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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조선경소설 부녀전(腐女傳)-2
게시물ID : readers_14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랫파이
추천 : 4
조회수 : 4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10 03:04:48

엪삐아이 워닝. 

이하 전개되는 소설의 내용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왜곡된 성관념과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금단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보호자(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선생님, 일코에 실패한 누나, 언니 등)의 지도하에 소설을 읽는 걸 추천합니다.

전편을 보고싶다면 이쪽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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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서 술을 너무 퍼마셨는지 산으로 돌아온 사냥꾼 내저(來著)는 눈 내린 산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에 그 큰 근육질의 덩치가 무색하도록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그러자 움막 안에서 자고있던 그의 사냥꾼 동료 진내하(眞內河)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외쳤다.


 “어이내저자네 거기서 밤을 샐텐가그러지 말고 여기 움막으로 오게나좀 좁아도 둘이서 누울 순 있을걸세!” 


그 목소리를 듣고 내저는 그럴까하면서 엉덩이를 떼려다 잠시 멈칫했다사실 그동안 진내하와 같이 산 속에 살며 사냥하면서 먹고 자는 동안 내저의 마음속엔 진내하에게 친우로써 느끼는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요컨대 망측하게도 지아비로서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천륜이 지엄한데 어찌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하며 자신을 단속하고 애써 진내하와는 붕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를 가지려 애썼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저는 진내하의 넓은 가슴과 다부진 허벅지굵은 팔뚝을 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스스로를 경멸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금 진내하가 자신의 움막으로 내저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친구로서의 관계를 생각하자면 기꺼이 들어가 따뜻하게 잘 수 있겠지만 그가 느끼는 진내하와의 관계는 더 이상 친구로서의 관계가 아닌지라 내저는 선뜻 발을 떼지 못했다.


 “이사람대한(大寒)이 소한(小寒집에서 얼어죽는 날씨에 그렇게 망부석마냥 서 있을 텐가사양 말고 어서 들어오게!” 급기야 진내하의 우람한 손에 이끌려 내저는 자신도 모르게 진내하의 움막에 들어왔다진내하의 몸집도 몸집이지만 내저의 덩치도 꽤 우람한지라 움막은 예상대로 두 사냥꾼이 누우니 너무나도 비좁았다


진내하 자네굳이 나 때문에 좁게 자는게 아닌가 모르겠네하룻밤만 신세짐세.” “아니 이 사람아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게 아닌가미안해하지 말고 어서 자기나 하게신세진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서 진내하는 호롱불을 훅 껐다


진내하의 몸이 닿아서 그런지 내저는 금새 온기가 자신의 온 몸을 돌고있는 걸 느꼈다그러나 내저는 또 다른 곤란함에 빠졌는데그것은 바로 온 몸을 도는 온기가 점점 자신의 사타구니로 모이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결국 온기는 열기가 되어 하늘 높이 치솟았고내저는 어떻게든 그 열기를 진정시키려 애썼다그러나 맞붙은 진내하의 살결체온숨 쉬면서 내뿜는 입김은 내저의 열기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그런 내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내하는 자면서 끊임없이 뒤척였고이내 딱딱한 무언가가 툭 떨어지면서 내저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필시 벽에 걸린 화살통이 떨어져 화살이 자신을 찌르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내저는 여전히 하늘 높은줄 모르게 뻗치는 자신의 열기를 필사적으로 다스리면서 진내하에게 속삭였다.


 “진내하 이 친구야화살통은 제대로 걸어야지화살이 쏟아져서 내 엉덩이를 자꾸 찌르고 있잖은가.” 그러나 나지막히 돌아온 진내하의 대답은 내저의 머릿속을 송두리째 휘저었다. “이거 화살 아닐세.” 


눈 덮인 산 속의 움막은 다만 눈이 쌓이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그러나 그 것도 한 순간전쟁이라도 난 듯 엎치락뒤치락 하는 소리가 움막 안에서 들렸고이내 고성과 신음소리가 움막뿐만 아니라 산 속 까지 뒤흔들어 놓아 자고 있던 산군 호환마저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뜰 정도였다그러나 정작 움막 안 두 사냥꾼의 마음은 환희로 가득 찼다이제 더 이상 서로에게 서로를 숨길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인륜과 천륜마저 그들 사이에선 무의미했다압도적인 해방감과 자유는 번개가 되어 그들의 몸과 척추를 찌르르 타고 돌았다연결된 두 사람은 떠오르는 태양이 바라보는 것도 상관없다는 듯 밤새도록 서로를 확인했다아침이 되어 태양이 처마 끝에 살짝 얼은 서리를 녹이기 시작할 때 두 사람도 완전히 서로에게 녹아들어 움막 안은 불을 때지 않아도 충분히 뜨거웠다......’

 

금이는 자신이 뭘 읽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본디 사냥꾼이라 함은 거친 일이라 책에서 나온 두 사냥꾼은 틀림없이 남정네일 것이다그런데 움막 안에서둘이뭘 연결해생전 처음 겪는 충격에 휩싸인 금이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급히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화들짝 창문을 젖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당엔 짐을 들어주겠다는 기우 오라버니와 얼굴이 빨개진 채 한사코 거절하는 비애가 있었다금이는 후파산전과 비애를 한참 동안이나 번갈아 보았지만 아무리 그러하여도 이 상관관계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 ... 어찌도 이리 망측한 책이 다 있는가... 비애는 왜 이런 책을... 혹시 저잣거리에 실수로 흘러들어온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왜...” 한참을 중얼거리며 서책을 바라보던 금이는 마치 더러운 것을 집어든 듯 검지와 엄지로 집어든 후파산전을 장롱 속에 집어넣고 숟가락으로 장롱을 걸어 잠갔다그런 다음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루빨리 이 충격이 가시길 바랬다.

 

다음 날결국 잠을 설쳐 눈 밑이 퀭한 금이는 여느 때와는 달리 아침부터 글공부를 하는 사랑채로 걸음을 옮겼다


호오우리 금이가 오늘은 왠일로 언문을 배우고 싶은가 보구나.” 대견하다는 듯이 웃음짓는 어머니에게 금이는 대강 문안을 여쭙고 사랑채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본래 금이네 집의 사랑채는 그렇게 큰 방이 아니었지만금이의 아버지즉 대감마님이 많은 인원이 언문을 배우게끔 방을 넓혀 지금은 작은 서당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호호어서 오너라언제나 첫 번째로 온 네가 오늘은 두 번째로 왔구나.” 어머니가 금이 다음으로 들어온 손님을 반가이 맞아주며 말했다뒤돌아본 금이의 눈엔 비애가 보였다비애는 금이를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금이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이로써 분명해진 건 그 서책은 실수로 섞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이 광경을 눈치챈 어머니가 물었다.


 “너희 둘 다 괜찮느냐혹 어제의 일로 친우의 의가 상한 것이냐?아무리 무슨 일이 있다한들 친우는 친우인 법너희들끼리의 사소한 일로 의가 상하면 안되니라더군다나 비애는 곧 우리 집으로 시집 올 아이이거늘,가족이 될 너희들은 그 누구보다도 굳게 다져져야 하지 않겠느냐속히 빠른 시일내에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거라.” 


예에 어머니......”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둘이었지만그래도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이윽고 몸종들과 노비들이 들어오고 마님은 언문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무란 뜻의 한글은 이러한 것이다이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점심을 먹고 잠시 쉬자꾸나.” “마님저희들이 점심을 내오겠습니다요.” “그러겠느냐그럼 나도 잠시 들어가 누워야겠다오래 앉아있자니 피곤하구나.” 


그렇게 다들 나가고 난 뒤 사랑채엔 금이와 비애 둘만이 남아있었다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는 채 서로 흘끗흘끗 바라보기만 했다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결국 금이가 용기 내어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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