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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외로움.txt
게시물ID : sisa_10811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드헤인즈.
추천 : 31
조회수 : 16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26 15: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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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6240019502420


문득 문재인이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방선거 말고 대선 때요. 문재인은 180대 0으로 다구리를 당했죠. 우리 사회 모든 기득권들에게서요. 그들이 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문재인으론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이기더라도 사회를 개혁할 순 없다, 사회를 개혁할까 봐 그냥 놔둘순 없다라는거였죠. 그 180대 0의 저항을 뚫고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소망은 당선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60%에 근접하는 지지율로 당선이 되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현실은 40% 초반대였죠. 문재인이 높은 지지율을 원했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이 하루 아침에 해결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집권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적어도 4번의 집권이 필요합니다. 만의 하나 4년 중임제로 개헌이 된다면 3번의 집권이 필요하겠죠. 취임 첫해 많은 것을 하고 싶었지만 야 4당은 개헌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만 가능한 일들을 1년 차에 했죠. 그러자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자체를 의회에서 법률 제정으로 최대한 없애버려야 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습니다. 물론 상당수가 개헌과 연계된거라 말잔치에 그쳤지만요.


문재인의 집권 1년차를 보면 철저하게 지난 9년 간 무너진 국가 시스템의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문재인이 무리수를 둔 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서 박근혜 때 임명된 인사들을 쳐내고 민주 개혁 진영의 인사들로 채워넣는 것 같은 것이요. 그러나 문재인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죠. 법률과 절차에 따라서 국정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 그런 것을 바라보고 있었죠. 이게 바로 민노총 전교조 김갑수 이재명류와 문재인의 차이입니다.


쉽게 뒤집히는 것은 쉽게 뒤집힙니다. 내가 뒤집어도 곧 후임자에 의해 뒤집히겠죠. 이명박 박근혜가 9년 동안 한 짓의 거의 전부는 민주당이 집권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습니다. 성공했나요. 아니죠.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사람과 정책을 바꾸는 게 중요하고 시급한가요. 아니죠. 어떤 사안이 법률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문화가 비단 국정운영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삶의 곳곳에서 구현되어야겠죠.


개헌을 할 때 적어도 야 4당중 일부는 동의해줄줄 알았을겁니다. 왜냐하면 모든 정당들이 지방선거 개헌을 약속했었으니까요. 그러나 각 정당들은 철저하게 거부하고 저지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본질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입법 기관으로서 기능하지 못했다라는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 4당의 개헌 저지 이유는 바로 의원내각제였습니다. 의원내각제의 본질이 뭐죠. 의원 개개인이 입법기관으로서뿐 아니라 행정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참여하고 수행하는것입니다.


문재인은 실망했을 것입니다. 권력 구조 개헌이 맘에 안들다면 적어도 국민기본권 신장과 지방분권 강화에서만큼은 개헌이 이루어졌어야죠. 그러나 당리당략과 이해관계에 미친 야 4당에게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죠. 국민 대다수가 의원내각제에 반대하자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분산형 대통령제, 총리추천형 대통령제라는 희대의 말 장난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문재인에게 쉴 새 없이 2020년까지만 대통령을 하다가 물러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요구에는 정의당 민평당 민주당내반문들도 모두 빠짐없이 가세했고 이런 잡배들에는 박원순 이재명 김부겸 또한 마찬가지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적폐를 청산하지 말란 이야기였고 ,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의원내각제 개헌만 하고 사라지라는 이야기였죠. 삼성이 원하는 바이고 조중동이 원하는 바입니다. 이런 시도들은 지방 선거 몰살패 이후 야 4당들의 반성쇼가 끝나고 나면 다시 시도될것들입니다. 이제 문재인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방선거 이후 야 4당들의 행보를 보면 민평당 정의당의 경우 합당을 해달라, 연정을 해달라, 추후 선거에서 공동공천이나 상당수 지역 무공천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협치를 해주겠다. 통일외교 분야의 과실을 문재인과 민주당이 혼자 먹지 말고 민평당 정의당에 그 역할을 넘기고 배우고 가르침을 받는 자세를 취해 명예를 올려달라라는 것입니다. 오늘 민평당 회의에서도 나온 이야기입니다. 정의당의 경우는 진보류들이 대동단결해서 문재인지지율이 갈릴 때까지 까자. 그럼 그 실망한 지지는 진보류들에게로 온다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유당 바른당의 추잡하고 반성안하는 모습은 언급할 가치도 없구요.


이런 의회의 한심한 모습들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들을 보면서 문재인은 과연 외롭지 않을까요. 자유당이 노태우 김영삼중반 이후로 수십 년 째 정체중입니다. 진보류들은 노동 운동이 제도권 진출을 모색한 지난 2~30년 이래로 역시 정체중이에요. 재벌에 추종하고, 재벌에 기생하고, 각종 언론매체 및 수구단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온 게 수십 년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꼬일대로 꼬이고 또 꼬여서 이제는 어디서부터 풀어내는게 맞는지 찾아내는 게 어려울 지경에 도달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문재인의 모든 것이 틀렸다.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면 문제는 순식간에 풀린다" 라는 식의 궤변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2년 차 문재인은 노동 양극화도 풀어야하고 재벌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문제도 풀어야합니다. 둘 모두 문재인에게 말합니다. 낙수정책을 부활시키지않으면 가만 안있겠다라구요. 노동낙수 정책 재벌낙수 정책. 상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 그 효과가 중하위 노동자에게 간다. 재벌에게 공공자원을 몰아주면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도 훈풍이 돈다. 이거 개 짖는 소리인거 증명된지가 오래인데 아직도 수구진보와 수구보수는 성전처럼 간직한 채 눈이 붉게 충혈되어 읊어대고 있죠. 이러니 문재인이 외롭고도 외롭우며 비장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이 외롭습니다. 외로워합니다. 문재인의 편에 서서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줄만한 사회주류 기득권이라는 것이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 현재도 존재하지를 않습니다. 우리 사회 주류의 대부분은 수구보수이거나 수구진보에 속해 있어요. 그들에 속해 있으면서 한시적으로라도 문재인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결속력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지탱해나갈 수 있을까요. 필요한 시간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5년도 아니고 적어도 십수년 수십년일텐데요.


군사독재가 사라지고 난 후 우리 사회를 대체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배금주의죠. 물론 어떠한 한 사회가 부유해지고 고도화되게 되면 그만큼 합리적 감성적 영역의 깊이와 폭도 확장되게 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출현과 당선은 그것들의 최대화 결과물로 봐야할 겁니다.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실존하는 상황에서 민주적이고 열린 사회로 나아갈수록 그것의 근본적인 해결은 점점 더 암울해진다라는 점입니다.


결국 문재인정부는 김대중 노무현이 걸어간 길위에서 성숙한 만큼의 이로움을 안고 출발했으나 그것 이상 만큼의 기대치에 의하여 언제든 좌초될지도 모를 내적위기를 안고 태동했다라고 봐야할겁니다. 문재인이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한 채 추후 후임자에게 넘겨줄 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생각하고 또 생각할수록 문재인은 참 외롭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런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노무현이라면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역사적 고민을 자주 한다라는 것이 시시각각 느껴집니다. 그의 상한 얼굴에서도 느껴지고 점점 무거워져만 가는 표정에서도 느껴집니다.


늘 내려놓으면서도 원칙을 지켜왔어요. 향후 총선까지 남은 2년 동안 그가 국정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나가려고 시도할 지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외부에 지혜를 구하려고 할 때 어떤 조언이 그를 적절하게 만들어줄런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면으로 보아도 문재인은 역사상 도덕적 지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치인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의 외로움이 다음 사람으로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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