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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친구들에게
게시물ID : soju_16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rystalSnow
추천 : 1
조회수 : 80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2/20 01:35:28
20살의 나는 '반' 이상은 죽어있었어

원래 생각하던 과에서 보기 좋게 떨어지고 안전빵으로 오게 된 대학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되던 상관없어' 이런 느낌이였지.

무료함에 지쳐서 하루종일 멍때려보기도 했고

뭐든지 다 귀찮아서 온종일 나가지 않고 자기만 한적도 있어.

꿈속에서의 나는 그래도 행복했었거든.




그리고 대학교의 OT날에 너희들을 만났지

처음엔 친해질지도 몰랐어

난 하루빨리 이 악몽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던 것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거든



그렇게 MT도 가고 농촌봉사활동도 가고 여러 학교 행사를 거쳤을때

우리들은 서로 뭉쳐있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였지

1학년땐 나도 철없게 웃을수 있었어

우리들은 수업도 땡땡이 쳐보고 돈이 없으면 그래도 가진돈 조금씩 모아 한녀석 자취방에가서 요리를 

해먹는다랄지, 있으면 또 있는대로 재밌게 살았지.

추억도 많고 웃음도 많았었어.



세월이 흐르고 우리들은 2학년이 되었지

우리들에게도 후배가 생겼고 또한 우리들은 선배가 되었지.

난 비록 중간에 몸이 좋지 않아 후배들에게 잘 해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내 몫만큼 잘 해준거라고 믿고 있어.

선배가 되었다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한살 더 먹었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우리들은 뭉쳐있던 곳에서 벌어져 서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



몇몇 남자애들은 군대를 가거나 일을 시작한 녀석도 있었고

여자애들은 남자친구를 사귄다거나 공부에 열중한 애도 많았었지.

나도 병원에서 나와서는 돈이 필요해서 줄 곧 일만하고 다녔었지.

그러던 사이에 나는 너희들을 소홀하게 대했었나봐.



그건 너희들뿐만 아니라 나도 그랬었기에

그래도 가끔 우리끼리 만나면 어색하지 않게 

바쁘면 차 한잔

여유가 있다면 술 한잔

기울며 전과는 달라진 우리들만의 세상을 이야기 했지

나는 우리들이 전처럼 다시 모이길 원했고

너희들도 하나둘씩 따랐지

어떤 녀석은 일에 지쳐서...

어떤 녀석은 세상에 지쳐서...

어떤 녀석은 사랑에 지쳐서...

어느센가 나는 우리들의 쉼터가 되어있더라




갑자기 밀려드는 생각보다 훨씬 격한 세상 앞에

이 악물며 겨우 버티는 녀석도 있었고

두 다리가 풀려서 무너지는 녀석들도 있었지

아픈 녀석도 있었고

우는 녀석도 있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너희들을 격려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더라




또다시 세월이 지나고 

남자 녀석들은 대부분 군대에 가버리고

여자애들도 3학년이 되서 바쁜시기가 찾아왔지




얼마전 내가 존경하던 선배한테 이런 얘기를 들었어

"너 요즘 변한거 같다." 

라고 말이야.




그 말을 들으니까

부끄럽게도 눈물이 확차오르더라.

나도 꼴에 남자라고 선배앞에서 울순 없어서 꾹 참았다.

순간 좌절과 냉철함만이 감돌았던 그날 그때의 나로 돌아간거 같아서

슬펐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빨리 집으로 돌아와서

눈물을 흘릴 자격 따위 없는걸 잘 알면서도

내 주변엔 이젠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숨죽여 울었다.

나약한 내 자신을 죽이고 싶을 만큼

울었다.




이제 우리들이 예전처럼 철없이 웃으며 모일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그건 내년이 될 수도 있고

내후년이 될수도 있으며

어쩌면 우리 생애는 다시 그때처럼 모일날이 없을수도 있을거야.

그저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수 있는 일이라곤

너희들이 행복하고 하는일이 잘 되도록

믿지 않는 신에게라도 기도하며

내가 힘들고 외롭고 슬퍼도 

너희들이 언제라도 돌아 올 수 있는

한 켠의 보금자리로 남아 있는 일 뿐이야.




그러니까 언젠가 힘이 들어서 잠깐 뒤돌아 본다면

너희들에게 나라는 녀석이 아직도 필요하다면

난 언제라도 있을거야



난 사실 웃는걸 잘 못하지만

그리 유쾌한 녀석도 아니지만

어쩌면 내 자신의 슬픔을 감추기 위해 웃음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비겁한 녀석일지도 모르지만

너희들이 날 보고 웃을수 있다면

난 그 가면이라도 쓰고 있으련다



힘내라

그리고 세상에 지지마라

사랑한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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