝게 지내면서 부유하지는않지만 산동네 꼭대기 작은 방하나있는 집에서 즐겁고 쾌활하게, 다른 또래아이들과 다름없이 잘자랐어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아빠는 술을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술안먹을때는 정말 평화롭고 문제없던 집안이 아빠가 술만먹으면 항상 우는 엄마, 깨진 베란다 창문, 욕이 난무하는 집안상황.. 아빠는 항상 어딘가에서 빚을 지고 왔고, 술을 먹고 그걸 엄마에게 갚으라며 갖은 협박을 했어요 칼로 찔러죽인다 잘때얼굴에 뜨거운물을 부어버린다 이런말들은 아무렇지 않은 예삿말이었고.. 엄마는 정말 착하고 순진하고 술한잔 할줄모르며, 다만 다행이었던건 악바리 근성이 있었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커리어우먼이었어요. 어릴때부터 항상 엄마가 집안의 기둥이었고, 아빠는 잘 일하는가싶다가도 또 금방 노름판에 가서 돈을 다잃고 또 빚까지 져가며 노름에 매달렸어요. 그렇게 집에 빨간딱지가 붙는것도 예삿일.. 결국 제가 중학교 3학년때 어느날과 같이 아빠가 술을 잔뜩 먹고 엄마를 괴롭히던날, 삼촌이 집에와서 그걸 제지하고 엄마는 삼촌네 집으로 피신을 갔고 저는 아빠와 둘이 살았습니다. 저는 항상 둘사이에서의 중개인이었고, 어릴때부터 그래서그런지 엄마아빠도 무슨일이 있으면 항상 저에게 상담을 하곤 했습니다. 술만 안먹으면 아빠는 굉장히 재밌고 정많은 사람이라.. 아빠랑 둘이 사는게 전 나쁘지 않았어요.
자주 맛있는것도 해주고, 그래도 아빠는 술먹고 저에게 행패를 부리진 않았어요 제말은 다들어주고 저도 아빠말을 잘들어줘서.. 그래서 정말 아빠가 죽일만큼 미울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미워할수 없이 불쌍해 보일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아빠의 사죄로 엄마는 다시 돌아왔고 또 행복해지나 싶은즈음, 또 아빠는 술을먹고 빚을만들어 엄마에게 몇천만원의 돈을 갚으라며 협박하기 시작했고 결국 어느날 저와 엄마는 짐을 싸들고 따로 집을 구해 나왔습니다. 그게 고3때였어요.
그렇게 22살까지 엄마랑 살면서, 아빠가 정말 불쌍했습니다. 항상 술먹고 전화가 오고, 어느날은 친구들과 여행을 갔는데 자살할것 같은 문자를 보내서 제가 놀래서 급하게 다시 돌아온적도 있고, 항상 저는 엄마아빠 둘다 잘못했지만 엄마가 말을 좀만더 유하게 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일이 오진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엄마를 탓한적도 많고 반대로 아빠에 대한 마음은 그저 왜 저렇게 인생을 살까 불쌍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아마 어릴때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렇게 몇천만원씩 날려먹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서 아빠에 대한 증오같은게 안 쌓이게 아닌가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제가 군대를 갈 준비를 하게 됐고, 어쩌다보니 기적적으로 또 화해가 되서 엄마아빠는 같이 살게 되었고, 저는 이제 다신 아니겠지 라는 안정감을 가지고 군대를 갔습니다. 별탈없이 군생활을 잘 해냈지만 군생활중에도 가끔 또 전처럼 큰돈이나 크게 행패를 부린건 아니지만 자잘하게 노름을 해서 또 엄마한테 그 돈을 타서 갚고, 일주일 뼈빠지게 일해서 번돈을 주말에 노름에 다 꼴아박고 하는일들이 간간히 있었지만 전처럼 큰일들은 아니어서 아 그래도 아빠도 나이를 먹고 정신을 차리는구나- 싶었어요.
이상하게 이정도 글을 쓰다보니 제가 엄청 불행하게 산것 처럼 글이 써지는데.. 저는 그렇게 살면서 힘든적이 없었거든요. 뭐 가화만사성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집과 제 세계는 따로 분리해서 살아온 느낌이었어요.
어릴때부터 키도 크고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았고, 공부도 곧잘하고 생김새도 기가 쌔게 생긴지라 누가 절 건드는법도 없었고, 뭐랄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잘한 일들 말고는 인생이 정말 순탄했어요. 단 하나 이런 집안일들 빼고는.. 아마 엄마가 절 어릴때부터 정말 잘 키워주려고 노력해서 이렇게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것때문에 집안에 이런 일들이 있어도 이 일들의 크기만큼 제가 사는데 영향을 안받은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지금 음악을 해요. 어릴때부터 음악을 정말 좋아했고, 잘했어요. 서태지노래에 미친듯이 춤추고 휘성 노래를 축제마다 나가서 상을 휩쓸며 꿈을 키워왔고 공부는 그래도 해야한다는 엄마의 생각에 대학 붙은후 20살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지금은 이제 군대를 다녀와서 정말 세상에 제 음악을 들고 나갈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어요.
군대를 제대하고 저는 전보다더 강해진 인내심과 끈기 행동력으로 제 꿈을 위해 준비해가고 있었고, 엄마도 가끔 걱정은 했지만 제 꿈을 응원해줬고 아빠도 워낙 잔소리를 안하는 타입이라 그냥 너 하는거 열심히 해라- 하며 별말씀이 없으셨어요.
물론 어릴때의 패기는 줄어들었지만 노련함과 경험을 가진 제 자신감은 갈수록 더 확신에 찼어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해나가는 도중이었어요. 음악을 하면서 정말 힘든일도 많았고 사람때문에 울고 웃은일도 많았지만, 전 정말 꿈을 좋아해서 항상 꿈꾸며 그 무엇도 저를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아빠가 제가 제대하고 나서도 자꾸 술을 잔뜩 먹고 집에 와서는 전처럼 뭘 깨부시진 않지만 엄마한테 욕을 하고 돈을 달래요. 전처럼 몇천만원도 아니고, 예전처럼 힘도없어서 난동을 피우지도 못해요.
근데 이제는 정말 그걸 맨날 당하고 살아온 엄마가 불쌍해졌어요. 어릴때는 아빠가 더 불쌍하게 느껴졌는데, 크고보니 그동안 엄마가 짊어지고온 삶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엄마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지난날들이 너무 미안해졌어요.
오늘도 아빠는 기분안좋은일이 있었는지, 평소에는 이제 엄마한테 번돈을 다 주기 때문에 돈이없어서 바람좀 쐬고 온다고 십만원을 달라고 했어요. 예전같았으면 엄마도 유도리없게 절대 안된다고 말하며 싸웠겠지만, 엄마도 이제는 융통성이 생겨서 별말안하고 아빠한테 십만원을 주고 잘달랬어요.
저랑 엄마는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해야해요. 엄마는 60이 다된나이에도 굉장히 젊어서 아직 회사를 다니고, 저는 아침 아르바이트를 위해 아침에 항상 집을 나서요.
자려고 누운 새벽한시, 아빠는 또술을 왕창먹고 집앞에서 못들어오고 있었어요. 전 평소처럼 또 그런아빠가 한심해보이고 싫지만 또 한편으론 술먹고 노름판가서 노름 하는것 밖에 낙이없는 아빠가 불쌍해서 아무말없이 평소처럼 데리러 나갔어요.
잔뜩 취한 아빠를 집으로 데려오고 엄마는 자고 있고 아빠도 기분좋게 자나 했더니..
낮에 둘사이에 무슨 일이있었나봐요. 아빠는 또 소리를 지르며 엄마한테 쌍욕을 하기 시작했고 노름을 하러가서 만난 친구가 급한일이 있다며 7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고 그걸 또 엄마에게 달라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우리 엄마는 아빠의 돈얘기에 정말 치가 떨리는 사람이에요.. 아마 총 해준돈이 얼추 제가 아는것만 해도 3억은 넘을거에요 둘의 싸움이 끝나겠지 끝나겠지 하며 제방에서 잠을 자려고 했던저는
결국 이성의 고삐가 풀려버렸어요.
이젠 정말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어요 참는것도 한계가 있고 저는 더이상 엄마가 괴롭힘당하는걸 지켜볼수가 없었어요
달려나가서 아빠한테 그동안 못했던말들을 다 쏟아부었어요 아빠가 사람이냐 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언제까지 나이 그만큼먹고 엄마괴롭힐거냐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는데 지겹지도 않냐 우리집이 지금 잘사는것도 아니고 칠십만원이 무슨 애이름이냐 그깟 노름판 친구부탁 거절도 못할만큼 밖에선 체면차리면서 집에선 이렇게 자식이랑 부인한테 행패부리고 피해줘도 되는거냐 등등 의 말을 조금 격양된 말로 하다가 결국 오고가는 말에 소리가 커졌고 저는 마구 소리를 지르며 무슨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날만큼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쏟아냈어요.
그러다가 아빠의 한마디, 솔직히 그동안 내가 얘기안했는데 너는 자식으로서 잘한게 뭐가 있느냐 니 나이또래 다른애들에 비해서 너는 이룬것도 없지 않냐
이말을 듣는 순간 저는 그냥 정신이 나갔어요. 엄마도 아니고 다른사람도 아니고 평생 저딴짓거리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내 꿈에 대해서 저런 모욕적인 말을 하는 순간 아 그동안 저렇게 생각했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아빠에 대한 한톨의 좋은 마음도 다 날라가버렸어요.
그러고 저한테 나가서 살생각없냐고 비꼬듯이 말하는걸 본순간 저는 아 안되겠다 생각하고 나간다하고 짐을 쌌어요 싸는 그 도중에도 계속 넌 싸가지없는 새끼라느니 개새끼라느니..그말을 들으니 이말부터 튀어나왔어요 니가 개니까 내가 개새끼라고. 계속 그렇게 서로 소리를 지르며 저는 짐을 쌋고
나이 27살에 저는 독립이 아닌 가출을 했네요.
다신 돌아오지 말래요 저도 보고싶은 마음 없어요.
오히려 속시원해요..
다만 맘에 걸리는건 엄마에요 다행히 엄마한텐 별 해꼬지할마음이 이제 없는걸 알아서 엄마한테 무슨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하고 나왔는데 제가 짐싸는 동안에도 계속 말리던 엄마가 걸려요.. 항상 그냥 더도말고 덜도말고 평범한 가족을 원하며 살아온 엄만데 오늘 제 순간의 선택으로 그게 깨진걸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진않아요 저는 너무 오랫동안 참았고, 이젠 그런 아빠의 모습이 지겨워요.
나중에 또 일이 어떻게 되가건.. 오늘은 그냥 이렇게 나오고 싶었어요 야간버스를 기다리며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벌써 내릴곳이 다왔네요..
글이 정말 긴것 같은데 혹시라도 제 한풀이 끝까지 읽어주신분들이 있다면 두서없이 정신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