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미 몇년 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씩 울컥하는 맘이 생겨요.
아무한테도 말 못했었는데, 속앓이하다보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고민게에 글 남겨봅니다.
저는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대학시절 만나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 부모님은 농협 중앙회에 계셨어요.
직급은 기억이 안나는데 높은 위치였던 것 같아요. 정년퇴직 직전이었고, 본인 스스로 아버지가 잘 버신다고 말하고 다녔었고요.
저희 부모님은 축협에 계세요. 정확하게는 축협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운송하는 운전기사였는데,
측협 일을 25년넘게 하셨고, 지금은 운전이 아닌 다른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마 오래 근무하셨으니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만나던 남자애와 사귀기 전,
걔가 너희 부모님은 뭐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농협에 다닌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럼 지점장이냐고 물어서 '아니, 그런건 아니고 축협에 계셔'하고 대답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그 애랑 가까워지고 꽤 만나다가 그 애 부모님을 뵐일이 있었는데
그 애가 저희 부모님이 농협에 다닌다고 말 했었나봐요.
그 애 아버지께서 저희 아버지 성함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솔직히 전 말씀드리기도 싫었고 왠지 불안했지만 말씀 드렸죠.
본인이 애사심이 깊고 부모님들끼리 직업도 같으니 잘되었다고 그러는데
그 때, 갑자기 무서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중앙회에서는 인명으로 사원을 검색할 수 있나보더라고요.
그리고나서 다시 그애를 만났는데
걔가 저한테 대놓고'너희 아빠같은사람은 우리 아빠 말 한마디면 자를 수 있다. 우리 아빠가 실망해서 나한테 화를 내더라'
이런말을 했어요. 사실 저희 아버지는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셨어요. 말이 축협 소속이지 거의 막노동이나 다름없는 일이고 힘들게 돈 버시는 것 저도 알고 있었고요. 그 말 듣자마자 수치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하고 눈물이 막 쏟아졌었는데 한마디도 못 했어요.
그러고나서 걔랑도 다신 안 만났고요. 사실 걔도 절 볼 맘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삼년이 지난 지금도 자꾸 그 말이 생각이 나고
알수 없는 감정이 막 치밀어오르고 속을 어지럽혀요.
제가 그 애랑 그 애 아버지한테 '우리 아빠는 지점장이 아니야. 운전 기사야' 하고 처음부터 얘기했어야 했던걸까요?
정말 제가 우리아빠가 부끄러워서 그냥 축협에 다닌다고 얼버무렸던 걸까요?
제가 거짓말 했던 걸까요? 일부러 말 안하고 숨겼던 걸까요?
저는 아빠를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아요. 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부끄러워서 그랬던 걸까봐 너무 무서워요.
저는 걔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