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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없이도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게시물ID : beauty_135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히사시부링
추천 : 55
조회수 : 240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6/23 06:59:13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상상도 못했는데 어머니가 제 이름 들으니 아시데요

그 친구가 동아리가 재밌었는지 동아리 얘기를 많이 했나봐요

칠년은 넘은 이야기일텐데 동아리에 누구? 이름 들으면 아는데
하셔서 너무 놀랐어요

이름 말씀드리니 네가 ㅇㅇㅇ 이구나 하시는데 겉치레로 연기하시는 것 같지 않았어요
 
저는 집에 와서 우리 엄마한테 동아리 얘기한 적도 없고 

동기도 아니고 후배였어서 별로 연이 깊지 않다 생각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굴도 안 봤고 톡도 문자도 거의 안했어요

졸업 직후에 좀 했으려나요

어느 대학 갔는지도 장례식장 가서 알았네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장례식까지 가고 펑펑 울다 왔어요

왜 그렇게 꼭 가야지 하고 찾아가서 그렇게 울다 왔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애가 귀엽게 생기고 착하고 매력 있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그 아이 미소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깨끗하고 예쁜 미소가 또 없었어요

그 아이 웃는 것만 보면 아 얘 착한 애구나 싶을 정도의 미소였어요

부고 듣고나서도 바로 떠오른게 그 친구 웃는 얼굴이었고요

부고 들을 때 같이 밥 먹고 있던 친구한테 설명을 해주는게 입에서 바로 나온 말이 “미소가 정말 예쁜 아이” 였거든요

저는요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크게 손찌껌 당한적은 없는데 어디서 왕따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제가 어려서부터 가족에게 갖던 감정이랑 똑같아요

때문에 교우 관계도 어려웠고요

친구 사귀기도 힘들었어요

만성 우울증을 달고 살았고 요즘에야 좀 살만해졌어요

이 친구 일로 문득 든 생각인데 예쁘게 웃고 다니는 것도 세상에 큰 덕을 베푸는 일이구나 싶어졌어요

근데 이 일이 저한테는 정말 어려운 일일 거 같아요

제가 그렇게 깨끗하고 예쁜 미소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요?

그러고 싶어요

근데 저는 애초에 잘 웃지를 않아서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미간 사이에 언제나 근육이 강하게 서 있어요.

문재인 대통령도 보면 그냥 미소만 봐도 끌리잖아요

미소만 봐도 가까이 가고 싶고 그렇잖아요

저는 평생 그런 사람이 못 됐어요

그냥 저냥 변두리에서 주워지는 인연 조각들 가까스로 엮어가며 필사적으로 사람을 만들었어요

그것만 해도 힘들었어요

이런 저도 남들 보기에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요?

남들이 제 부고 소식을 듣고 미소가 예쁜 아이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아이 장례식장 다녀오고 와서 든 생각이 “아 그렇게 미소가 예쁜 아이가 그렇게 날 기억해줬었다면 난 세상에 살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겠구나” 싶었어요

그 아이 부고소식 듣자마자 든 생각이 “아 이 아이 주위에 많이 베풀다 갔겠구나” 였어요

어떻게 사람이 미소가 예쁜 것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할까요

정말 미소가 예쁜게 만번 화장하는 것보다 더 낫구나 하는걸 깨달은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노력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두운 그늘 많이 없애고 남들에게 미소로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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