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산을 휘돌아가는 빗살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순백의 원피스가 휘날린다 그때마다 들리는 빗방울 소리 마냥 개구지고 둥그런 웃음 소리였다 그날 오후내내 여름은 치마 채로 산을 타놀았다 어느새 치마단은 풀잎으로 은은히 물들어 갔고 안개는 치마의 향긋한 향기로 배어 들었다
비는 마냥 나부끼고 있었다 창문속 남자는 멀건히 그녀의 춤을 볼 뿐이었다 그러다 창쌀틈 그녀의 치마가 그를 어루만지자 빗물이 조심스레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치 그건 눈물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