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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걱정때문에 헤어졌어요
게시물ID : love_43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달버터향
추천 : 1
조회수 : 3584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8/08/15 21:22:04

2년반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결코 쉽게 꺼낸 얘기도 아니고 오랜 기간동안 생각한 결론이었어요..
그런데 멀쩡하다가도 진짜 갑자기 너무 후회되고 보고싶고.. 생각이 너무 많아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집안일에는 1도 손대지 않고, 전혀 할 줄도 모르는 아빠가 있었던 가정에서 자랐어요
과묵해서 질문에도 대답을 안하니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 결혼생활 속에서 엄마만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결혼을 한다면 꼭 가정적인 사람을 만나야겠다 생각해왔어요.

만약 결혼을 하고 내 삶이 더 불행해진다면 그런 결혼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정말 이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 살고싶다 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을 하겠다는 신념이 있었죠


헤어진 남자친구는 정말 배려심이 깊고 성실한 사람이예요
여러 사람 만나와봤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은 없었구요.
정말 좋은 사람이어서 여태까지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어요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니 미래의 결혼생활 얘기도 드문드문 얘기해왔었구요
이렇게 계속 이어가면 결혼을 하게되겠구나 생각했어요



헤어지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1. 성향이 너무 달라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행과 음식인데 남자친구는 그것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예요.
 남친에게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사냐고 물어보니 성취감과 뿌듯함이라고 하더라구요..
 여행은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저랑 사귀고 여름, 겨울휴가 가본게 전부고 해본 적이 없으니 모든걸 제가 다 이끌어가야했어요
 음식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저에게 맞춰주긴 하지만 그리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으니 저도 재미가 반감되더라구요.
 저 혼자서도 잘 하고 즐길 수 있지만 '평생 같이 살 사람이라면' 걱정이 되요

2. 남친이 친척네서 얹혀살다가 자취 시작한지 1년쯤 됐는데 집안일 하는걸 보면 성에 차질 않아요..
 음식물쓰레기 버리는게 더럽고 찝찝하다고 라면국물을 변기에 버리는걸 보고 처음엔 진짜 기겁했습니다... 이 문제는 여러번 얘기 끝에 지금은 안그러긴 해요
 주방에는 전혀 손을 댈 줄 모르고 1년 전에 산 쌀은 초반에 제 잔소리에 못이겨 2-3번 밥을 해먹은 이후로 전혀 줄지 않고있어요.
 뭐 그거야 집안일은 분담하면 되니까 제가 담당하면 되는데... 문제는 청소하는 것도 제 성에 안찹니당..
 자취를 하니 집에 가끔씩 놀러가곤 하는데 청소를 했다는데 제 눈엔 전혀 한 것 같지 않아보여요
 결국 분담을 해도 보이는게 다르면, 잔소리를 하거나 결국 제가 다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런 결혼생활은 하고싶지가 않아요..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거지 제가 남친의 엄마같은 역할이 될거라면 혼자 사는게 나을 것 같아요


크게 이렇게 두가지로 축약되네요..
성향 차이와 결혼 후 집안일에 대한 걱정


엄마에게 얘기를 하니 처음부터 맞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적어도 얘기하는걸 들어주고 노력은 할 사람이면 된다고 합니다.
남친이 지금 당장 결혼하자고 밀어부친 것도 아닌데 왜 좋아하면서 헤어지냐는 말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후회가 되더라구요


제가 너무 결혼에 대해 압박과 무게감을 싣고 있어서 이런 결론이 나와버린 것 같은데..

사실 앞으로 인생에서 이만큼 나를 배려해주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여전히 보고싶고 제 일상의 큰 부분이 떨어져나간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까지 생각하면 자꾸 확신이 들지 않아서 이대로 그만 지속하는게 좋은건가 싶기도 합니다..



결게로 가야하는 주제인가 싶은데 긴 글이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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