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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초보아빠의 얼렁뚱땅대충요리 - 딸내미생일상
게시물ID : cook_1452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17
조회수 : 147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3/28 11:20:11
딸내미가 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아 벌써 여덟번째라니... 
그동안 저희 집 빚은 여덟배가 늘어났고, 제 흰머리는 여덟배가 늘고, 몸무게는 여덟kg 늘고, 아내에 대한 눈치는 여덟배가 늘었으니.. 정말 안 좋은 것만 딸내미 나이와 비례해서 늘었습니다.
아내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마침 생일도 월요일이라서 일요일에 미리 어느 정도 준비해 놓으면 되겠다 싶어서, 저희 가족끼리의 조촐한 여덟번째 생일상을 채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혹자는 "야... 너무한다... 남자가 딸내미 생일살까지 차려줘야 하냐?" 라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겁니다. 딸내미가 훌쩍 더 커서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면 꼬투리 잡아놓을 게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아빠..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딸내미에게 이런 것까지 시키다니... 정말,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에요?"
"음... 내 블로그 2011년 5월12일자, 그리고 2012년 6월 10일자를 보렴..."
"... 알았어요... 아빠가 나 야구, 축구 시켜준 것 말고 해 준게 뭐가 있어요?"
"음... 내 블로그 2012년 10월 9일자를 보렴..."
"... 아빠가 나 야구, 축구 시킨거랑, 생일상 채려준 거 빼고 해 준게 뭐가 있어요?"
"음... 내 책상서랍 위에서 두번째를 보면 니 지금까지 키우면서 쓴 돈 다 적어놨다... 돈 벌면 나중에 다 갚아야 돼..."
"... 알았어요. 소주 사오면 되잖아요. 아빠 정말 치사해요..."

일단 이 생일상은 저같은 초보아빠들을 위한 것이오니, 주부들 및 고급아빠분들은 그냥 비웃어주세요.

우선 생일이니 미역국이 필요합니다.
미역을 물에 불려놓아야 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을 불려놓으세요. 정말 많이 부풀어 오릅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풍성하게 불려놓았다가 넘쳐흘러서, 저는 밤중에 혹시 아내가 더 집어넣었나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왜 더 집어넣었냐고 따지다가 미역으로 맞았습니다.
국거리 쇠고기에 간장, 참기름, 다진마늘 넣고 주물럭주물럭해놓고... 미역이랑 쇠고기랑 냄비에 참기름 넣고 볶다가 물 넣고 끓여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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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2가지 했습니다. 
시금치는 팔팔 끓는 물에 살짝만 삶아줬다가 꽉 짜서 간장, 다진 파, 마늘, 소금 넣고 버무리면 끝...
취나물로 예상되는 마른나물은 물에서 좀 끓이다가 건져내서 물기 빼고, 참기름 두른 팬에 좀 볶다가 마무리로 간장, 다진 마늘 넣고 볶아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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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를 했습니다.
멸치 7마리 집어넣고 물 끓이는 동안, 감자 썰고, 호박 썰고, 양파 썰고, 두부 썰고 냄비에 다 때려잡아 넣고 물 넣고 된장 넣고 끓이면 끝... 된장은 재수없으면 안 풀리고 뭉텅이로 몰려다닐 수 있으니, 채 같은 걸로 확실하게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물을 약간 적게 해서 찌개보다는 밥에 쓱삭쓱싹 비벼먹을 수 있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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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잡채입니다.
불고기용 쇠고기에 간장, 마늘, 참기름, 맛술 등으로 양념을 처벅처벅해 놓고는 냉장고에 잘 재워둡니다.
데워진 팬에 불고기 넣고 익히다가 익을 때쯤 당면넣고, 간장으로 간 맞추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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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입니다.
호박을 채 썰고, 계란, 밀가루 넣고 휘적휘적한 다음, 팬에 한 국자씩 떠넣어서 부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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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일 손이 많이 갔던 갈비찜...
갈비찜용 고기를 밤새 찬물에 담궈놓아서 핏기를 싹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채에 받쳐 물기를 뺀 다음 한번 끓여주고, 대충 익힌 고기를 식힌 다음 양념장을 만듭니다.
양념장은 배/양파/파 갈아넣고, 그다음은 불고기 양념이랑 비슷비슷합니다. 고기에 양념장을 처벅처벅 바른 다음 다시 냉장고에 잘 모셔둡니다.
다음날 고기넣고, 무 잘라넣고, 물 넣고 끓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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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포함되는 지 모르겠지만, 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밥까지 포함한 팔첩반상입니다. 우하하하...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차려놓으니 별로 볼품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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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이 짜고, 고기에 기름이 많고, 잡채 간이 잘 안 배었다고 투덜투덜대지만... 그래도 잘 먹습니다.  
옆에서 잘 먹던 아내가 한마디합니다.
"내가 니 마누라가 아니라 딸내미가 됐어야 했는데... 아구.. 이 놈의 팔자야..."
저 같은 초보아빠들... 아이들과 한층 더 다가가기 위해서 올해 아이들 생일상은 직접 한번 차려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생색용으로 꼭 사진은 남겨두세요.
 
출처: 음식도 내가 하고, 글도 내가 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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