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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조종 (수정글입니다.)
게시물ID : readers_14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브리
추천 : 4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8/11 03: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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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책게를 소개합니다!
책게는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글을 적어주시고 또 조언해주시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글이나 덧글 올라오는 속도가 느리지만 올라오는 글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있어요. 늘 즐거워서 상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책게로 놀러오세요 책 소개 열심히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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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
 
 
 
 
 "새 소설이라면, 또 그 일을 하는 거야?"
 
 
 재연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어왔다.
 
 
 "당분간은 그만 둘 생각 없어."
 
 
 재연이 내 대답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재연은 담배 가격이 오른 뒤 했던 내장까지 연기를 쑤셔 넣겠다던 다짐을 내게 다시 보이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길게 뱉어냈다. 정확히 3초 후 옆집 남자가 창문이라도 좀 닫아달라며 소리쳤다. 재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쪽으로 라이터와 담배를 던졌다.
 
 
 "세상 물정 관심없는 네게 친구 된 도리로 한 번 얘기나 해줄까."
 
 
 아무리 너라도 잔소리는 사양이다. 불이나 붙이라는 의미로 담배를 입에 물어 고개를 가까이 들이댔다. 그러자 재연이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잠잠하다 싶으면 가끔 이렇게 지랄을 한다. 작게 욕지거리를 했다. 재연은 뭐가 그리 웃긴지 뒤로 넘어가며 깔깔대다 말을 이었다.
 
 
 "이제 적당히 갖고 놀고 몸 사리라고. 요즘은 인터넷도 꽤 살벌해."
 
 
 "거리만 지키면 별 문제 없어. 그걸 못 지켜서 문제가 되는 거지."
 
 
 상대를 이용할거면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이라도 손톱 하나 실제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글쟁이 치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인 내가 다양한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데에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귀찮게 물어오고 귀띔이라도 해 달라 하지만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글쎄다. 꼬리가 길면 밟히고 밟히면 꽤 아프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재연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재연을 대할 땐 딱 한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귀찮다는 말을 입으로 뱉지 않을 것. 대답을 하지 않는 것 정도로 대충 눈치 채 준다. 아직까지 그 이유를 듣지 못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 부탁해온 게 그것 하나였다. 귀찮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 특별한 노력 없이도 지켜줄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 지금까지 그 이후를 경험해본 적은 없다.
 
 
 "어쩌다 만난 사람이야?"
 
 
 "블로그에서. 내가 올린 글이 좋다던데. 적당히 발표할 수 없는 글들을 올려놓으면 좋다고 읽는 놈들이 있어.  다른 놈들하고는 다르게 꽤 지속적으로 어필하길래 몇 번 덧글을 달아줬지."
 
 
 "그러다 친해졌어?"
 
 
 "정확히는 친해진 척이지. 난 신작을 앞두고 자극이 필요했고 그쪽은 마침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 마음에 든다는 것 같았으니 말이야."
 
 
 재연은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냐고 물어왔지만 아직까지는 비밀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만든 가상의 내가 상대에게 접근했을 때 상대는 그런 가상의 나를 허무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상대는 가상의 내게 어택을 가하는 묘한 인물이었다.
 
 
 "확실한 건 작품에서 확인할테니까 조금만 얘기해봐."
 
 
 "나와는 정 반대야. 글을 쓴다는 것 외로는 접점이 전혀 없어. 사소한 것에 잘 웃고 주변에 상냥하지."
 
 
 재연은 다시 한 번 뒤로 껄껄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 실제로 나는 언제 웃었느냐 묻는다면 기억을 꽤 오래 전에서 더듬어야 하고 주변에 상냥하기는커녕 주변이라고 불릴 만한 게 거의 없는 인간이었다. 출판사와 집만을 오가는 생활. 친구들은 곧잘 따로 얻어서 생활하는 이 작업실로 찾아왔다. 내가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근데 원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인간에게 완벽한 거짓말은 불가능한 것 같아. 다 그럴만한 가능성, 잠재성을 바탕으로…"
 
 
 "그만해."
 
 
 반도 타들어가지 않은 담배를 책상에 비벼 껐다. 나는 이 때 미묘한 소리를 내며 약간 타들어가는 소리를 좋아한다. 재연도 몇 번인가 지적했었지만 이젠 담배를 끌 때 내 책상이 아니면 어쩐지 조금 아쉽기도 하다는 말을 한다. 재연이 그렇게 변하기까지 아홉 권의 책이 나왔고 내가 만든 나와 상대를 포함해 적어도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지져졌다. 담배는 재가 남았지만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태워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재 같은 뼛가루가 나올 리 만무했다. 가끔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그러지 말고 한 번 안아주지. 덕분에 불안해졌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책상앞에 앉으려는데 재연이 서운하다는 듯 말 꼬리를 질질 끌며 말했다. 가끔 내가 생각하고도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 같아서 입가에서만 머무르는 말들을 만약 재연이 듣는다면. 가끔 내 이야기를 들을 때 재연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는 걸 안다. 너는 어디로 전화하려는 걸까. 사라지는 게 모든 관계 속 갸상의 나와 내가 무대로 이끈 그들이 아니라 이번에는 나일 것 같아서 입을 다문다.
 
 
 "그럼 벗던가. 마음 변하기 전에."
 
 
 
 
 
 "얘기하는 중?"
 
 
 너무 어두워 스텐드 밝기를 가장 약하게 해 슬쩍 켰지만 쓸데없이 민감한 재연은 내 노력에도 기어이 눈을 떴다.
 
 
 "너무하네. 방금 전까지 이런 일을 해놓고 바로 다른 사람이라니."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쓸데없이 감상에 잠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눈이 와서, 바람이 부니까. 바다가 아름다워서. 짧게 마치 시처럼 남긴 글귀들에 상대는 어쩔 땐 30줄도 넘는 덧글을 달기도 했다. 어제 가로등을 보며 썼던 두 줄짜리 문장을 보며 새로 고침을 하던 도중 그의 33줄짜리 덧글이 달렸다.
 
 
 "굉장하네. 상대가 더 글쟁이같은데."
 
 
 재연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름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방에 들여놓지도, 노트북 화면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재연 뿐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행복해져요, 가로등과 하나가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너무너무 좋아서 남겨봤어용?"
 
 
 "소리 내서 읽지 마, 병신아."
 
 
 "병신같은 문장을 잘도 쓰는 게 누군데. 나한테 이거 반 만 해봐. 혹시 알아? 지금보다 더 잘해줄지."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재연은 담배에 손을 가져가다 한숨을 쉬며 다시 벽을 보며 이불을 덮었다. 작업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담배 피는 게 싫다는 내 부탁을 잘도 들어주고 있었다. 짜증이야 나는 건 이해한다. 누군가를 속이려 하는 말들을 네게 해준다면. 너는 기뻐할까? 물으려다 말았다.
 
 
 
 
 
 "기껏 오라고 해서 왔더니. 화면만 보고 있을거면 뭐하러 불렀는데?"
 
 
 어제 주문한 피어스가 오늘 아침 도착했다.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 겨우 잠든 터라 이쪽 구역이라 매번 보는 젊은 택배기사에게 잠투정을 했다. 다음부터 액체나 깨지기 쉬운 물건은 시키지 말자고 생각하며 재연을 불렀다. 내 귀는 이미 포화상태지만 모처럼 예쁜 피어스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재연은 피어스를 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더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재연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이미 본인의 지정석처럼 여기는 내 작업실 침대에 걸터앉았다.
 
 
 "버릇 도졌네. 나 다니는 회사에서 피어싱 눈치줬다고 말 안했냐?"
 
 
 방금 뚫은 귀가 욱신거리는지 재연이 냉동실 문을 열어 능숙하게 얼음주머니를 꺼내며 물었다.
 
 
 "캐릭터 연구는 끝났나봐?"
 
 
새 소설을 쓰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면 그동안은 귀를 뚫지 않는다. 꽤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주머니는 우그러진 모습으로 굳어 힘을 주어도 조금도 펴지지 않았다.
 
 
 "보기 드문 별종이었어. 잘못 걸린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흥미도 일었네. 최장기간이었나?"
 
 
 "2주정도 됐으니 최장기간 맞네. 흥미가 일었다니, 질투하고 싶은데."
 
 
 재연의 옆에 앉았다. 새 피어스가 달린 부분이 발갛게 달아올라 참을 수 없어 손을 가져갔다. 손끝으로 욱신거림이 전해졌다. 괜찮냐고 묻지는 않았다. 너는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질투하고 있겠지.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걱정말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점점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었다. 실재하는 걸 만지는 느낌. 재연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 소설은 꿈도 꾸지 못했겠지.
 
 
 "초조해보여, 병신아."
 
 
 그리고 너는 가끔 내 목을 조르는 말을 한다.
 
 "글쎄. 평소보다 힘들기는 했다니까. 티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상대의 상태는 점점 이상해졌다. 이상해졌다는 말 외로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클럽에 가보지 않았다는 내 말에 그런 곳에 가서 좋을 것 없다는 대답을 했고 산책하는 걸 즐긴다는 말에 좋은 공기를 쐬는 게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나보다, 나도 그러해야겠다는 대답을 해왔다.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해오기에 없다고 했다. 이 정도라면 평소 대하던 상대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는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그 미농지처럼 얇지만 어느덧 손가락에 끈끈히 무언가 남는 부분이 신경 쓰였다.
 
 
 
 그는 클럽은 가보지 않았다는 내 말에
 그런 곳 가서 좋을 것 없다는 말과 동시에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걸 즐기는 모습이 훨씬 나와 잘 어울린다고 했고
 산책하는 걸 즐긴다는 내 말에
 좋은 공기를 쐬는 게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역시 작가라 그런지 영감을 얻는 것이 좋은 공기뿐만이 아니었다는 말을 덧붙였고
 만나는 남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지만
 굳이 남자일 필요는 없는거죠, 하고 덧붙였다.
 
 
 
 "뭐야 씨발. 원아 그 기분나쁜거 뭔데."
 
 재연은 진작에 연락을 끊으면 됐을 일이지 왜 2주나 연락을 했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하고 싶어서 2주나 이어온 게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려는데 마침 타이밍 좋게 핸드폰 알림이 울었다.
 
 "번호도 알려줬냐?"
 
 "너라면 알려줬겠어?"
 
 재연은 내 대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 손에서 빼앗듯 가져간 핸드폰 메시지 목록을 쭉 훑어보던 재연이 내 쪽을 흘겨봤다. 본능적으로 눈빛을 피하자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냄새가 전과 달랐다. 무게를 가진 담배냄새는 내 속으로 빨려들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속이 답답해져왔다.
 재연이 얼마 피지 않은 담배를 책상에 비벼껐다. 뒤이어 다시 다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전이라면 저 소리에 얽매여 밖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터였다. 재연도 그걸 알고 나를 이곳에 묶어두려 애쓰는 모양이었다.
 
 
 "근데, 매미가 벌써 나왔어?"
 
 
 내 물음에 재연이 머리를 쓸어올렸다. 재연은 뒤이어 방금 도착한 불쾌한 메시지를 소리 내 한 번 다시 읽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없는 번호라는 어떤 무미건조한 여자의 목소리가 연기로 매캐한 방안에 울려퍼졌다.  
 
 
 "잃지마. 너는 산책을 즐기지도 않고 그렇게 감성적이지도 않아. 내가 도와줄게. 도와줄 테니까 너는 이곳에서 나가지 않는 거야."
 
 
 "내가 몇 번이라도 변해줄 테니까."
 
 얼마 전 실수로 피어스를 삼키고 다시 끼워놓지 않아
 막히기 직전이었던 내 혀에 재연이 자신의 귀를 뚫었던 피어스를 소리 내 끼우며 말했다.
 귀찮아서 다시 끼워넣지 않은 거라고,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백일장 시작도 전에
가나다라마바사아차차카타파하 병신백일장 참가합니다 (이하 잔상)이라는 작품으로 찾아뵀던 라브리입니다.
극심한 감기로 이래저래 정신이 혼미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두 번 참가하니 마음이 놓여요! 두 작품 모두 병신미가 부족한 것 같으나
두번째 작품은 인물이 덜떨어진 병신들이니 이해해주셨음..!
책게 소개글도 위에 쓰지 않아 수정글도 올립니다 나란 바보 나란 바보
완결까지 달려보고 싶었지만 아..아..여..여름감기..
 
 
이번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진지한 마음으로 어떤 글이라도 열심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제가 받았던 감사함을 미흡하게나마 돌려드리고 싶어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잠시동안이라도 즐거워하셨다면 좋겠다..는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나는 잊지 않았고 그 아이들을 추억합니다. 안산에서 여지껏 살아왔지만 이렇게 아픈 일은 처음이고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허약한 말이지만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여러분 잊지 말아주세요.
 
 
많은 분들이 행복감을 만끽하는 백일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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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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