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저녁 밥이 모자르다. 밥만 차려주고 신발끈 동여매고 나온 시간. 8시 21분. 달리면 달이 크게 보인다. 내가 뛰고 있으면 구름은 천천히 지나간다. 달이 나를 보려고 천천히 움직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잿빛속에도 그는 여전히 유난히 눈부시다. 우주에 속한것이 아니기에 그깟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은 그를 결코 가릴 수 없다. 달릴 때 나는 우주에 있다. 비록 돌아오면 12분이면 완성되는 쾌속취사 풍미없는 백미를 먹겠지. 구름 따위로 달을 가릴 순 없다는 것을. 지나갈때까지 웅크리고 있을 뿐. 내일도 내일 모레도 나는 뛴다. 저녁밥을 차려놓고서. 난 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