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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똥꼬주름을 사랑했던 여고생.
게시물ID : readers_145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르스
추천 : 3
조회수 : 66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11 0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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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봐버렸다. 화장실에서 말이다. 사람이라면 절대 볼 수 없는 곳을 봐버렸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등교하고 나서 알몸으로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변비로 고생한지 1년이 넘었다.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음식, 
물을 1일 8컵이상 마시고 규칙적인 운동, 야채류구근류콩종류과일류해초류 변비에 좋다는 모든 식품을 먹어댔다. 하지만 떡뚜꺼비같은
휘황찬란한 금색 찹쌀떡들을 힘겹게 내려놓을 때마다 아이를 낳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어렴풋이 체념하게 된다.
생리로 고생할때마다 화장실에 오기가 두렵다. 변비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야한다. 왜냐면, 거기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특이하게 똥을 쌀때마다 특이한 괴벽이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요가하듯이 괴상한 자세를 취하는데 이건 다 인터넷에서본
'똥이 잘나오는 자세' 따위의 헛지식을 들어서 그런 것이다. 요컨데 이렇다.
"가시나야 왜 니는 똥 쌀때마다 전화하는데"
"심심하다 카나 안카나 끙"
"끙? 끄으응? 니 또 벌서는 자세로 있제?"
"아, 아니라 그보다 니네 오빠야가 전에 말했던 거말인데"
양 무릎을 넓혀서 말 위에 앉듯 기마자세를 하고 손을 들어올려 양 귀에 붙인다. 물론 휴대폰은 상완 이두근과 귀 사이에 위치하게되어 더욱 괴롭다.
실패하면 떨어지게된다. 이렇듯 변비가 심해지면 내가 여고생이라는 자각력을 잃어버리게 되어 병신력이 증가한다. 예전에 이런일이 있었다.
정말 피나는 고련과 인내와 똥침만 머릿속에 남아있던 어린 시절의 향상심으로 인절미같은 딸래미를 낳았을때 너무 기쁜나머지
딸래미 옆에 얼굴을 대고 브이짜를 하고 셀카를 찍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한참 생리가 심해졌을 때라 자신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흔히 말하는 애비애미 구분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쳐도 그때 셀카를 찍었던건 제 정신이 아니었던것 같았다. 그러나 그 각도는 너무도 완벽하여
뽀샵하지도 않았는데 얼짱 뺨치는 수준의 얼굴이 나왔다. 현재 카톡에 올라와진 프사는 옆에 폐기물을 잘라내고 그 얼굴을 붙인것이다.
남들은 잘찍었다고, 뽀샵쩐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이것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며 마치 임금님의 이발사처럼 다늙어서 골골대면서 죽기전에 한번 허공에 대고, '나는 똥이랑 사진찍었다!!!'
라고 외칠 수준의 비밀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자신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본성을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변태였던 것이다. 또 똥이랑 사진찍어야지.
"마? 사진을 찍어? 이 년이 똥꼬주름 펴지는 소리하고 자빠졋네"
순간적으로 나는 생각하던게 입밖으로 튀어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 전화하고 있는 것은 내 기벽을 알정도로 베프인 친구라
어찌어찌 수습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다면 아주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당장 전화를 끊었다.
 
아직도 똥이 안나온다. 괄약근에 힘을 줄수록 인간성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 선사시대의 유인이 된듯 야생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고통스럽다. 몇 분 째인지 1시간 정도부터 시간을 세는 것을 잊어버렸다. 변비가 심해질수록 병신력도 강해져간다. 만약 이곳이 폐쇄의 공간이 아니라
개방적인 공간이었다면 나는 순식간에 인간이하의 생물로 취급받아도 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요가를 하기 시작했고 보리수 나무 아래의 붓다가
느끼는 해탈에 대한 감각을 고찰하기 시작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는 공과 색을 동일하다고 말한다.
대저 색이란 무엇인가. 색(色)이란 형태가 있는것. 상대를 형성하는 물질적인 전반을 말한다.
나는 똥이라는 어느 특정한 대상을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그것은 광범위한 생각의 연속된 사상 위에서 그때 그때대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연상을 멈추어 버리면 이미 그것은 똥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해버리는 것으로 그것은 언제까지나 똥이니 그 대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와 같이 집착할 수 없는 것들은 그저 공이며 공은 우주의 만물이라. 만물은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들이지만
인과 연에 의한 관계에 의해 제각기 별개의 존재로서 존재한다.
 
그런 상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지금 내 자세가 어떤 자세인지 깨달았다. 허리가 접혀서 양 발이 내 목을 감싸고 있었다. 유연성이 부족했던 내가 어떻게 이런 자세를 하고있는지
상상도 불가능하다. 나는 다리를 찢기만해도 아파서 죽으려는 평범한 여고생이란 말이다. 코앞에 엉덩이가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불안감에 눈앞을 직시해야했다.
그리고 나는 봐버렸다. 사람은 볼 수 없는 곳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깊고 깊은 어둠.
 
인간이란 무엇일까. 성서에서 아담은 이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는 뼈중의 뼈, 살 중의 살이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부위를 이른다. 그것이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를 말하는 거라면 여자에게 있어서
뼈중의 뼈, 살중의 살이란 무엇일까. 그토록 원하는 중요한 부위가 어디일까.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 깊은 어둠 속에 숨겨진 무한한 주름을. 그렇다. 사람에게 있어서 그 주름이란 어떤말을 해도 설명이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니 전지가 숨겨진, 달콤한 이브의 사과같은 영역.
 
나는 그 안에서 볼 수 있었다. 나의 시원(時原), 여태까지 살아온 나의 목적.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분기점과 선택, 그리고 결과,
책임. 마치 예언자가 된 것처럼 보이지 않던 수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호감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이렇게 말하면 병신같이 들리겠지만
똥꼬주름이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부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 아아. 그래. 그렇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자세를 취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이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한꺼번에 가진 부위를 모르는 것이다. 하하하 멍청한 인간들. 이것을 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간다니 불쌍하기 그지없다.
 
 
나는 기적적으로 똑바로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똥을 싸곤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섰다. 무슨일인지 머리가 개운했다.

오랜만의 쾌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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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래도 되겠죠? 원래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사실은 공지에 들어있던 예시 제목에서 엄청난 삘이 받아서.. 폭풍처럼 썼네요...
 
근데 쓰고나니 노잼인게 함정. 아 끝으로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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