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 낸 조인호씨 "일할 게 없다는 건 다 허튼소리죠" 13년간 막노동 등으로 모은 재산 선교사하우스·청소년 쉼터 건립 한달 용돈 7만원 아무도 안믿어 '돈독'보다 미래를 위한 '내핍' [조선일보 박영석 기자] 13년간 ‘허드레’ 아르바이트와 근검절약으로 12억원 재산을 모은 32세 청년은 “일할 게 없다는 건 다 허튼 소리고, 천시받는 비정규직에도 희망이 있음을 곱씹고 감사하며 산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모아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위즈덤하우스 펴냄)를 최근 낸 조인호씨가 주인공. 그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부터 막노동·세차·신문배달·접시닦이 등의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 평일·주말과 낮·밤을 가려가며 많을 때 한꺼번에 5가지씩 해냈다. 지금도 아침엔 경기도 안산의 한 주유소에서 시급(時給) 2800원 하는 주유원으로, 오후엔 태권도 강사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스무 살 때 라면공장 박스 배달을 하면서 ‘세상’을 배웠어요. 60대 막노동꾼이 서른 살 갓 넘은 직원에게 괄시받는 걸 보고 ‘독한 세상에서 일어서려면 밑바닥 일도 가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조씨는 안양 성결대학 학부(신학)·석사(사회복지) 과정을 거치며 7년간 모은 종자돈이 1억5000만원이었다고 했다. “학부 시절 200만원으로 야채 배달용 소형 중고 승합차를 산 것이 첫 ‘자본투자’였죠. 지금 재산의 절반 가량은 부동산 수익으로 얻었습니다. “그는 ‘발품과 연구’를 통해 안양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재산을 불렸다. “투기와 투자는 다르다”고 말하는 그는 “안식년을 맞은 선교사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선교사 하우스’와 ‘청소년 쉼터’를 남의 도움 없이 세우고 싶다”고 말한다. 일요일엔 서울 상계동의 한 개척교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그는 ‘투자’에 성공한 덕분에 내년엔 과천과 부천에서 그 꿈을 둘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한 달 용돈은 7만원. “사람들이 쉽사리 안 믿어 줘요. 이렇게 아껴쓰는 건 ‘돈독’이 올라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택한 ‘내핍’이지요.” ‘유랑 취업자에게 딸을 맡길 수 없다’는 처가의 반대를 딛고, 2년 전 결혼한 조씨의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 이들 부부의 월급 합계는 400만원으로, 이 중 300만원을 저축한다. 이들은 가계부를 안 쓰면 돈 쓸 일도 없다며, ‘쓰지마 가계부’ ‘묻지마 저축’을 생활 좌우명으로 삼았다. 생필품은 할인폭이 훨씬 큰 야간에 대형 마트에서 사고, 아내와의 주말 외식 메뉴는 5000원을 넘지 않는 추어탕·순대국이다.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니까 이젠 돈 잘 쓰는 연습도 해야 겠다”고 그는 말했다. 조씨는 27세 때 정규직(아동학대예방센터 사회복지사)으로 3년간 안정된 생활을 한 적이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에 집중하기 위해 다시 주유소로 ‘귀향’했다. “주유소는 겸손을 가르치는 학교예요. 험한 말을 쓰는 손님에게서 겸허를,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동료에게서 열린 마음을, 밥 한 숟갈이라도 더 주려는 식당 아줌마에게서 고마움을 배웁니다.” 조씨는 “양복정장에 넥타이를 한 ‘정규직’에 대한 부러움이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지만, 지금의 자신감으로 비정규직 생활로 성공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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