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음란마귀 주의/ 반말 주의
*
男兒一言 重千金
남자의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다.
“밀레시안 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해주세요! 무엇이든요!”
그래, 사건의 발단은 평소처럼 알터가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며 한 말이었어. 사실 그때까진 별생각 없이 “그래.” 하고 쓰다듬어 주며 화제가 끝났어. 알터 머릿결 참 좋더라구.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아주아주 오랜만에 여환을 한 이유가 ‘알터를 놀리기 위해서’ 라는 거야. 맞아. 그게 중요한 거지. 요전번에 던바튼에서 봤던 탐정 의상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난 열심히 사건을 계획하기 시작했어. 이건 탐정이 아니라 범죄자 쪽에 가까운가? 하지만 내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넓은 아발론에서 알터와 단둘이 남아야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영원을 살아가는 밀레시안에게 흑역사 자체생성은 좋지 않아.) 그래서 기사단원 아이들을 모조리 장기임무를 보내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문제는 조장들이었어. 내가 명색이 영웅인데 브릴루엔에게 이멘마하에 기르가쉬 좀 하루 동안만 소환해달라고 부탁할 순 없잖아? 근데 뭐, (특개 실력이 형편없는) 아튼 시미니님이 은총을 내려주셨는지 아벨린의 보초 자리를 내게 맡기고 급히들 가더라고. 별로 걱정은 안 해. 전력이 부족했으면 날 데려갔을 테니까. 아발론 입구에서 조장들을 배웅하고 냉큼 알터 쪽으로 달려갔어. 알고 있지? 아벨린의 보초 자리는 알터 옆이라는걸! 이건 분명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지. 날 보자마자 좋아하는 알터 모습을 보니 괴롭히기 좀 미안해졌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알터!”
“네, 밀레시안 님! 저는 지금 감동하고 있습니다!”
슬며시 알터를 불렀는데, 초록색 눈망울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 아니지, 여환해서 날 내려다보는 모습이 새로웠는데, 밑에서 봐도 귀엽구나! 우리 알터!
“저번에 무엇이든 도와주겠다고 했었잖아, 기억해?”
“물론입니다. 밀레시안 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생기셨나요?”
“응 다난인 너만 해줄 수 있는 일이야! ..밀레시안들끼리는 손밖에 못 잡는 거(낭만 비행) 알아?”
“아, 네, 저번에 던바튼에서 봤습니다.”
“그래! 바로 그게 문제야. 에린 신들은 밀레시안들이바보 천치인 줄 아나. 난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단 말이야.”
볼에 바람을 넣고 툴툴댔더니 평소에도 표정에 숨김이 없는 알터에게서 혼란이 느껴진다! 느껴져!
“..네?”
“도와줄 거지?”
“예? 아니, 그…, 뭘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야, 갑옷 안쪽 후드만큼 붉게 얼굴을 물들여 놓고 그런 말 하는 거 설득력 없어, 알터!
“응? 응? 정말 모르겠어? 예쁘게 보이려고 여환까지 하고 왔는데, 그런 말까지 직접 해야겠어?”
“밀레시안 님, 그, 저는 아튼 시미니 님을 모시는, 기사…”
“쉿, 알고 있어. 그래서 모두 내보냈잖아?”
루아에게서 전수받은 비기! 검지로 입을 가리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이걸 배우려고 베안루아에 들락날락하느라 스쿠터 바퀴도 몇 개나 갈아 끼웠지. 어때! 어떠냐, 알터! 나는 조용한 알터에게 괜스레 조급해져서 한 발짝 더 다가갔는데, 내가 생각해도 참 당돌했지. 이제 그만 놀릴까 싶을 때, 내 위로 그림자가 짙어졌어.
“..아튼 시미니 님, 용서해주세요. 이 정도면.. 불가항력입니다.”
알터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다 들렸다. 밀레시안 귀는 평범한 다난들 귀하고는 다르니까! 여환한 보람이 가득 찬 하루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