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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고민글, 속시원하게 털어놓고싶어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7818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4k
추천 : 5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8/03 13:03:50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사람 31살이고 현재 연봉3,100만원을 받으며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요즘들어 직장과 삶에 대한 회의감이 무척이나 밀려온다는 겁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으리으리한 병원을 보면 나도 의사를 했어야 하는데 하며 몇시간을 혼자 자책하기도하고 누가 돈을 잘번다더라 얘기를 들으면 몇시간 동안 시무룩 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때는 연세대학교의 응원단이 멋있어 보여 무조건 연세대를 가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했으나 결국 서울 중위권 대학교 회계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이후 학과 공부는 내팽개 친 채 미래에 대한 진로 고민이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대학생활을 술과 친구로 보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취업하고 본인의 길을 개척해 나가자 저도 문득 불안감에 쌓여 학점을 3.61/4.5점으로 올려놓고 어찌어찌하여 대기업 백화점 영업관리직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만족을 하지 못하고 과에서 회계사 시험에 응시한 친구들 중 몇명이 붙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이라는 생각으로 시험에 2년간 응시했으나 낙방하였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세무사 1차시험에는 합격하였으나 도저히 2차 시험까지 마무리 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험자체에 대한 욕심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후 30세에 중견 금융회사의 회계팀으로 취업하여 연봉 3,800만원을 받고 일하며 퇴근 후 세무사 2차 시험을 병행하며 준비했으나 이게 내가 정말로 하고싶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고 결국 시험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8개월 가량되는 근무기간 동안 주말 평일저녁에 시간을 내어 150여권의 인문학, 과학, 사회과학 등의 책을 마치 굶주린듯이 읽어댔습니다.

저는  회사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매일매일이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아.. 이게 나의 삶이었구나 지금껏 나를 돌아보지 못했구나, 내가 잘하는것이 뭔지도 몰랐구나 정말 아무생각없이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습니다.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조금 쉬려하였으나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현재 취업이 안되면 나중에는 더 어려울 것같아 일단 같은 회계일을 하는 다른 업종의 중견기업에 연봉 3,100만원에 계약을 하고 다시 취업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지금 일을하면서도 계속 다른 생각이 난다는 겁니다. 제 나이가 31살이고 평균수명인 78세 까지 산다고 했을때 47년, 주로 환산하면 2444주 정도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시간동안 내가 어디에 속해있어야 자연스러운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에 대해 후회가 막심합니다.

수능을 다시보고 한의대를 진학할까 하는 마음에 강남에 있는 유명학 수능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도저히 자신이 없어 나왔습니다. 약국을 개업하면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Peet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 3군데 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2년은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지금껏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는 중에도 시간은 가겠지요. 세무사 2차시험을 계속 해보는 방법도 있겠으나 문제는 세무사로서 일을 하고 싶지가 않다는 겁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 시간이면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일까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으며 때로는 장사를 해보자 하는 마음에 옷이며 각종 도매사이트를 뒤지면서 아이템을 찾아보는 제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고 기가 찰 노릇입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고 항상 긴장을 하고있는 타입입니다. 다행인것은 출퇴근길에 꾸준히 독서하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하여 그나마 요즘 하루에 몇 시간은 평온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삶의 가치관이 '돈'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있어서 이렇게 흔들리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만 많으며 행동으로 옮긴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 일천한 실행력도 제가 흔들리는 데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가 정말 바보같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지금 현재는 바꿀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지만 그 마저도 매일매일 흔들립니다.

집안에 별다른 일이 없어 무난하게 자라왔고, 고생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환경과 저의 나약한 의지가 현재 저의 모습을 만든 거 같아 씁쓸합니다.

살면서 늘 공부도 어정쩡, 실행력도 어정쩡한 상태로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왔던것 같습니다.

아직도 내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IT쪽이나 컴퓨터공학 쪽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한데 취업을 할 수는 있을지, 어디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 부족과 엄청난 두려움으로 인해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이러저러한 고민으로 머리가 녹아버릴 지경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이대로 그냥 시간이 쭈욱 가버린다는사실을 최근에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서 너무 깊은 고민을 하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잘 보지 못하는 이러한 제게 따끔한 충고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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