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할게요
어머니니까 감사해야 된다던가 그런 생각 말고 차분하게 대화하라던가 그따위 소리 하실거면 글 읽지 말아주세요
제게 필요한 건 상담이 아니라 토닥임이니까요
엄마랑 대화하기 정말 짜증나요
가끔 뇌가 없는것 같아요
딸이니까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사람이 아닌 돈줄로 취급하는게 너무 심해요
성공한 딸은 못되더라도 나쁜 딸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었어요
용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는데 학생때부터 스스로 알바 자리도 찾아 시작했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많이 포기했어요.
그렇게 번 알바비 엄마한테 챙겨주거나 제 용돈에 보태쓰거나 했고요
대학교도 제 진로 알아서 잘 찾아 갔고 싸고 빨리 졸업하는 2년제 전문대로 갔어요.
졸업하면서 보란듯이 떳떳하게 취업도 잘 했구요.
난 진짜
불효는 하기 싫어서
보이는대로 엄마 챙겼어요.
회사에서 나오는 상여금 명절비 상품권 다 엄마한테 바쳤구요
월급도 매달 일부 떼서 엄마한테 용돈 드렸어요
그런데
대학생때 매 방학시즌마다 알바 하던 중, 한 분기 너무 지치고 힘든 때가 있어서 알바를 안했었어요
집에 올때마다 이렇게 탱자탱자 놀아서 뭘할거냐고 짜증을 내더니
너같은 딸 키울바에는 고아원에서 아무 애새끼나 데려다 키우는게 낫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네. 엄마 우울증에 히스테리끼 상당해요.
하지만 나도 힘든데
엄마 힘든거 아니까 싸우지 않고 그냥 그날 방에 쳐박혀서 혼자 존나 울었어요
회사 신입 시절 저보다 평균적으로 10살은 많은 분들 사이에서 일하는게 부담되고 친구도 없고 서울살이가 힘겨워서 마음이 지쳤었어요
주말 중 하루 고향에 찾아가서 가족들과 식사하던 시간 최대한 가벼운 투로 고민을 털어놨어요.
회사 생활이 조금 지친다. 우울증 걸릴 것 같다. 라고.
그러자 엄마가 정색을 하고 저를 까대데요
너 그게 지금 엄마 앞에서 할 소리냐고
엄마가 힘든 건 힘든거고 제가 힘든 건 투정이고 반항인가봐요
또 뭐있더라. 아.
회사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트러블이 생겨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이직 준비가 길어지면서 월세 문제로 고민이 됐어요.
개인 적금을 깨면 충분했지만 주택청약이라 깨긴 아쉬웠거든요
언니한테 돈을 빌릴까 하다가, 아빠한테 말해보라길래 전화해서 한 달 월세만 내달라고 부탁했어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달이요.
그 뒤에는 제가 낼 수 있었고 그 월세도 갚을 생각이었어요.
엄마가 알면 좋지 못한 소리가 올걸 알아서 일부러 아빠한테 이야기 했는데
끊고 몇분 뒤에 귀신같이 전화하더니 그러더라구요
너같은 애한테 줄 돈 10원도 없다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이게 도대체
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어요
진짜 엄마한테 막말을 했다던가, 반항을 했다던가, 하다못해 철없던 중고딩 시절에도 신발 화장품 가방 옷 그런거에 욕심 내는 불효한적 한 번 없어요.
위에도 썼지만 최대한 보이는대로 아빠도 아닌 엄마만 챙겼어요 용돈이든 떡값이든 엄마한테 바쳤구요.
그런데 돌아오는 소리가 저거데요
그날도 서러워서 혼자 울다가 결국 손 안벌린다고 하고 제 적금 깨서 월세 냈어요.
그런 엄마가 자기 서울에 볼일 있다며 몇달 전부터 제 원룸 자취방에 같이 살고 있어요
짜증나네요
잘때마다 tv 방송 원룸에 다 들리게 틀어놓고 자던 엄마가
제가 음악 한번 틀고 자려니 뭐라 하데요
시끄럽다고 못자겠으니 끄래요
엄마는 보지도 않는 tv방송 틀어놓고 자면서 왜그러냐 했더니
자기는 괜찮지만 너는 안된대요
아 시발
좆같네요
진짜 사고방식이 왜 이따구지
요즘에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더니
내가 어렸을때 사랑을 많이 못주고 자란 걸 후회한다고 자주 떠들어요
알면 지금이라도 잘하던가 시발
거기 이어서 나오는 소리가
자꾸 저를 다시 키우고 싶대요
그럼 엄마 말에 순종적이고 짜증 안내는 아이로 키우겠다고 하네요
장난적인 어조라고 해도 그 말 자체가 얼마나 짜증나고 기분 더러운지는 생각 안하는거겠죠
내가 짜증을 내는 거에 중점을 두고 지가 짜증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다는걸 자각을 안하는거겠죠
진짜
대화하는게 존나 싫어요
저는 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좋은 친구들도 잘 사귀었구요
사회 생활도 부끄럽지 않게 하구요
어디가서 못배운티 낸적 없어요
그런데 자꾸 저를 잘못 자란 아이 취급하고
다시 키우고 싶다느니 지껄이는게 정말 기분 더러워요
하지 말라고 말 안했을 것 같아요?
해봤자 안쳐들어먹어요
어디 엄마한테 짜증이냐고 역정이죠
순하게 말하면 장난으로 듣고서 계속 말하고요
오유분들
살아생전에
아, 이런 말은 하지 말걸 이라던가
그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됐는데 라고 후회하는 일들 하나둘씩 있죠?
저도 있어요. 하지만 친구들이나 직장생활에서 만이에요.
엄마한테는 그렇게 후회 할만한 짓 한적 없어요
답답하네요
힘들구요
진짜 제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오밤중에 뻘글 죄송합니다
언니나 아빠는 엄마 원래 좀 그러니까 적당히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그냥 제가 자살하는게 빠를 것 같네요
아... 글 마무리 힘들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