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혼자 떠날 수 있었던 시절. 그때마다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늦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나의 삶은 거대한 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가끔씩 되살아나는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과분하고 행복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처럼,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내는 딸아이를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멀리 떠났다. 일주일 간 남편들만 빼고 떠난 여행은 외로움과 동시에 꿀맛 같은 자유를 선사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 .
자유는 마음 한 켠에서 부러움을 불렀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곳을 떠올리게 했다. 혼자 떠날 수 있었던 그곳,
제주도였다. 나만 빼고 떠난 걸 핑계 삼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 말했고 아내는 고맙게도 감사하게도 혼자 떠남을 허락해주었다.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과연 유부남 혼자 떠나면 어떤 여행이 될까?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당신은 일탈 또는 불륜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제정신 아니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안에는 살짝 부러움을 내비치게 될 것이다.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그들에게 아쉽겠지만 결국, 나를 위한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 당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아내와 아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며칠 못 볼 거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그래도 아내에게는 인사는 해야 될 거 같아 잠시 깨웠다.
영원히 못 볼 것처럼. 영원히 못 올 것처럼. 딱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 기분.
‘과연 내가 잘 하는 것일까?’ 이 순간에도 오락가락하는 생각들로 머리는 꽉 차기 시작했다.
지하철과 버스 안의 그들과 나의 길은 분명 다르지만, 출근길 같았던 나의 길. 여유 있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길마저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했다. 왜, 나의 아침은 항상 바쁜 것일까?
이런 생각과 나의 발걸음은 아무 상관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