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베오베 엄마 도시락글 보고
게시물ID : cook_219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리베이
추천 : 26
조회수 : 144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8/20 18:06:33
우리 엄마 요리가 생각나서 써봄.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함. 근데 어른 위주 요리를 잘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아예 할줄을 몰랐음.

국민학교 시절 다른 아이들 도시락엔 미니돈까스, 당근들어간 계란말이, 게맛살튀김 등등 정말 맛있는 반찬이 많았음.

심지어 나는 친구들 도시락을 보고 이렇게 작은 멸치가 있다는 걸 알았음.

우리집 멸치볶음은 늘 국거리용 큰 멸치였으므로..

난 반찬 뚜껑 열기가 늘 부끄러웠음.

전날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셨기때문에 뭐가 들어있을것이란건 알고있었음.

소금물에 샤워를 했나싶을 정도로 짠 계란말이는 밥을 세숟가락을 먹어줘야할정도의 밥도둑.
김치, 고춧가루 팍팍 넣어 볶은 새끼손가락만한 멸치볶음(국거리용).
술안주용 오징어를 잘라 간장에 양념한 간장조림오징어.

지금 보면 못먹을 음식이 절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도시락과 너무 비교되는게 싫었음.

점점 내 반찬 먹는 애들이 없어지니 나도 친구들 반찬 먹기 눈치보여서 내꺼만 꾸역 꾸역 먹었음.

그 중 가장 내가 부끄러웠을때는 소풍날이었음.

우리 엄마의 김밥은 세상 유명했음. 엄청 짠걸로.. 

밥과 계란에 소금을 몇숟가락 넣었는지 알수가 없을 정도로 짰음.
김밥 하나 먹으면 물을 안마시고는 버틸수가 없었음.
김밥 속재료는 계란 오뎅 시금치가 전부인데 밥은 김밥 지분의 70%를 차지할정도?
김밥 크기도 어린이 주먹만해서 김밥 한줄 먹는건 상상도 못 할 정도였음.

친구들은 소고기 치즈 피클 별에별 재료를 자랑하는 김밥을 가져와 다른 아이들과 나눠먹었는데.

역시 내 김밥에 손대는 아이들은 1도 없었음..
나혼자 그 세상 짠 김밥을 다 먹어야했음. 

그랬던 우리 엄마의 김밥이 요즘엔 엄청 맛있음. 
전혀 짜지도 않고.

엄마에게 예전엔 왜 김밥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짜고 크게 만들었냐 물어보니 

엄마는 김밥은 원래 그렇게 먹는건줄 알았다고함.

김밥을 따로 사먹어본적이 없고
어릴때 할머니가 그렇게 싸줘서 모르셨다고..
김밥천국 유행할때 먹어보고 신세계셨다고..

생각해보면 나는 왜 엄마에게 김밥 덜짜게 만들어달라,  김밥 속재료엔 게맛살도 넣어달라. 밥은 조금만 넣어달라.. 
도시락엔 돈까스도 넣어달라, 계란말이에 소금 안넣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못했는지 모르겠음.

그랬으면 우울한 도시락의 기억은 없어지지않았을까.. 

이거 쓰고나니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음.

김밥이나 한줄 사러가야겠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