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금 긴 이야기 일 수도 있네요.
주변 지인하게 얘기하긴 그렇고,
어딘가에 털어놓기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요.
지나가다가 다 안읽으셔도,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댓글 하나씩만 남겨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
제가 진짜 정말 좋아해서
헤어지고도 비참하고 비굴하게 반년을 매달렸던 친구가 있어요.
결국엔 잘 안됐죠.
그러다가 또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됐었는데,
그 마저도 잘 안됐었어요.
그래서 막 그런 말 있잖아요.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
저도 그래서 그래봐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당시까지의 연애는 다 제가 먼저 호감을 갖고 다가가서 만났던 경우였거든요.
저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
저에게 호감을 보이고, 만나보지 않겠냐, 사귀어보지 않겠냐
고백해오는 남자를 총 3명 사귀어봤어요.
고백을 받으면,
만나봐도 좋을 듯 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었기에 제가 승낙했었죠.
그런데 그 3명이 불과 지금 딱 1년 사이에 스쳐갔어요.
다들 너무 짧죠?
그 전의 연애에서 1년 미만의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던터라
퍽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아무튼 저는 사귀기로 시작한 이상,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 좋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여친'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다들 떠나더군요.
2번째까진 혹시 나한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저한테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아요.
전 정말 좋은 여자고 사람이거든요.
제 매력이 그들에게 그렇게 길게 와닿을 만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들과 제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겠죠.
어제 새벽에 3번째 인연이 정리 됐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어요.
연인 사이에서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는 말인데요.
물론 그렇게 서로 떨어져서 시간을 좀 갖고 그러는게
잘 맞는 분도 계실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제 주변에서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고 했다가
다시 잘 된 커플을 본적도 없고요.
그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말한 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거든요.
그런데 저번에도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제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상대방들도
그렇게 뜨뜻미지근하게 날 대했던 걸까요.
*
일년 채 안되는 사이에 스쳐간 3번의 인연.
지금 참 진이 빠져요.
'아니 좀, 네가 준비가 됐을 때 연애를 해.'
라고 누군가 충고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연애를 하는게 정말 좋아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요.
제가 사랑을 받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참 진이 빠집니다.
인생의 현자타임이 진하게 와요.
내가 여친이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려고 하는 노력도
사귀기로 한 이상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했던 노력도
다 무소용이었던 것 같아요.
이젠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드네요.
'좀 내려놓고 살아.'
라고 누군가 충고하기도 해요.
내려놓는다는 게 정확히 뭘 어떻게 내려놔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연애 진짜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다는 말만 나오고.
현타가 진하게 밀려오네요.
한동안 연애 안해야지 이러다가도
또 외로워지면 누군가를 만날 구실을 만드는 제가
그런 제가,
또 미래에 선명하게 보여서
제가 제 스스로에게 비웃음 마저 나와요.
휴우,
모르겠네요 정말.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