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어머니도 가까이 모실 겸 부산으로 내려온 문프는
사법고시 동기인 박정규씨의 소개로 노통을 만나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 사무소>의 동업자가 됩니다.
노통은 1978년부터 이미 변호사 개업을 해서 사건도 많고
승소율도 높은 아주 잘 나가는 변호사였답니다.
그런데 문프랑 동업을 하면서 오히려 사건 수임이 줄었다네요.
그 이유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 왔던 사건 수임 "소개비"(커미션)를 끊었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당시는 법원, 검찰직원, 교도관, 경찰관 등등이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하고
소개비로 20%를 챙기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판검사들을 접대하고 형사들과 술과 음식을 하던 관행도 딱 끊으셨다네요.
한마디로 문프랑 동업을 시작하면서 노통은
본인이 진정 원하던 "깨끗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부당거래와 비리의 가능성을 항상 품고 있던
법조계의 카르텔과 친목질을 딱 그만둔 것입니다.
"모두가 하는 관행을 혼자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도 그렇게 했다.
깨끗한 변호사. 아마 그 분은, 내가 운동권 출신 변호사니까 당연히 그렇게 지향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차제에 당신도 원래 해 보고 싶었던 일을, 나를 핑계 삼아 실행을 하신 것으로 짐작된다.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고 본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양심적이고 의지가 강한 분이었다" (문재인 <운명> 35쪽).
노통이 원래 양심적인 분이고 부림사건을 맡으면서 정치의식과 역사의식에 눈을 뜨긴 했지만
노통이 "깨끗한 변호사"의 길로 확실히 달려가게 된 것은
문재인이라는 살아있는 양심의 거울(정신분석학 용어로 Super-ego)을 옆에 두면서 부터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꿈을 얘기했다. 인권변호사로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깨끗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특히 '깨끗한 변호사'는, 해보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고 고백했다.
나하고 같이 일을 하게 되면 그걸 계기로, 함께 깨끗한 변호사를 해보자고 했다.
따뜻한 마음이 와 닿았다" (문재인 <운명> 29쪽).
노통과 문프 두 분 다 애초에 거창하게 "인권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깨끗한 변호사"의 양심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의 사건을 피하지 않고 열심히 변론하다 보니
부울경 지역의 시국사건, 노동인권 변론의 중심에 서게 되고 대표적인 노동-인권 변호사가 되어 있더랍니다.
노통이 문프에게 미친 영향도 어마어마 하지만
문프는 노통의 살아있는 초자아 (Super-ego: 양심이나 도덕에 따라 행동하도록 강제하는 정신 요소)로
노통이 "깨끗한 변호사"로 살아갈 것을 은연중에 강제하신 거지요.
노통과 문프는 그야말로 영혼의 쌍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