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달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라 불러도 좋을까
게시물ID : freeboard_17798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밋밋한
추천 : 3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30 01:54:35
입을 벌리자 천장이 낮아졌어. 물줄기들이 일제히 솟구치고 바닥엔 빛나는 터널이 생겼지. 어디로 사라졌을까, 흐리고 불분명한 것들이 수면을 메웠어.
 
달의 표면을 손으로 쓸다가 어지러운 꽃 속을 들여다보면 두렵고 빼곡한 몸의 중심, 하나의 점을 향해 모아지는 남겨진 빛들 속이었어. 일렁이는 바닥을 향해 쏘아지는 흰 화살들.
 
그걸 날개라 불러도 좋을까. 추락하는 도중에 급히 쓴 편지들, 찢어진 봉투의 속지, 시간은 바닥 없는 노래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인사는 가장 어두운 뒷모습 이었지. 어둠을 반사하는 구멍들이라 불러도 좋을까. 달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라 불러도 좋을까.
 
파쇄기 속에 길게 누워 다른 빛을 기다릴 때, 몸을 통과하여 흐르는 물줄기를 느꼈어. 달을 향해 흐르는 강이었고 뒤집혀 환해진 무덤 속이었지.
출처 세노테
-이혜미-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