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카드는 H대였다.
“여기는 최저도 없고 내신도 안 들어가네?”
선생님의 어조가 어느 정도는 희망적으로 들려왔다.
“그럼 생기부 한 번 볼까?”
기계음이 들리고 곧이어 내 생활기록부가 출력되어 나왔다.
“음……, 우선 반장도 한 번 안 했고, 동아리 부장도 안 했고, 봉사는? 헌혈한 걸로 끝이네.”
“그래도 이 학교는 교과별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을 주로 본다고 하던데요.”
“그걸 믿어? 솔직히 얘네가 내신을 안 본다고 했어도 합격자들 중에 내신 안 좋은 애 없을 걸?”
“…….”
“과고 애들은 학교 행사로 올림피아드 나가고 별 거 다해서 생기부에 모두 기재가 가능하단말야. 그럼 네가 이런 생기부로 승부를 보려고 하면 안 되지.”
그렇게 첫 번째 카드는 찢어졌다.
두 번째 카드는 G대였다.
“정말 여기 쓸 생각이야?”
선생님의 어조가 마치 비웃는 것처럼 들려왔다.
“일단 과가 저한테 잘 맞고, 제 진로랑 제일 알맞은 것 같아서요.”
“니 진로가 뭔데?”
“과학의 대중화라고 해야 하나. 내셔널지오그래피같은 과학채널 방송국을 만들 거예요.”
다시 한 번 비웃음.
“그래서 이 과가 뭘 배우는 곳인데?”
“문이과의 융합 비슷한 거예요. 약간의 예술이라던가, 거기에 과학이나 기술이 곁들여진…….”
“일단 합격자들 스펙 좀 볼래?”
선생님은 몇 번의 클릭을 하고선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리셨다.
작년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목록.
“이 사람은 내신이 1등급이네. 너는 내신이 안되니까 이렇게는 안 되지?”
“네…….”
“이 사람은 카이스트 영재 교육캠프에 참여했고, 청소년 창업 교육에, 특허 1개 출원, 4개는 심사중, 과학 올림피아드 수상, 영재 논리 대회 우승, …….”
선생님은 마치 ‘어마어마한 사람이다.’라는 듯 숨을 헐떡이는 시늉을 하며 괴물의 스펙을 읽어나갔다.
그 숨이 나를 억눌렀다.
“그럼 불합격자 스펙도 볼까? 이 사람은 내신이 2등급이네. 거기에 교외 수상 실적까지 있는데도 떨어졌네.”
“…….”
“있잖아, 네가 열정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알겠는데 뭘 알고 도전해야지.”
두 번째 카드가 찢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 카드를 보기 전에 선생님은 빈 카드를 주셨다.
“아무래도 다시 써와야겠다. 이렇게 쓰면 다 떨어져.”
“근데 저 모의고사는 1~2 나오는데…….”
“수능도 운이야. 실전에서도 그렇게 나올 것 같아?”
다시 컴퓨터를 두들기시던 선생님은 내 모의고사 기록들을 열어보셨다.
“봐, 점점 떨어지잖아. 내가 어떻게 너를 믿고 여기를 써 줘?”
그 뒤의 말은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정말 해 온 게 없구나.
무언가 항상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알아줄만한 것을 하지 않으면…….
모든 건 내 탓이었다.
남들 4시간 쪽잠 잘 때 6시간 자고 취미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내 탓이려니…….
그냥 또 이렇게 아구몬 시계는 줄어들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키보드를 잡고 있는 못난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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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은 이딴 걸로 참가하면 안 될 것 같고 ㅠㅠ 걍 우울해서 찍 싸질렀네요
대체 뭐지... 왜 쓴 거지 ㄷㄷ;; 공부하러 갈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